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4세들, 계열사 대표 등 맡아… ‘역량’ 시험대 올라

코오롱 이규호, ‘셰어하우스’로 능력 검증…“결국 부동산 임대업” 비판도

LG 구광모, 전시회에서 첫 선 보여…"기술력 앞세워 최적 고객 솔루션 제공할 것"

GS 허세홍, 4세 중 유일한 계열사 대표…취임 1년 만에 실적 반등 호평

4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 상무는 얼마 전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이 쉐어하우스 브랜드 ‘커먼타운’을 분할해 설립한 ‘리베토’의 초대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이 상무가 코오롱 그룹내 계열사 CEO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한 이 상무가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한 것은 사실상 코오롱그룹이 4세 경영을 본격화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상무 외에도 최근 4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LG그룹의 후계자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는 지난해 말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을 맡은 후 처음으로 해외 전시회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GS가 4세 중 유일하게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는 허세홍 GS글로벌 대표는 취임 1년 만에 실적을 개선시키며 역량을 과시했다. 범 삼성가 4세인 이경후 CJ 상무는 미주 지역에서 CJ제일제당 매출 상승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유학파로 해외 경험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경험을 어떻게 미래 먹거리로 직결시킬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오롱 이규호, 셰어하우스로 경영 능력 평가 시험대에

이규호 상무는 코오롱글로벌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셰어하우스 관련 사업을 이끌게 됐다. 셰어하우스는 여러명이 한집에 거주해 보증금, 월세, 관리비 등을 분담하고 각자 개인 공간을 따로 사용하는 주거공간이다.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로 자체 임대사업, 지자체 임대사업, 셰어하우스 등의 사업을 운영해 온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지난해 11월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 브랜드 '커먼타운' 사업을 분할해 리베토를 설립했다. 이 상무는 최근 36억원을 출자해 리베토 지분 15% 내외를 확보했다.

리베토는 초기 자본금이 15억 원인 소규모 회사이지만 최근 쏘카, 에어비앤비 등 ‘공유’를 바탕으로 한 사업이 자리잡고 있는데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부동산임대업 호황이 예상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오롱 이규호 상무.
셰어하우스 전망은 밝다. 최근 들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공유 문화가 확산되면서 잠을 자는 침실만 개별적으로 사용하고 넓은 거실 공간에서 함께 이용하는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등 현실적인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주거형태는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가격은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다. 그러나 근무지는 수도권, 특히 서울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1인 가구 등 젊은 인구층은 서울을 벗어나는 것을 꺼려한다. 출퇴근 시간을 고려해 가능하면 서울에 남아있는 편이 매력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독립적인 공간을 일부분 포기하면서 비용이나 규모가 전세나 월세보다 낮은 셰어하우스가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투자자의 관점에서도 셰어하우스는 기존 임대업보다도 수익률에서 장점이 있다. 아파트 한 채를 한 가구에 월세 놓을 경우 수익률이 3~4% 수준이지만 셰어하우스는 이보다 두 배 가량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기존 주택 임대차 계약은 세대 기준으로 임차인을 받지만 셰어하우스는 입주자 수를 기준으로 월세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의 시선도 있다. 대기업의 후계자가 사실상 부동산 임대업 사업에 뛰어든 셈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유 경제가 전세계적인 트렌드임에는 확실하지만 굳이 후계자가 부동산에 손을 대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그의 행보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LG 구광모 상무, 해외 무대 첫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는 지난해 말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을 맡은 후 경영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구 상무는 이달 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18(Integrated Systems Europe 2018)’에 참석해 LG전자 올레드(OLED) 상업용 디스플레이 마케팅을 진두지휘했다. 이 자리에서 LG전자는 차세대 사이니지 제품을 선보였다. 사이니지는 공공장소나 상업공간에 설치되는 상업용 디스플레이다. 지난해 말 B2B본부를 신설한 LG전자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미래 성장 사업으로 보고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가 이 사업을 전담하게 했다.

LG전자 구광모 상무.
구 상무는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으로 입사해 홈 엔터테인먼트 사업부와 홈 어플라이언스를 거쳐 지난해 말 정보디스플레이 부문 총괄을 맡았다. LG전자의 다양한 부문의 경험을 함으로써 ‘경영 승계’를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구 상무가 ID 부문을 맡은 후 첫 해외 출장이라 현장 지휘 역량을 검증받는 기회가 됐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구 상무는 “차원이 다른 화질과 활용성을 갖춘 올레드 사이니지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분야의 앞선 제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군에 맞는 최적의 고객 솔루션을 계속해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GS 4세 유일 대표이사, GS글로벌 허세홍 실적 반등

GS가에서는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전무,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등 4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 허세홍 GS글로벌 대표는 4세 가운데 유일하게 GS그룹 계열사를 독자경영하며 본격적인 경영행보에 나선 상태다.

2016년 말 GS글로벌 대표로 자리를 옮긴 허 대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모두 증가했기 때문이다. GS글로벌의 매출은 3조3874억 원으로 전년 2조5538억 원보다 3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80억 원을 기록, 전년 364억 원 대비 32%, 당기순이익은 161억 원에서 225억 원으로 40% 늘었다. 취임 1년 만에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종합상사인 GS글로벌은 외환위기 여파로 쌍용그룹이 해체된 뒤 모건스탠리PE로 넘어간 것을 2009년 GS그룹이 인수한 회사다. GS글로벌은 수년간 매출은 2조 원대, 영업이익은 200억~300억 원대에 머무르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GS글로벌 허세홍 대표.
허 대표는 GS글로벌의 체질 개선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힘썼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BSSR석탄광’ 사업 지분 14.74%를 GS에너지와 함께 인수하며 자원개발에 뛰어든 사례다. GS글로벌과 GS에너지는 BSSR석탄광의 연간생산량 약 1000만 톤 가운데 사업 지분에 해당하는 14.74% 석탄물량의 판매권을 얻어 세계 각지에 팔고 있다.

허 대표는 최근 “원유와 석탄 등 원료 생산부터 판매, 그리고 발전사업까지 에너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GS글로벌은 기존의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등 자원개발사업에 석탄까지 추가하며 사업 다각화를 위한 토대를 닦은 상황이다.

허 대표는 항만 물류단지와 같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주하고 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GS글로벌은 지난해 평택·당진항 배후단지 조성사업을 GS건설과 함께 수주했다. 지속적으로 먹거리를 찾고 있는 허 대표가 그룹 내 아픈 손가락이었던 GS글로벌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CJ 이재현 장녀 이경후, 사실상 미주 지역 진두지휘

현재 CJ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재벌 4세는 이경후 CJ그룹 상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다. 이들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증손이다. 이 상무는 2011년 26세에 CJ에듀케이션즈 기획팀 대리로 입사,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방송기획팀, CJ 미국지역본부 등에서 신시장 확대와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맡아오다 2015년 3월 부장 승진 후 2년만이자 입사 6년 만인 지난해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이 상무는 상무대우 직함을 가진지 8개월 만에 상무로 한단계 올라갔다. 이 상무의 배우자인 정종환 미주지역본부 공동본부장도 이 상무와 같이 상무대우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초고속 승진의 배경에는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을 맡으면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 2016년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 미국 만두 시장에서 25년간 독식해 온 만두 브랜드 링링을 제치고 현지 시장점유율 1위(11.3%)로 올라섰다. 매출은 2015년 890억 원에서 2016년 1080억 원으로 21.3%(19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는 이보다 더 증가한 약 1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미국 정가에서 두 번이나 거론되기도 했다. 미국 에드 로이스(Ed Royce) 연방하원의회 외교위원장은 지난 6월에 이어 8월에 ‘비비고 만두’를 한·미 FTA의 성공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CJ는 캘리포니아, 뉴욕 등지에 공장을 건설하며 2020년까지 매국 내 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확실한 일처리로 이 상무의 그룹 내 평판도 좋은 편이라는 것은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재계에서는 이 상무가 수년 내에 대표 직함을 달고 경영 일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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