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ㆍ우리ㆍ하나카드 수장 동반교체 가능성…삼성카드도 물망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실적 하락 속 연임 가능성↓

주저앉은 우리카드 실적…유구현 사장, 3연임 물 건너가나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2년 연속 호실적…지주회사 연임이 변수

어수선한 삼성그룹 인사…원기찬 사장, 물러나나 수평이동하나


카드 업계 CEO들의 임기 만료가 도래하면서 연임과 교체 가능성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카드수수료 인하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올해 실적이 신통치 않으면서 해당 CEO들의 교체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8월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8월부터 평균 2% 내외인 연 매출 3억∼5억 원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1.3%로 낮췄다. 연 매출이 2억∼3억 원인 가맹점은 1.3%에서 0.8%로 인하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우리, 하나카드 등 3개 카드사의 CEO의 임기가 곧 종료된다.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과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은 올해로,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2020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교체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임기 만료가 다가온 3개사 수장이 모두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내외적인 불안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6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에 시장금리도 본격적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반면 법정 최고금리는 현행 연 27.9%에서 24.0%로 인하될 예정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이 증가하지만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는 낮춰야 한다. 카드사 수익원인 카드론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영업자 부담을 덜기 위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드업계는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율 적격비용을 재산출한다. 재산출 논의 시기가 바로 내년이다. 수수료율 체계를 재조정한 뒤 2019년부터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카드업계 간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도 상황이 불안정하다. KB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수장 변경,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임 여부 등 외적 환경 변화가 있어 조직 내부가 어수선하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윤웅원, 잇따른 실적 악화에 새 은행장 부임으로 교체 가능성↑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다만 회사 안팎에서 교체 시그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KB금융지주 및 KB국민은행에서 경영관리부장과 전략기획부장을 거쳐 재무최고책임자(CFO)를 지낸 윤 사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했다. 미래사업본부 산하 빅데이터, 핀테크, 신사업 등 새 수익원 창출을 위한 조직 정비에 나선 한편, 스타트업 투자·글로벌 진출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소기의 성과도 기록했다. 지난 4월 미국 신용카드 전표 매입사인 UMS와 합작법인 설립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 최대 한인은행 뱅크오브호프와 손잡은 것이다. 업계 최초의 미국 카드시장 진출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로부터 국제신용등급 ‘A-’를 받으며 해외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그러나 실적 측면에서는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윤 사장 취임 직전인 2015년 KB국민카드의 당기순이익은 3550억 원이었다. 신한카드(6948억 원)에 이어 업계 2위였다. 333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삼성카드를 약 200억 원 차이로 따돌렸다.

그러나 취임 직후인 2016년부터 전세가 뒤집혔다. 2016년 1분기 기준 KB국민카드의 당기순이익은 952억 원으로 삼성카드(1021억 원)에 69억 원가량 뒤처지기 시작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두 카드사 격차는 3분기 누적 약 720억 원이다. 국민카드의 올 1~3분기 순이익은 23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2354억 원에 비해 15억 원(0.64%) 감소했다. 3분기(7~9월) 순이익은 지난해 821억 원에서 올해 804억 원으로 17억 원(2.07%) 줄었다.

최근 임명된 허인 국민은행장보다 나이가 많다는 점도 교체 가능성 중 하나다. 윤 사장은 1960년생으로 허 행장(1961년)보다 한 살이 많다.

정수진 사장, 연일 실적 개선…지주 회장 연임 여부에 거취 달려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은 옛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화학적 통합을 순조롭게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정 사장 취임 이후 하나카드의 실적은 향상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 50억 원으로 첫 흑자전환을 이룬 뒤 작년 당기순이익 75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647%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연임의 발판이 된 것은 당연하다. 올해 역시 누적 3분기 순이익이 973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수치다. 두드러진 점은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3분기 실적이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 8월부터 시행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업계 1위인 신한카드(15.7%)를 비롯해 2∼3위인 삼성카드와 KB도 6.3% 순이익이 줄었다. 이에 반해 하나카드는 8.2% 증가한 22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Q(원큐)카드 시리즈의 판매 호조와 그에 따른 영업력 확대, 마케팅 비용 절감, 외환카드와의 통합비용 상쇄 등 체질 개선을 통한 비용절감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실적 선방에도 정 사장의 거취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에 달려 있다. 김 회장의 임기는 정 사장과 마찬가지로 내년 3월까지다. 최근까지 업계 안팎에서는 3연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회장 역시 3연임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경쟁이 가능하거나 유력한 경쟁자를 인사 조치해 주변에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연임 분위기를 조성한 게 사실이라면 CEO로서 중대한 책무 유기”라며 ‘셀프 연임’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에 지주회장 연임여부가 정 사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들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 신임 행장 손에 연임 달려

2015년 1월 취임한 우리카드 유구현 사장은 지난 3년 동안 우리카드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 왔다. 유 사장은 성과를 인정받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우리카드의 조직안정과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실적을 따져보면 유 사장의 3연임은 불투명하다. 취임 첫해인 2015년 당기순이익 1168억 원을 기록했지만 2016년에는 1093억 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올해 성과도 신통치 않다. 올 3분기 누적순이익이 전년 동기 924억 원 대비 12% 줄어든 813억 원으로 집계된 것이다.

지난 2013년 출범 이후 한때 10% 가까이 오르던 시장 점유율도 3분기에 다시 8%대까지 떨어졌다. 3분기 우리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사용액 기준 전 분기 대비 0.25% 하락한 8.85%를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기업과 법인영업에 강했는데 최근 국세매출이 줄어든 여파가 작용했다.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하나카드에게 순이익 측면에서 추월을 허용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 우리카드는 61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하나카드 751억 원보다 뒤처졌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중도 사퇴도 유 사장 연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전 행장은 같은 상업은행 출신인 유 사장을 이 행장 체제 출범과 동시에 우리카드 수장으로 발탁했다. 유 사장은 2015년 1월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이 행장에 대해 “같이 오래 근무해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며 각별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행장이 채용 비리 파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한일은행 출신 손태승 은행장이 새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실적 및 점유율 감소로 인해 인사 쇄신 명단에 유 사장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유 사장은 앞서 사장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이 빚기도 했다. 우리카드의 실적이 양호한 상황에서 강원 전 사장이 1년 4개월 만에 특별한 이유 없이 유구현 사장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박근혜정부 실세였던 최경환 의원(당시 기회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과의 관계를 의심했다. 유 사장은 최 의원과 같은 대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최 의원은 1955년 생으로 유 사장보다 두 살 많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역시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협회) 출신이었기에 낙하산 논란이 증폭된 바 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교체? 삼성증권 이동?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하며 임기를 2020년까지 늘렸다. 2013년 12월 취임 이후 원 사장은 삼성카드를 업계 2, 3위권에 유지시키며 성과를 보여왔다. 올해 실적은 나쁘지 않다. 삼성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918억 원으로 시장전망치를 상회했다. 누적 순이익은 305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늘었다. 지난 8월부터 적용된 영세·중소 가맹점 범위 확대에 따른 가맹점수수료 수익 감소에도 취급고 및 상품자산 증가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준수한 실적에도 업계에서는 원 사장의 교체가 계속 거론되고 있다. 올 초 연임은 삼성 그룹이 비상 상황인 시점에서 내려진 조치로 임기에 큰 의미를 두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퇴진 등 시급한 삼성전자 인사가 처리된 상황에서 미뤄뒀던 인사가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 사장의 거취는 금융계열사 인사 흐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원 사장을 제외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 금융 계열사 CEO는 모두가 60대다. 앞서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50대 CEO로의 세대교체’였기에 대거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 사장이 삼성증권으로 수평 이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60세를 넘긴 연령에 연임한 상태여서 3연임 가능성에 대한 이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계열사에서는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 부재로 CEO 교체 및 이동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원 사장의 인사가 내년 초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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