“원천 기술로 전기 세계 선박 시장 석권할 것”…선박 시장 패러다임 바뀌나

엘지엠, 기술력ㆍ안정성ㆍ편의성을 토대로 세계 선박 시장 공략 준비 끝

“국내·미국·중국 공장 설립 통해 2022년 5000억 원 매출 목표”

“배터리 플랫폼 비즈니스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미래의 정유사 역할”

원준희 대표, 성공한 젊은 창업가 모델로 급부상


국내외 할 것 없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면서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전기차 보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두가 전기차 시장에 관심을 쏟고 있는 가운데 묵묵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있다. 엘지엠(Leo Greentier Marines)이 그 주인공이다. 엘지엠은 국내 전기자동차 개발 회사인 레오모터스가 전기 선박 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한 계열사다.

엘지엠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전기 선박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선점에 시동을 걸고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문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외 유수의 기업과 지자체의 투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엘지엠은 사업 성장에 힘입어 지난 8월에는 미래에셋대우와 코스닥 상장을 위한 대표주관사 계약을 체결하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엘지엠의 젊은 CEO 원준희 대표는 “높은 특허 장벽을 기반으로 2022년 50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미래를 얘기했다. 그는 “미래의 정유사 역할을 엘지엠이 담당할 것”이라며 전 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주문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판매 단계에 들어간 현 상황을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원 대표는 인터뷰를 진행했던 지난달 29일에도 중국 출장을 위해 인터뷰 직후 공항으로 달려가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간한국>은 원 대표를 통해 엘지엠의 기술력과 미래, 향후 목표 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원준희 대표와의 일문일답.

- 전기선박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2005년부터 모회사인 레오모터스에서는 전기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생각보다 빠르게 열리지 않았고 시장 진출 과정에서 진입장벽 등의 한계를 느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업 확장을 위해 1000여대의 전기스쿠터 양산도 진행했다. 그러나 이 역시 벤처기업 입장에서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간 축적했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찾았고, 자동차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 전기 선박 시장이 눈에 띄었다.

모기업인 레오모터스에서 다수의 특허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전기 선박 개발에는 조금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전기 선박 시장에 뛰어든 계기 중 하나다. 시장 전망도 밝아 중소벤처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분야라 생각했다.”

- 선박 시장 상황은 어떤가.

“전 세계적으로 레저선박 판매 규모는 2015년 기준 54조 4000억 원, 45만대 수준, 소형어선은 중국이 253조 원 등 세계적으로 약 500조원(436만 척) 규모에 달한다. 현재 시장 규모는 큰 반면, 각국에서는 환경규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및 내수면용 선박 판매금지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환경오염 유발 원인 중 하나로 어선과 내수면용 선박을 지목하며 전기선박 실증 사업 실시 및 내수면 어업 전기 선박 보급 정책 발표하기도 했다. 갈수록 전기 선박에 대한 수요는 커질 것으로 본다. 올해 발표된 IDTECHEX 보고서는 2027년까지 전기선박 시장은 200억 달러(21조 72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시장성은 밝은 편이다.”

- 전기선박 업계의 기술력은 어느 수준인가. 엘지엠의 현재 위치는.

“현재 많은 업체들이 전기 선박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5년 이상 전기 선박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 회사 가운데서도 엘지엠은 등록 특허 24건, 출원 특허 26건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전기 동력 추진시스템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현재 엘지엠은 개발, 필드 테스트 단계를 거쳐 판매 단계에 진입했다. 전 세계에서 시장 비중이 높은 90~115마력급 제품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신안, 춘천, 장흥의 일부 어민들은 전기 선박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 확장을 위해 4~5인승 660마력급 스피드요트를 개발했다. 엔진인 파워트레인을 유람선에 적용하면 250인용 탑승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엘지엠의 핵심 기술력은 무엇이 있는가.

“추진체(파워트레인) 분야와 안전 분야를 들 수 있다. 추진체 분야에 적용된 기술 중 하나는 세일링 요트 리차징 시스템 (sailing yacht energy Recharging system)이다. 이는 세일링 요트 운항시 전력 생산을 통해 배터리 충전이 가능해 지속적인 항해가 가능하다. 배터리 충전 걱정 없이 항해할 수 있다는 점이 세일링 요트 전용 전기동력 추진기의 핵심 경쟁력이다.

중대형 선박용 PHEB(plug - in hybrid electric boat)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순수 전기동력 추진시스템 적용에 한계가 있었던 중대형 선박에 적합하다. 경제성을 따져봤을 때 내연기관 대비 30% 이상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고 저진동, 저소음, 저매연으로 쾌적한 운행을 가능하게 한다.


안정성 측면을 대비한 배터리 팩 (Extreme battery pack)도 자랑할 만한 기술이다. 등록 9건, 출원 5건 등 총 14건의 특허 기술이 집약된 배터리 팩은 수중 1M 깊이에서 30분간 보호가 가능한 IP67 등급을 획득했으며 방수 기능이 있다. 또한 배터리 팩 내부에는 냉각시스템과 Heat Fiber 기술이 적용돼 영하 40도 이하 극저온 상태에서도 배터리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현재 전기차 개발에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자동차에 장착된 배터리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대한 우려다. 엘지엠은 EMRPS 기술을 통해 전기모터 작동으로 발생되는 전자파를 차단했다. 침수 시 감전 우려도 전력차단장치를 통해 감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편의성에 대한 부분도 고려했다. 선박은 자동차와는 달리 회귀성을 띠고 있다. 어항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착안해 어항에 육상의 배터리 충전스테이션을 운용해 간편하게 배터리를 교환하고 충전할 수 있다. 필요한 만큼의 배터리를 싣고 항해하고 돌아 온 뒤 다시 배터리를 교체하는 식이다. 굳이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카트리지 배터리 시스템(CBS·artridge battery system)을 적용해 여유분의 배터리를 해상에서 교체하면서 지속적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했다.”

- 사물인터넷 기술도 적용됐다고 들었다. 어떻게 활용되는가.

“엘지엠이 차세대 전기 선박으로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IoT(사물인터넷) 및 스마트그리드 융합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 기술들을 통해 선박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IoT 기술이 적용된 전기선박용 ADS로부터 실시간 선박상태의 정보가 수집된다. 추진기 rpm, 온도 등이 모니터링되고 배터리 온도, 배터리 전압 및 전류, 배터리 작동상태 등 전반적인 선박상태에 대한 정보가 중앙 관제시스템으로 전송된다. 이 같은 데이터를 통해 주행가능거리 및 선박상태를 실시간 보고서로 제공하게 된다.

내수면 또는 해양에서 배터리 이상이나 사고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구조요청 신호가 자동으로 발신되는 기능도 갖고 있다. 때에 따라 해경이 출동해 구조를 하거나 배터리 교환 긴급 출동선이 급파될 수 있다. 이 밖에 비상 충전이 가동되거나 중앙관제시스템에 의해 무인 운행도 가능하다.”

- 기술적 부분 이외에 엘지엠이 내세울 만한 장점은.

“다년간의 노하우를 통한 기술력과 특허 장벽이 첫 번째 장점이라면 국내벤처기업으로서는 갖기 힘든 국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주주 구성을 보면 미국,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폭넓다.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했던 주주들의 네트워크가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매출액 대비 3~4배 이상의 금액을 R&D 분야에 매년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5년 간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100억 원이 훌쩍 넘었다. 기술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에 매출이 적게 나와도 미래를 위해 R&D 투자에 집중했다. 국내벤처기업으로 기술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폭 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미국 시장 공략법은 무엇인가.

“2015년 기준 미국 보트 시장 가운데 엘지엠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세일링 요트의 시장 비중은 15.1%로 총 160만대 수준이다. 미국 요트의 평균 선령은 21년 정도인데 현지 조사에 따르면 요트엔진의 교체 시기가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그간 선령 20년 이상된 요트 엔진은 연비가 떨어지고 운항 중 기름 유출도 다수 발생돼 골칫거리였다. 엘지엠의 전기 동력 추진체로 엔진만 교체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앞으로 환경적, 제도적 규제 강화로 노후화된 요트 엔진에 대한 교체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전략은 ‘선 주문·후 제작 배송’ 방식이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펀딩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총 3000만 달러 수준의 펀딩 금액에 대해 협의 중에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해 내년 2/4분기 중으로 미국에서 로드쇼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인 현지 지사장을 필두로 열심히 뛰고 있다.”

- 중국 측에서도 반응이 좋다는 얘기가 있다.

“중국에서는 샘플 오더를 통해 시연 활동을 하고 있다. 중국의 요트 시장이 연평균 45.9%씩 성장하고 있지만 일단 어선에 집중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환경에 대한 규제와 지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책 결정에 나라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편이라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 중국 내수면용 어선만 해도 한국에 있는 전체 어선 수의 10배 이상이다. 수조 원에 달한다. JV(Joint Venture) 협의가 진전되고 있는 등 중국 관계자들을 통해 구매와 투자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 성과가 나오고 있는가.

“올해를 기점으로 점점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1월에는 해양수산부와 수협에 국내 유일 전기어선 보급 사업 공식 기업으로 등록됐고 4월에는 72억 원 규모의 제주도-우도간 유람선 공급 계약도 맺었다. 9월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본부에서 시제품 제작 의뢰를 받아 진행 중이다. 연 60억 원 규모다.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7월에는 신장시 카라준 자치구와 22억 원 규모의 구매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1000대 분량의 요트 선주문이 들어와 계약금 150만 달러(약 16억 원)를 받았다.”

-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시설투자도 계획하고 있나.

“국내, 미국, 중국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목표와 군산 중 한 곳에 1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약 1000대 양산 규모의 공장을 만들 계획이다. 해외에는 합자사를 통해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미국 공장 투자규모는 2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서 약 1000대 가량 생산할 수 있다. 미국 현지 공장 부지 확보를 위해 협의 중이다. 중국과 유럽 시장 수요를 담당할 공장도 계획 중이다. 현지 생산라인이 구축되면 2022년 매출이 약 50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중소벤처기업인으로서의 고충 혹은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나.

“모회사의 노하우 축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은 수월하게 넘어갔다. 가장 힘들고 답답했던 부분은 우리가 예측한 시기에 시장이 커지지 않아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과정에서 관련 제도나 법령이 미비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제도 정비 필요성에 대해 설득해도 해수부, 국토부, 산자부, 환경부 등 얽혀 있는 관계 부처들이 많아 이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등 우리 노력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도 답답했다.

엘지엠 원준희 대표. (사진=이규연 기자)

최근에는 ‘친환경 선박의 개발·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선박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는 등 입법 준비도 이뤄지고 있는데 정책적 다양성 측면에서 해양레저 부분에 대한 지원도 조금 더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전보다 국회와 정부에서 전기 선박 육성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크게 조선·해양업계를 보면 여전히 조선업계에 지원이 집중되는 편이다. 편중되지 않은 지원 방향과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 CEO로서 최종 목표는.

“최종적 목표는 배터리 플랫폼 비즈니스다. 엘지엠을 포함한 레오모터스의 배터리를 자동차, 선박, 버스, 스쿠터 등 이동수단에 활용하면서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저희 회사의 지향점이다. 향후 배터리 플랫폼 구축을 위한 포트폴리오에 배터리 생산도 포함돼 있다. 미래의 정유사 역할을 담당하리라 기대한다.”

원준희 CEO 약력

세종대 항공우주공학 학사

한성대 융합기술학 석사

前(주) 레오모터스 책임연구원

現 엘지엠 CEO

現 중소기업청 평가위원

現 산업기술평가관리원 평가위원.

대담=박종진 편집국장, 정리=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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