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관 보호 덮개 제때 씌우지 않아… 사실상 사고 원인 방치

호반건설 시공한 인천의 한 아파트, 우수관 누수로 세대주 침수 피해 입어

조사결과 호반건설의 우수관 부실시공으로 밝혀져

우수관 설계·시공부터 보호 덮개 씌우기까지 소홀함이 빚어냈던 사고

호반건설 강남 본사.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아파트 시공에서 가장 기본적인 우수관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세대주에 침수 피해를 입혔던 호반건설의 사례가 뒤늦게 밝혀졌다.

아파트 우수관은 옥상에 빗물이 고이지 않고, 원활한 배수를 할 수 있도록 설치된 공용시설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옥상 구석자리에 거름망 등으로 덮인 구멍이 보인다. 여기가 우수관 입구로 이는 맨 아래층 최종 배수시설까지 연결돼 있다.

옥상에서부터 이어진 우수관은 보통 각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용수도 흘려보내기 때문에 전용부분인 발코니(베란다)를 통과하게 된다.

만약 우수관 내부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빗물이 내려가지 못하고 관 내부에 고여 역류 및 누수 현상 그리고 악취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사실 우수관 내부에 이물질이 유입되는 경우는 주로 아파트 내 각 세대에서 베란다를 개조하거나 케이블이나 에어컨 공사 등을 하면서 당사자들의 부주의로 생기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수관 입구는 부피가 큰 이물질을 거를 수 있는 보호 덮개를 설치하는 만큼, 이물질이 우수관 입구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시 말해 각 세대주들이 우수관에 이물질을 인위적으로 넣지 않고, 아파트 시공 단계에서부터 시공사들이 우수관의 기본적 설치만 잘 한다면 우수관의 역류 및 누수와 같은 불상사를 빚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런데 이번 보도에서 다룰 호반건설의 사례는 세대주들의 부주의 또는 완공 후 관리에서의 문제가 아닌, 시공단계에서의 기본적인 부분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우수관 사고였다.

호반건설이 시공 및 분양한 인천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지난 2015년 5월 우수관 누수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었다.

이 아파트의 한 세대주는 한낮에 자신의 집 발코니 벽면에 설치된 우수관에서 오수가 새어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이 누수는 거실과 작은 방으로 번졌고, 마감재와 침구류 등 가재도구가 침수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사고 이 세대주는 1000만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보게 됐다.

이에 당시 해당 아파트와 영업배상책임보험을 체결한 보험사는 사고의 원인을 찾게 됐고, 호반건설의 부실시공에서 당시 일이 비롯됐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향후 이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에서 드러난 내용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아파트 옥상에 위치한 우수관 입구에 이물질의 유입을 막을 수 있는 보호 덮개를 늦게 설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덮개가 설치되기 전부터 돌멩이와 흙 등의 이물질이 우수관 내부로 상당히 유입된 상태였다.

당시 아파트 옥상이 세대주들에게 개방된 상태였었는데, 일부 세대에서 옥상에 화단을 조성하면서 여기서 나온 이물질들이 우수관으로 흘러들어갔다.

보통 시공사들은 이물질이 우수관 입구를 통해 유입될 경우를 대비, 이 이물질들이 빗물과 함께 낮은 방향으로 흘러나가 외부로 배출될 수 있도록 우수관을 설계·시공하게 된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이런 설계·시공을 간과한 채 오히려 우수관을 역각도로 설치해 일을 키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당시 이 아파트의 우수관은 옥상에서 수직으로 내려와 사고를 입은 세대주 전유 부분에서 ‘ㄴ’자로 꺾어져 있었다.

우수관이 역각도로 이어져 있다 보니 수평이 맞지 않았고, 우수관이 ‘ㄴ’자로 꺾인 부분에서 우수가 그보다 낮은 높이로 흐를 수 있도록 설계·시공됐다면 최소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호반건설 측은 이마저도 제대로 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건설 측의 명백한 시공상 과실이었다. 결국 법원은 당시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건설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따라, 피해 세대주에 대한 손해배상의 본 책임은 호반건설에 있다고 최근 판결을 내렸다.

우수관 시공은 아파트 시공에서 비교적 기본적 수준의 단계이므로, 일부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손쉽게 마무리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단순히 마감재 일부가 부식되거나 떨어져 나가는 등의 문제보다 심각한 누수 및 침수 그리고 악취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우수관 부실공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사들이 더욱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는 사실 호반건설 측은 우수관의 설계·시공을 문제를 떠나, 우수관 입구에 보호 덮개를 제때 씌웠더라면 그리고 세대주들에게 옥상 화단을 조성하는 일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국민들의 주거공간을 만드는 건설사로서 향후 이런 기본적인 부분마저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면, 최근 호반건설이 대형건설사로 거듭나기 위해 참여하는 대우건설 인수 역시 장기적으로 큰 의미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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