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회피하기에 급급… 회원사 보호는(?)

현대홈쇼핑, 경고만 한 것인데 광고·판매 중지까지

거래계약서 조항에 맞지 않는 대처였던 것으로 드러나

제3자의 지적재산권 침해 주장… 홈쇼핑사의 회원사 보호 부족 문제 지적돼

제3자의 지적재산권 침해 주장에 판매회원사 보호에 소극적이고, 지나치게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현대홈쇼핑의 사례가 밝혀졌다. (사진=현대백화점 홈페이지)
한민철 기자 , 김소현 기자

판매회원사의 제품이 제3자로부터 지적재산권 분쟁이 제기됐음에도, 회원사 지키기보다 분쟁 회피에 급급했던 현대홈쇼핑의 아쉬운 사례가 뒤늦게 밝혀졌다.

밀폐용기 전문업체 A사는 지난 2013년 여름부터 현대홈쇼핑 등 주요 홈쇼핑 회사를 통해 자사 주요 제품을 광고·판매하기 시작했다.

A사 제품은 홈쇼핑 방송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이로부터 약 6개월 후 A사 그리고 A사의 제품을 광고하는 현대홈쇼핑 등의 홈쇼핑사들은 B사로부터 ‘항의’를 받게 된다.

향후 밝혀진 B사의 당시 항의 내용은 A사가 현대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하는 밀폐용기 제품이 자산들의 특허권을 침해해 생산됐다는 주장이었다.

B사가 자체적으로 사실 확인을 해본 결과, A사도 현대홈쇼핑 등에 나오는 자사 밀폐용기가 B사가 발명해 특허를 받은 핵심적인 기술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일부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B사는 A사에 특허권 침해 소지가 있는 제품의 제조 및 판매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 얼마 후에는 현대홈쇼핑 등에 같은 취지의 ‘경고장’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B사는 “A사의 밀폐용기가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고, 이 특허권이 정당하게 보호될 수 있는 사업환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라는 내용을 담아 현대홈쇼핑 등의 회사에 보내며, 문제가 된 A사 제품의 광고·판매를 중단해 줄 것으로 촉구했다.

이에 현대홈쇼핑 등의 홈쇼핑사들은 이 경고장을 접수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2014년 11월부터 약 반년 동안 A사 관련 제품의 광고·판매를 중단했다.

홈쇼핑 업계에서 A사의 사례처럼 판매회원사의 제품이 자신들의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법적인 분쟁을 벌이는 경우는 종종 있다.

이때 가장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이들은 바로 홈쇼핑사들이다. 특허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회사의 주장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판매회원사 제품의 광고·판매를 중단하는 것도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엄밀히 말해 홈쇼핑사들이 우선순위에 둬야 할 쪽은 바로 회원사다. 때문에 만약 이들 회원사가 특허권 침해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다면, 이들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수밖에 없다.

반대로 B사의 경우처럼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는 회사가 홈쇼핑사에 경고장까지 발송하며 관련 제품의 광고를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홈쇼핑사가 회원사의 이익을 보다 강조하며 이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향후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이에 대부분의 홈쇼핑사들은 이처럼 자신들이 광고하는 제품에 특허권 침해 등 논란이 생기는 경우를 대비해, 판매회원사 이용약관에 관련 조항을 반영하고 있다.

주로 특허권 침해 등의 논란이 발생하면 관련 제품의 광고를 즉각 중단하는 등 판매회원사들의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GS홈쇼핑의 경우 A사와의 거래기본계약서 약관에는 ‘GS홈쇼핑에 납품되는 상품과 관련해 제3자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경고가 접수된 경우,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라고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약관내용은 홈쇼핑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적용하고 있다. 유명 쇼핑몰인 G마켓은 판매회원사 이용약관 내 금지행위 중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했을 경우 해당 상품은 상품등록이 거절되거나 제한상품으로 등록된다’라는 내용의 저작권 침해 금지 조항을 게재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저작권 침해 금지 조항을 위반한 제품에 대해 쇼핑몰 측은 매매부적합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고, 사전 통보 없이 관련 상품의 광고·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현대홈쇼핑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항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3자로부터 홈쇼핑사에서 다루는 제품이 자신들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홈쇼핑사들은 판매회원사의 양해를 구해 해당 제품의 광고·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

때문에 A사는 B사에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현대홈쇼핑 등으로부터 제품 광고 등의 중단을 통보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얼마 뒤 B사와 법적분쟁을 벌였던 A사는 특허심판원으로부터 문제가 된 자사의 밀폐용기가 B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심결을 받게 됐다.

이에 A사는 B사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수개월동안 현대홈쇼핑 등을 통해 제품의 광고·판매를 할 수 없었다며, 수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근 A사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막대한 손해와 정신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A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B사 주장에 따라 ‘성급하게’ 제품의 광고·판매를 중단시킨 홈쇼핑사들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적재산권 침해 주장으로 향후 법적인 분쟁에 말려드는 것이 홈쇼핑사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판매회원사를 우선적으로 대변해줘야 할 홈쇼핑사가 지나치게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GS홈쇼핑처럼 거래기본계약서 약관에 제3자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경고가 접수된 경우 상품의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면 사전 동의가 됐다는 의미로서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당시 현대홈쇼핑이 A사와 작성한 거래계약서 약관 중 지식재산권 침해 접수와 관련된 내용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실제로 당시 현대홈쇼핑의 거래계약서의 해당 조항에는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제3자로부터 민·형사상의 법적 분쟁이 제기된 경우 협력회사(A사)는 자신의 책임과 부담으로 처리하고, 이로 인해 현대홈쇼핑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이 조항의 내용과 당시 상황을 비춰봤을 때 현대홈쇼핑이 A사 제품의 광고·판매를 중단했다는 부분은 납득하기 힘든 점이 있었다.

우선 이 조항에는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된 제품의 광고·판매를 중단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현대홈쇼핑은 관련 분쟁에 있어 책임지지 않고, 향후 이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다면 손해를 배상해 줘야 한다는 ‘철저한 자사 중심’의 조항이었다.

특히 GS홈쇼핑은 ‘경고가 접수된 경우’라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이는 분명 B사가 발송한 경고장에 적용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홈쇼핑은 지적재산권 침해 관련 문제로 자사 및 판매회원사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시점은 경고가 접수됐을 때가 아닌 ‘민·형사상의 법적 분쟁이 제기’됐을 경우였다.

현대홈쇼핑이 A사 제품의 광고·판매를 중단한 시기는 민·형사상 법적 분쟁이 제기됐던 때가 아닌, 단순히 B사로부터 경고장이 발송됐던 것에 불과했다.

때문에 사실상 거래계약서 조항에도 맞지 않았던 대처였고, 판매회원사 보호에 다소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무엇보다 현대홈쇼핑 등이 A사와의 거래계약을 통해 밀접한 이익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B사 측 주장에 대한 철저한 사실 확인 및 A사와의 충분한 협의 그리고 동의요구 등의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현대홈쇼핑 등은 사실상 일방적으로 제품의 광고·판매를 중단하는 등 분쟁만을 피해가려는 태도를 보이며 억울한 회원사의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대홈쇼핑 관련자는 “당사는 판매자로서 B사로부터 내용증명을 접수하게 되면, 당사도 내용증명 수령 이후 판매한 건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형사고발 대상이 되기 때문에 방송을 잠정 보류하게 된다”며 간략한 입장을 밝혔다.

한민철 기자 ,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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