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 노조 단체교섭 승리 발대식. (사진=한국오라클 노조 제공)

한국오라클ㆍHPEㆍMS 노사 갈등… ‘구조조정’ 충돌

희망퇴직이냐 강요퇴직이냐, 견해차 뚜렷

한국오라클 노조 “사측 인사정책 불투명”

한국HPE 노조 “희망퇴직 강요”

한국MS 노조 “희망퇴직 거부자 대기발령시켜”

사측 “노동법 준수, 노조와 상생 모색”

한국오라클, 한국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노사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미국계 IT3사 노사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최대 이유는 사측의 구조조정이다.

한국오라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 70여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는 전 세계 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어 한국MS가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구조조정 거부 직원들을 대기발령 상태로 만들었다.

한국MS의 경우 지난해 7월 이후 최근까지 50여명이 사직했다. 직원이 440여명이었지만 380여명으로 감소했다.

한국HPE는 2016년 말부터 지난해 10월말까지 네 차례 구조조정을 진행해 120여명을 내보냈다. 지난해에도 조직개편을 했고 새 부서를 배정받지 못해 대기발령 상태인 직원이 11일 현재

6명이며, 출근만 하면서 일을 못 받은 직원이 7명이다.

美 IT3사 노조 불만 확산

한국오라클 노조는 사측이 회사 사업 방향을 클라우드로 바꾸면서 직원들을 여러 이유를 들어 내보내고 새 직원을 지속적으로 뽑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일부 직원의 경우 보상도 없이 자진퇴사의 형식으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승진, 인사 고과, 징계 등 직원들의 인사 관련된 부분이 투명하지 않고 MS의 희망퇴직 프로그램 같은 것도 가동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직원과 접촉해 실태 파악조차 안 되도록 직원을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 회의실, 이메일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한국오라클 사측은 “한국오라클은 대한민국 노동법과 관련 규정을 존중하며 준수하고 있다”며 “또한, 최근 새롭게 출범한 노동조합과 신의성실의 원칙 및 관련법에 의거하여 상호 협의를 지속해오고 있고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오라클 노조의 주장을 확인한 최강연 노무사는 “회의실이나 이메일을 부여하지 않는 것을 갖고 바로 법 위반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순 없다”며 “그러나 정상적인 노사관계가 정립된 곳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부대시설이나 시스템 사용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압적 희망퇴직’ 논란

한국휴렛패커드(HP) 노조는 “사측이 전 세계 조직 슬림화 정책에 따라 리포트 라인 축소와 부서 통폐합을 통해 2020년까지 직원 10%이상을 감원할 예정”이라며 “최근 희망퇴직을 통해 43명의 직원이 HPE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13명이 잡(job)이 없다”고 말했다.

HP노조는 아시아 본부 본사가 조직을 정비하고 있어서 추가 대기발령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휴렛패커드는 4개의 회사로 나눠졌지만 노조는 단일노조다. 한국HP는 2015년 11월 한국휴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과 HP코리아로 분사됐다. 이어 HPE는 1개의 사업부를 분사시켰고 1개의 사업부는 매각했다.

2016년에 120여명을 내보낸 회사는 HPE이며, 현재 구조조정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회사도 HPE다.

한국휴렛패커드(HP) 노조 관계자는 “일부 직원을 배제한 상태에서 조직도를 만들고 조직도에서 제외된 직원들에 대해서 강압적 희망퇴직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마찰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HPE 측은 강압적 희망퇴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국휴렛팩커드가 전 세계 조직 슬림화 정책에 따라 2020년까지 직원을 10%이상 감원할 예정인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HPE Next는 3년에 걸쳐 기업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프로그램”이라며 “HPE는 이에 관한 글로벌 전반의 목표 인원수를 제시하지는 않지만, 해당 프로그램 전반의 3분의 2에 해당되는 부분이 전 세계적인 임직원 구조조정과 연관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결정은 여러 요인에 관한 신중한 고려 및 임직원들이 받게 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행한 후 내려진 것”이라며 “회사 규정상, HPE는 특정 지역에 해당하는 인원수에 대해 밝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휴렛팩커드 노조가 일부 직원을 배제한 상태에서 조직도를 만들고 조직도에서 제외된 직원들에 대해서 강압적 희망퇴직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한국HPE는 임직원의 동의를 기반으로 한 자발적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며 “당사의 결정은 여러 요인에 관한 신중한 고려 후에 내려지며, 임직원들이 받게 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HPE는 “회사 규정상, 당사는 임직원들과 논의 된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기밀을 유지하며 이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HPE노조 측은 “자발적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조직도에서 직원을 뺀 상태에서 나가라고 강요했다”며 “자발적으로 나간 이들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강압적으로 나갔다”고 사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강연 노무사는 “희망퇴직과 구조조정, 경영상 해고는 같은 개념이며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해고)에서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점 등 4가지 절차적 규정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MS도 희망퇴직 강요 논란

MS노조도 희망퇴직 강요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MS노조는 “나이가 많거나 역할이 없어지거나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40여명, 전 직원의 10%에 해당)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선택하도록 강요했다”며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사인하지 않은 사람에게 역할을 제외해 대기 발령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희망퇴직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회사의 제품도 바뀌고 기술도 바뀌므로 그에 따라 필요한 스킬 셋(skill set)이 바뀌어야 한다는 정도”라며 “회사가 회계 상 어렵지도 않고 지난해에 나스닥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회사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또 “아직도 대기 발령 상태인 직원이 2명이 있으나 회사에서는 어떠한 업무도 할당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MS노조는 한국MS의 문제점으로 승진, 인사 고과, 징계 등 직원들의 인사가 불투명하다는 점과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대한 이유 및 세부 내용 공지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을 먼저 꼽았다.

또 노조활동을 위한 회사 시스템 (이메일, 사무집기)을 사용 못하게 하고 있고, 노동조합 게시판 및 노조 사무실을 주지 않고 있으며 제공할 경우 외부지역에 주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MS노조는 노동조합 임원에 대해 불합리한 대기 발령을 유지하고 있고 엔지니어들의 야간 장애 지원을 위한 대기 업무를 하루에 1만원을 지급하며 수행하도록 몇 년째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노조원들에게 접근해 노조 현황에 대해 모니터(감시)하고 주의 및 압박을 시도하며, 일부 노조 임원에 대해서 해외 교육 기회를 박탈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한국MS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회사는 이러한 가치가 고객은 물론 모든 임직원에게 실천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회사는 노사대표 간에 합의된 일정과 방법에 따라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노사의 공동노력을 통해 상생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MS는 “회사는 조직의 변화와 노사 간의 단체교섭 과정 등 모든 과정에서 국내 노동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일각에선 MS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MS가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영만 노무사는 한국MS 노사문제에 대한 질문에 “관련 자료 등의 내용에 따라 달리 평가되거나 이해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노조 임원에 대한 대기발령에 대해서는 부당대기발령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엔지니어들에 대한 야간 지원 업무에 대해 1만원 지급은 야간지원업무가 근로라고 한다면 임금체불이 있어 보이고, 일부 조합원을 통한 노조 활동 모니터, 해외교육기회 박탈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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