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상생 못하는 거대 다국적기업

노조원 차별 논란…임금ㆍ진급 놓고 뚜렷한 시각차

노조 “사측이 환경사고 은폐…직원 피부 트러블 발생”

사측 “환경부 담당자 확인 결과 문제없어”

쓰리엠이 지난해 7월에 독성물질 검출된 항균 필터 제조사

한국쓰리엠 노동조합과 사측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 노사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 핵심 이유는 임금 문제와 진급 문제다. 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노사갈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원들에게 낮은 고과점수를 주는 방법으로 노조원들의 진급을 어렵게 만들어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노조가 노동부 및 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단 한 건도 차별 판정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쓰리엠은 테이프, 접착제, 마스크 등을 만드는 다국적 제조업체이며 사장은 인도에서 태어난 아밋 라로야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053억 원이었으며 이것은 전년(1조5731억 원)에 비해 10.7% 감소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25.2% 줄었다.

노조원 차별한다 vs 아니다

노사갈등 원인 중 첫 번째는 임금 문제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며 “사측은 자신들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3%)에서 단 1%도 더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쓰리엠 노조는 2009년에 출범했다.

노조 측은 “2014년에 단체협약을 맺은 이후 투쟁기간 6년 동안 조합원들이 너무 지쳐서, 2015년도에도 회사가 주는 대로 받고 지난해도 그대로 받았다”며 “사측에 2017년도에는 사측이 임금 안을 가져오면 더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측은 올해에도 자신들이 주는 대로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경쟁력 있는 임금 및 성과에 따른 임금 철학에 따라 합리적인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며 “임금 결정 방식은 노조의 참여 하에 이뤄졌고, 회사는 수차례에 걸쳐 협상 재개를 요청했으나 임금교섭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쓰리엠 현장직(생산직) 급여체계의 특징은 호봉제가 아닌 개별임금제를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관계자는 “한 부서에 20명이 있다고 하면 그들에게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긴다”라며 “1점을 받은 사람은 급여가 안 오른다. 점수를 잘 받은 사람은 급여를 많이 받지만 조합원들에게는 낮은 점수를 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차가 되면 호봉제로 진급이 됐던 규정들을 회사가 바꾼 것”이라며 “어느 정도 위치에 진급이 되려면 반장이나 조장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노조원들은 대부분 반장이나 조장을 시켜주지 않아서 진급의 길을 막아버렸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사측은 실제로 노조원에 대한 승진차별이 있는지, 줄 세우기식 근무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당사는 형평성 및 공정성을 바탕으로 성과평가를 실시한다”며 “노조가 노동부 및 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단 한 건도 차별 판정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영만 노무사는 노조원에게는 낮은 인사고과 점수를 주고 비(非)노조원에게 높은 인사고과점수를 줬다면 노동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조합원 유무만으로 결정된 것이라면 불이익취급,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고액 배당도 논란

노조는 노조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 외에도 올해 7월 28일에 발생했던 환경사고가 은폐됐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 환경사고는 한국쓰리엠 나주공장에서 화학물질이 누출된 사고를 말한다.

한 한국쓰리엠 직원은 이 사고에 대해 “누출된 물질은 혼합물질”이라며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테이프 접착제 원료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동을 하는 와중에 햇볕 때문에 발열반응이 나왔다”며 “누출된 물질 때문에 직원 두 명에게서 피부 트러블이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두 명의 직원에게서 피부 트러블이 나타났지만 한 명의 직원은 비(非)노조원이었고 다른 한 명만 노조원이었다. 피부 트러블이 발생한 직원 중 한 명이 노동조합원이었지만, 그 직원에게 회사가 불이익을 줄 것 같아 당시 노조에선 이 문제를 지적하지 못했다.

노조의 유해물질 누출 관련 주장에 대해 사측은 “한국쓰리엠은 높은 수준의 환경 관련 규정을 가지고 있으며 관련 법규를 엄격하게 준수한다”며 “지난 7월 나주공장에서 접착제 용액 원자재(일반 화학물질)가 공장 안에서 누출된 바 있으나, 주변 환경에 영향이 없도록 즉각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환경부 담당자에게 해당 내용이 보고의 대상이 아닌 것을 확인 받았다”며 “노조가 해당 내용에 대해 환경청에 민원 제기를 했으나 한국쓰리엠의 조치는 모두 적법한 것으로 결론 난 바 있다”고 해명했다.

한국쓰리엠은 지난해 독성 물질 검출 항균필터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한국쓰리엠은 지난해 7월 환경부 조사 결과 독성물질 옥틸이소티아졸린(OIT)이 나온 공기청정기·차량용 에어컨 항균필터 제조사임이 드러났다.

한국쓰리엠은 올해 들어서도 생산제품 중에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이 들어있는 제품이 있어 지적을 받았다. 올해 1월에 욕실세정제·강력접착제, 3월에 자동차용 코팅제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다. 환경부는 제품 회수 명령을 내렸다.

올해 3월에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이 쓰리엠 안전 장갑을 조사한 결과 독성 물질인 디메틸포름아미드(DMF)가 검출됐다는 발표도 나왔다.

노조는 한국쓰리엠의 고배당도 문제로 지적했다. 근로자 임금은 많이 올려주지 않으면서 미국 본사가 배당은 많이 챙겨간다는 이야기다.

한국쓰리엠은 배당을 통해 한국에서 번 이익 가운데 2015년 5765억 원, 2016년 1499억 원을 해외 쓰리엠 본사로 보냈다. 또 미국쓰리엠과 기술도입계약을 맺은 대가로 2015년에는 278억 원을 냈으며 지난해엔 364억 원을 보냈다.

고배당 문제 지적에 대해 한국쓰리엠 관계자는 “임금인상은 업계의 수준 및 성과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배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쓰리엠 측은 “한국쓰리엠은 노사문화상 및 한국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상을 다수 수상했고 생산직(조합원 포함) 직원 퇴직률 0% 그리고 생산직 여직원이 정년퇴직하는 직장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에 투자하고, 임직원들과 함께 동반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의 IP직군(제품 검사 및 포장 업무 직군)에 대한 정규직 전환 주장에 대해선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당사에는 무기계약직이 존재하지 않으며, 노조에서 IP직군 (제품 검사 및 포장 업무 직군)이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무기계약직으로 오해한 것에서 비롯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해고자 복직에 대해 사측은 “모든 쓰리엠 직원에게 취업규칙이나 윤리강령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폭행이나 규정 위반으로 징계 해고된 조합원이 있지만 이는 원칙에 따라 진행되었고, 이는 해고무효 소송 결과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곽호성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