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산호 기름 유출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인근 어민들의 개별 소송

기름 유출사고로 이제 막 시작한 가리비 양식업 포기해야 했던 A씨

사측 책임 부분에 명백히 선 그으려 했던 GS칼텍스… 일부 패소에 아쉬움 남겨

지난 2014년 여수항 인근에서 발생한 우이산호 기름 유출사고로 주민과 해경, 군인, 시청 직원들 등 대대적으로 기름제거 작업이 이뤄졌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과거 GS칼텍스의 우이산호 기름 유출사고에 대한 인근 어민들의 개별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거나 최근에서야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GS칼텍스는 사고 당시 피해 복구와 보상을 위해 만전을 기하며 기름 유출사고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송과정에서 여러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14년 1월 31일 오전 9시경, GS칼텍스가 수입하는 원유 32만 3157㎘를 적재한 싱가포르 선적의 우이산호는 전라남도 여수항 인근 부두에서 접안을 시도하던 중 GS칼텍스가 소유·관리하고 있던 송유관과 충돌했다.

이에 송유관 안에 있던 나프타와 유성 혼합물 등 다량의 원유가 바다에 유출됐다. 당시 해양수산부의 이 사건과 관련된 현안 보고에 따르면, 원유의 유출량은 164㎘였다. 향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실제 유출량은 이보다 훨씬 많은 800~900㎘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고 지점 북서쪽 묘도 일원 및 남쪽 오동도 해상까지 기름이 퍼졌다. 사고 지점에서 5km에서 6km 해안에도 기름이 부착돼 심각한 환경오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태였다.

무엇보다 당시 사고 관련자들이 원유의 실제 유출량과 사고 규모를 축소·은폐하려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가담했던 GS칼텍스 여수공장장 등이 구속돼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GS칼텍스 법인도 유출량을 축소한 데 책임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당시 사고 원인을 두고 접안을 시도하던 우이산호 도선사의 부주의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그런데 법원은 GS칼텍스 역시 소속 직원들이 송유관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기에 인근 바다로 원유 유출을 확대시켰다고 결론을 내렸다. 때문에 GS칼텍스는 이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도 사고 직후 해수부를 중심으로 대책본부가 꾸려져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해수부와 여수시 그리고 GS칼텍스 측이 원유 유출로 인한 피해 주민들과 간담회 등을 가지며 향후 대책 및 피해보상 처리 문제에 대해 협의를 이뤘다.

이어 사고 발생 1년이 지난 2015년 2월경 GS칼텍스 측은 이 사고로 인해 발생한 피해와 관련해 재산종합보험 보험금으로 약 280억원을 수령했다.

이를 통해 GS칼텍스는 여수와 남해 등 원유 유출로 인한 피해를 겪은 다섯 개 지역에 총 134억여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단순히 보상금 지급에만 머물지 않고, 주변 시설물 복구비용에도 약 20여원을 지출했고, 지역 수산물 구입 지원에도 수억원을 들이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GS칼텍스의 우이산호 기름 유출 사고는 원만히 마무리 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원유 유출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던 일부 어민들 중에는 GS칼텍스 측에 개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이들이 있었다. 관련 소송은 최근에서야 일부 판결이 났고,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어민 역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이산호 사고가 일어났던 인근 해안에서 가리비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던 A씨의 사례가 그랬다.

A씨는 사고가 일어나기 약 반년 전인 지난 2013년 중순 해만가리비 그리고 같은 해 11월경 참가리비를 구입했다.

이어 여수항 인근 해안 양식장에 설치된 어미줄(양식용 밧줄)에 수십여개의 채롱(양식용 바구니)을 달았고, 구입한 가리비를 이 채롱에 가둔 뒤 바닷물에 넣어 가리비 양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이 가리비에 대한 정상적인 채취 및 판매 시기는 해만가리비의 경우 산란 때인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 그리고 참가비리는 역시 산란 때인 매년 3월부터 4월까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채롱에 담긴 가리비. (사진=연합)
그렇게 가리비 양식업을 해오던 A씨는 이를 제대로 채취해보지도 못한 채 우이산호 기름 유출사고를 겪고 말았다.

결국 A씨는 사고로 인해 해만가리비의 채롱이 달린 어미줄 총 33줄 중 4줄에서 밖에 채취를 못했고, 참가리비도 기존 예상보다 적은 양의 어미줄에서 채취를 할 수밖에 없었다.

A씨 측은 이 사고로 인해 채취 및 판매할 예정이었던 가리비 수확량이 줄어들었고, 심지어 정상적인 출하시기를 맞출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출하 시기 지연으로 인한 가리비의 상품가치 하락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기에 우이산호 기름 유출사고의 책임이 있는 GS칼텍스가 수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GS칼텍스 측은 A씨의 주장을 전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해수부가 공개한 우이산호 사고 수습과 관련된 보도자료 내용 등을 근거로 들어 사고 후 실시한 방제 작업 등으로 A씨의 가리비 양식장을 비롯한 인근 해역에 유출됐던 기름이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조류와 함께 바다 멀리 흘러나갔다는 주장이었다.

또 지난 2014년 2월 18일 전후로 실시한 어장환경 조사 결과에서도 여수 인근 해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에서 벤조피렌 등 악성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등 해당 해역의 어장 환경도 안정성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시 말해 A씨 역시 시기상 그리고 상품가치에 있어 문제없이 가리비를 채취 및 판매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GS칼텍스로서는 A씨에 이번 사고를 이유로 다소 무리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묵언의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다분했다.

결국 A씨의 GS칼텍스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는 소송전으로 번지며 법원의 판단으로 넘어갔다.

최근 법원은 A씨의 주장 중 해만가리비의 상품가치 하락과 관련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받아들이며, 이 부분에 대한 GS칼텍스 측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GS칼텍스가 A씨의 피해에 대해 책임이 제한된다는 근거는 해수부가 공개한대로, 사고 후 방제 작업 등을 통해 A씨의 가리비 양식장을 비롯해 인근 해역에 떠있던 기름들이 먼 바다로 흘러가는 등 양식장의 환경상 문제가 없다는 점이었다.

우이산호 기름 유출 사고 당시 기름 제거 작업 중인 마을주민들과 GS칼텍스 인원들. (사진=연합)
때문에 A씨의 가리비에 대한 채취시기를 놓치거나 상품가치가 하락했다는 주장을 사실상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2014년 2월 내지 3월경 A씨의 가리비 양식장 주변에 떠다니는 기름 대부분이 제거돼 A씨가 해만가리비의 산란 전 이를 채취 및 판매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이런 전제에 조금 다른 결론을 내렸다. 사고 발생일로부터 많아야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에서 A씨의 양식장 주변에서 유출된 기름이 남아있지 않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는 설명이었다.

만약에라도 A씨 양식장 인근 해상에 조금이라도 유출된 기름과 관련된 성분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던 상태에서 해만가리비를 채취하면, 기름 냄새가 날 수도 있었고 상품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설명이었다.

무엇보다 해만가리비의 채취 및 판매 시기는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이었다. GS칼텍스 측은 A씨가 사고가 일어나기 전인 2013년 12월부터 사고일인 2014년 1월 31일 전까지 충분히 해만가리비의 채취 및 판매를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양식업자 입장에서 사고 이전에 채취한 가리비 외에 나머지를 사고로 해상 수습이 한창일 때 출하시기를 늦추는 것 외에 대안이 없었고, 이로 인해 가비리의 상품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또 해만가리비의 성장속도는 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산란 시기를 정확히 맞출 수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채 성급히 채취를 하면 역시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A씨의 양식장 관리 소홀이라는 상당히 납득할 수 없는 책임을 물어, A씨의 해만가리비에 대한 전체 손해배상액 중 GS칼텍스가 70%를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심지어 GS칼텍스는 A씨가 요구한 액수의 산정에 있어 가리비의 출하작업 비용 등 생산비용을 빼야 한다며 액수 축소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야심차게 시작한 가리비 양식을 GS칼텍스 측의 기름 유출사고로 인해 1년도 채 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대로 마치 이 사고를 핑계로 삼아 대기업에 거액의 피해보상금을 요구하는 사람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를 무릅쓰고, 자신이 목표로 한 가리비 양식을 포기하게 한 GS칼텍스가 납득가는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전까지 끌고 가 자신들의 책임을 축소하려 했던 GS칼텍스의 태도는 사고 당시 언론 등을 통해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 복구 및 보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GS칼텍스 측은 A씨에 대한 보상건과 관련해 1심에서 손해배상액 조정을 원만히 수용해 종결됐다고 밝혔다.

또 우이산호 기름 유출사고에 대한 기본적인 피해보상은 각 지역 피해대책위원회를 통해 합의해 종료됐으며, A씨의 경우처럼 개별 손해배상 소송 건은 대부분 종결돼 현재 한 건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S칼텍스는 당시 사고 이후 지역사회 공헌의 차원에서 약 50억원 규모로 수산인 복지사업 지원, 수산종묘 방류 사업, 지역마을 지원 등을 진행해 왔다고 덧붙였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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