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9곳 증권사 CEO, 절반 이상 교체 가능성

“더 이상 낙하산 안 돼” IBK투자증권, 내부 출신 사장 선임

교체 가능성 CEO는…KBㆍNHㆍ삼성ㆍ하나ㆍ하이투자

유상호ㆍ권용원ㆍ나재철 사장, 장기 집권 가도 이어 가나

윤용암ㆍ김원규 사장, 호실적에도 그룹 쇄신 바람에 거취 불투명


증권사 CEO 교체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지난 9월 임기가 끝난 신성호 사장의 뒤를 이어 김영규 전 IBK기업은행 IB그룹 부행장이 IBK투자증권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 IBK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임기 만료되는 증권사 CEO는 KB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IBK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 등 9곳, 10명이다. 업계에서는 인사태풍이 휘몰아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각 증권사들의 경영진 교체 가능성에 대해 살펴봤다.

IBK투자증권, 낙하산 시선에 내부 인사로 수장 선출

김영규 신임 IBK투자증권 사장 선임은 깜짝 인사로 평가된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IBK투자증권 지분 83.86%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행이 사장 후보로 정기승 한양대 특임교수를 유력하게 바라본다는 이야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의 지분 51.8%를 기획재정부가 보유하고 있어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역대 IBK투자증권 사장 자리는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신성호 사장은 박근혜 정권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의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일었고, 조강래 전 사장도 박근혜 정부와 인연이 깊은 인사로 분류된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에도 IBK투자증권 수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인 임기영·이형승 전 사장이 연이어 맡았다.

이런 이유로 19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금융제도개선특별위원장을 맡았고 대선 승리 이후 민주당으로 표창을 받은 정기승 교수의 IBK투자증권행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금융공기업 낙하산 방지 입법이 추진되는 등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이 방향을 틀어 내부 출신을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가 최근 비리 의혹이 불거진 KTB투자증권 사외이사라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다.

장수 CEO, 연임 가도 이어 가나

CEO 평균 임기가 3.5년에 불과한 증권업계이지만 오랫동안 수장을 맡고 있는 증권사 CEO들도 있다. 업계 최장수로 11년째 CEO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9년 동안 교보증권 CEO를 이끌어 있는 김해준 사장과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그리고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5년)이 주인공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내년 2월, 김해준·권용원·나재철 사장은 3월이 임기 만료다.

10차례 연임에 성공해 11년째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상호 사장의 11번째 연임 가능성은 높다. 유 사장은 비교적 젊은 나이인 만 47세인 2007년 CEO로 임명된 뒤 글로벌 금융위기와 업계 불황에도 탁월한 리더십으로 한국투자증권을 업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실적도 호조세다. 연결기준 3분기 순이익 402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7.2% (2252억 원) 증가한 수치로 현재까지 발표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증가세이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와는 50여억 원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하는 모양새다.

실적 호조에 초대형 IB(Investment Bank·투자은행) 사업 선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발행어음 사업을 처음으로 인가받으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본격적인 시동을 건 한투증권은 올해 목표치인 1조원의 절반을 지난달 27일 판매 이틀 만에 달성하면서 자금 몰이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내실 다지기와 외연 확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유 사장의 연임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고 있다. 유 사장은 차기 금융투자협회 회장과 우리은행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최장수 증권사 CEO의 길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9년 키움증권 수장이 된 권용원 사장은 9년째 키움을 이끌고 있다. 키움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3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48.8% 증가했고 올해 전체 순이익은 전년보다 26.4% 늘어난 2278억 원으로 추정되는 등 올해에도 견고한 실적을 보여줬다. 2015년 최대 실적(2414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꾸준히 2000억 원 이상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433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19.44% 하락했고, 당기순이익도 322억 원으로 25.19% 줄어들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연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4분기 실적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2012년 대신증권 사장 자리에 올라 2016년 연임에 성공한 나재철 사장은 두 번째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나 사장은 올해 초 여의도에서 명동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대신증권을 포함한 대신금융그룹 모든 계열사가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많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만족하는 모습이다. 대신증권 올 1~3분기 당기순이익은 1011억 원이다. 전년 대비 59.7% 늘어난 수치다. 나 사장이 대표이사에 처음 올랐던 2012년 3분기 누적 순이익보다는 90.23% 올랐다.

교보증권 김해준 사장, 5연임 불투명…실적 하락에 금융 당국 제재까지

10년 가까이 교보증권을 이끌고 있는 김해준 사장은 신탁 및 기업금융(IB) 부문에서 경쟁력을 크게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15년에는 연결 기준 매출액 1조310억 원, 순이익 789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16년 ‘4연임’ 성공의 발판이 된 건 당연한 이유였다.

‘5연임’을 준비하고 있는 김 사장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교보증권의 순이익은 623억 원으로 21% 감소했다.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교보증권은 올해 상반기 매출 5732억 원, 순이익 36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22% 줄어들었다. 3분기 순이익 역시 169억 원으로 전년보다 11.4% 감소했고, 매출액도 21.6% 줄어든 2174억 원이었다. 증시 호황으로 증권 업계가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교보증권의 하락세는 김 사장에게는 뼈아프다.

교보증권은 올해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주택건설사업 목적 법인인 특수목적회사(SPC) 31개를 설립하고 금융위에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주택건설 사업 시행 업무를 하다가 올해 과징금 1억 2140만원과 기관제재를 받았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는 금융투자업 외 부수 업무를 하는 경우 7일 전까지 금융위에 신고해야 하지만 교보증권은 이를 어겼다. 교보증권은 인수증권 재매도약정 금지와 불건전 인수행위 금지 사항을 위반하기도 했다. 이에 교보증권은 “원만히 해결된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잇따른 위법 행위 적발로 김 사장을 비롯한 교보증권의 신뢰도에게 금이 갔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10년 가까이 교보증권을 끌고 오면서 리더십에 문제가 생긴 결과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연이은 실적 하락과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가 연임을 앞두고 있는 김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교체설 나오는 CEO는…KBㆍNHㆍ삼성ㆍ하나ㆍ하이투자

장수 증권사 CEO들은 연임이 예상되는 반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2~4년차 증권사 CEO들은 교체 바람에 좌불안석이다.

KB증권은 윤경은ㆍ전병조 공동사장의 불안한 동거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올해 말 임기가 마무리되는 KB증권의 윤경은·전병조 각자 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단독 대표를 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로서는 새 인물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KB증권 내부에서는 공현무 법인영업부문장(부사장)과 김성현 IB 총괄본부장(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KB금융지주 소속 임원인 전귀상 기업투자금융(CIB) 총괄 부사장과 이동철 전략총괄 부사장, 박정림 자산관리(WM) 총괄 부사장 등도 물망에 오른 상황이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의 거취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달려있다.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금융투자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이 사장은 김 회장이 임명한 인사다. 김 회장이 연임할 경우 이 사장 역시 하나금융투자를 계속 이끌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투자는 상반기 순이익 580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73.7% 증가하는 등 실적도 좋다.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금융지주 회장 인사와 관련해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CEO와 가까운 분들로 구성하고 연임에 유리하도록 짜가고 있다는 논란이 있다”며 셀프 연임에 제동을 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으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만한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이다.

DGB금융지주를 새 주인으로 맞는 하이투자증권의 수장 교체도 점쳐진다. 주익수 하이투자증권 사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주 사장은 2016년 취임 이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 3분기(누적) 당기순이익에서 5억1200원을 달성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그 동안의 실적을 만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NH투자증권·삼성 사장, 그룹 세대교체 바람에 교체 목소리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2013년 우리투자증권 사장으로 선임된 뒤 2014년 회사가 NH농협금융에 인수돼 NH투자증권으로 거듭나면서 지금까지 줄곧 사장을 지키고 있다. 올 3월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김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다. NH투자증권은 3분기까지 3860억 원의 영업이익과 282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2016년도 영업이익(3019억 원)과 당기순이익(2362억 원)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금융위로부터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지정되는 기염도 토했다.

그러나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끝나가면서 인적 쇄신 바람에 김 사장의 연임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김용환 회장 임기 만료에 맞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NH농협금융 계열사의 인사권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쥐고 있지만 중앙회가 NH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사장의 거취는 새 농협금융지주 회장 선임 이후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1월 3년 임기를 채우는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자산관리 부문의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조직개편을 통해 리테일본부 내 조직이던 초우량고객 전담 ‘SNI사업부’를 윤 사장의 직속 부서로 별도 분리해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인 고객을 직접 챙기며 고액 자산가들의 이탈 움직임을 막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도 기록했다. 삼성증권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092억 원으로 전년 동기 1488억 원보다 40.59%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윤 사장의 연임은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사장 승진자들이 모두 50대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에 60대인 윤 사장의 연임 여부를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계열사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11월 55세인 전용배 삼성화재 부사장이 삼성벤처투자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된 것이 금융 계열사 사장단의 세대교체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1960년생으로 그룹 금융 계열사 대표 가운데 비교적 젊은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1961년생인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 등이 차기 삼성증권 사장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재임 3년차 돼야 경영성과 나와”…교체만이 능사 아냐

증권사 CEO들의 연이은 임기 만료가 예정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교체 흐름이 실적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1~2016년 국내 증권사 CEO 평균 재임기간은 3.5년이다. 보통 국내 증권사 CEO들은 2년 또는 3년 임기를 기본으로 재임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 투자은행 CEO의 경우, 대형사는 약 6년, 중형사는 약 10년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일본은 평균적으로 4년이 넘는 기간의 임기를 보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장기재임에 성공한 CEO들은 재임 3년차 이후 장기간 지속적으로 우수한 경영성과를 보였다”며 “이들의 선임 직후 초기 2년간 경영성과는 여타의 CEO와 다르지 않아 선임 후 단기간의 경영 성과만으로 CEO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임 후 2~3년 기간의 경영성과는 전임 CEO의 영향 등에 따른 증권회사 경영여건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새로운 경영전략이 시장에서 평가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의 경영성과만으로 해당 CEO를 평가하는 것은 어렵고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상당수 증권사 CEO들은 단기 임기로 인해 비전과 철학을 경영전략에 반영한 성과를 가시적으로 내기도 전에 자리를 떠나고 있고, 후임자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CEO를 선임한 이사회 및 지배주주들이 CEO가 본격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6년 이상 장기재임한 CEO들이 재임 초기보다 재임 중반 이후부터 우월한 경영성과를 냈던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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