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근처에 설치된 성동조선 노조 천막. (사진=곽호성 기자)

수출입은행 “경쟁력 낮아, 청산 정황” vs 노조 “조선업 호조 전환, 수주도…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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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원가 경쟁력 떨어져”… 노조 “회사 존속시키고 국가 기간산업 지켜야”

중형 조선소인 성동조선해양이 청산 위기에 몰려 있다. 이런 가운데 성동조선해양 노동조합은 회사를 존속시켜 줄 것을 요구하면서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앞에서 천막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경남 통영에 있는 회사로 국내 중소 조선소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 회사는 2010년 3월 자율협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국민 세금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노조는 국가기간산업인 조선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선 성동조선해양의 운명이 다음달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주관으로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노조는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며 “실사과정에서 채권단이 17년도 수주잔량을 0으로 잡았는데 0으로 잡으니까 청산가치가 높아져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지키려는 노조

성동조선해양 노조는 어떻게든 회사를 지키려 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이 위치해 있는 경남도민들도 성동조선해양이 청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이달 7일 경남도민 4000여 명은 창원시청 광장에서 중형조선소를 살릴 것을 요구했다. 노동자생존권보장 조선산업살리기 경남공동대책위는 ‘노동 생존권 보장, 중형조선소 회생, 지역경제 활성화, 중형조선소 살리기 도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성동조선해양은 경남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결의대회에 나와 “지금 조선업 시장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중형조선소를 포기한다면 경남의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쟁력에도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남지역 민ㆍ관이 합심해 중형조선소 정상화 추진 민관협의체도 만들었다.

이런 지역 주민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성동조선해양 노조는 청산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실사 당시에 7척이 수주가 돼 있었고 수주가 유력한 배가 14척이 넘게 있었다”며 “이것을 다 제외하고 실사를 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그것은 노조 측 주장일 뿐”이라며 “수출하면 손해를 보는 것을 수주가 유력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성동조선해양 노조는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의 수주를 통제했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이 그동안 수주가이드라인부터 시작해서 수주참견을 비공식적으로 해왔다”며 “우리가 봤을 때는 저가수주인지 아닌지는 다음 일이며 먼저 계약을 하고 그 다음 단계가 RG(선수금 환급)인데 수출입은행은 계약조차 못하게 막았다”고 말했다.

“성동조선은 경쟁력 낮다”

RG는 조선사가 부도를 냈거나 배를 약속된 기한 안에 건조하지 못할 경우 선주가 조선사에 지급한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배상해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은행이 지급 보증을 서는 것이며 RG발급이 막히면 조선사들이 제대로 일감을 따지 못하게 된다.

노조 관계자는 “모든 선주들이 RG를 요구하는데 만일 발급이 안 되면 수주가 무산된다”며 “RG발급은 산은이나 수은에서 하는데 그 단계까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으면서 수주를 통제하고 계약을 못하게 했다”며 “실사과정에서 수주경쟁력을 0으로 잡아버리는 수출입은행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손실 나는 사업에까지 추가로 RG를 발급해서 수은의 성동조선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늘리는 것은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고려할 때 올바른 결정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런 이유로 지난해에 완화되기 이전 기존 수주 가이드라인을 따를 때는 원가보다 낮은 수준의 계약에 대해서는 RG를 발급하지 않았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그렇지만 지난해에는 수주 가이드라인을 완화해 원가에 미달하는 계약건도 RG발급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중국 등의 타 조선업체보다 원가 경쟁력이 떨어져서 수주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조선의 운명은?

경제계에서는 성동조선해양이 청산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성동조선 해양 노조는 청산은 어렵고 회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2018년부터는 조선 경기가 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조선이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조선 빅3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 전문가들은 그렇게 안 본다”고 말했다.

노조는 중형조선소를 포기하는 것은 대형조선소를 중국에 넘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업계에선 조선업이 경기 산업임을 감안하면 바닥을 찍은 수주량이 다시 올라 갈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보고 있다. 2020년에 환경 규제가 본격 시작되는 것도 조선업계에게는 긍정적인 점이다. 환경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선주들이 ‘에코십(친환경 선박)’구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선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신조선 누적 발주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7% 늘어난 1951만CGT(가치환산톤수)다. 발주액은 54% 불어난 543억 달러다.

정부는 재무적 측면 외에 산업측면도 고려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가 중형조선사 구조조정 주도권을 갖게 하고 있어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구조조정 기조와 다른 것은 (성동조선의) 재무적 측면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도 고려하자는 것”이라면서 “시장의 역할과 정책금융의 역할을 종합적 고려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인사들 중에는 올해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에 중형조선사 청산 결정이 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정부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합병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편 성동조선해양은 기존에 확보한 일감을 처리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건조에 들어갈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성동조선해양은 지금은 조업을 못하고 있고 생산직 대다수가 휴업 중”이라며 “정부 발표결과에 상관없이 다음 달 중순에서 말에 무조건 건조에 들어가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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