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설명의무 필요했다는 法… 흥국화재만 엇박자(?)

흥국화재 보험소비자, 지급받은 보험금 중 C77에 대한 일반암 진단비 등 제외돼

흥국화재 측, 일반암 아닌 ‘갑상선에서 발생한 암이 전이’ 주장

법원, 흥국화재에 약관 설명의무·고객에 유리한 약관해석 의무 들어 패소 판결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대한 설명의무가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흥국화재의 사례가 밝혀졌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보험계약 내용 설명의무와 고객에 유리한 약관해석 의무를 간과해 보험소비자와 소송까지 끌고 가 상처를 입힌 흥국화재의 사례가 밝혀졌다.

중년여성 J씨는 지난 2014년 1월경 흥국화재해상보험(이하 흥국화재)의 한 통합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J씨가 가입한 해당 보험상품은 주로 암보험을 위주로 설계됐고, 특약상 일반암 진단비 3000만원, 소액암 이외의 암 진단비 4000만원, 갑상선암 진단비 1400만원 등의 보장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렇게 이 보험계약을 유지해 오던 J씨는 지난 2015년 여름, 건강상 이상이 생겨 인근 대학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고, 충격적인 암 발병 소식을 듣게 됐다.

구체적으로 당시 J씨가 병원 측으로부터 진단받은 내용은 갑상선의 악성신생명(암 분류번호 C73)과 머리·얼굴 및 목의 림프절의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암 분류번호 C77)이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이 악성신생물이라는 용어는 한자 명칭 그대로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각종 종양, 즉 ‘암’을 의미한다.

J씨는 진단 후 곧바로 치료에 매진했고, 동시에 1년 반 전 가입했던 흥국화재 보험상품의 계약내용에 따라 해당 진료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했다.

당시 J씨는 의료법에서 정한 정식 의료기관으로 인정하는 병원의 전문의로부터 암 진단을 받았고, 보험금 지급 세부규정에서의 ‘암 보험 보장개시일은 보험기간의 첫날부터 90일 이후’ 등의 조건 역시 충족했으므로 흥국화재의 보험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에 흥국화재 측은 J씨에 갑상선암 진단비의 특약만을 포함시킨 보험금 14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J씨는 흥국화재 측의 보험금 지급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가 진단받은 두 가지 중 갑상선의 악성신생명은 약관 상 갑상선암이 명백하지만, 머리·얼굴 및 목의 림프절의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은 ‘일반암’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J씨는 병원에서도 이에 대해 일반암이라고 진단했고 흥국화재 측이 이를 간과했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자신이 흥국화재로부터 지급받아야 했을 보험금은 특약상 일반암 진단비 4000만원과 소액암 이외의 암진단비 3000만원을 합친 총 5600만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일반암이란 소위 ‘유사암’으로 분류되는 갑상선암(C73)과 기타 피부암(C44), 제자리암(상피내암), 경계성종양, 대장점막내암 등을 제외한 나머지 암을 의미한다.

J씨가 가입한 흥국화재의 해당 보험상품의 약관에는 제6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라 암 관련 질병을 정의하고 있었다.

여기서는 이차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악성신생물의 경우, 일차성 악성신생물이 확인된다면 원발부위, 즉 암이 최초로 발생한 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J씨는 보험가입 당시 흥국화재 측 설계사나 상담원 등으로부터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머리·얼굴 및 목의 림프절의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 역시 일반암에 포함시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흥국화재 측은 J씨가 진단받은 머리·얼굴 및 목의 림프절의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은 갑상선에서 발생한 암이 전이된 것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이는 감상선암일 뿐, 별도의 암이 아니기 때문에 갑상선암 진단비의 특약만을 포함시킨 1400만원의 보험금 지급은 정당했다는 지적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특약 설명부분에 대해서도, J씨가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대한 사측의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흥국화재는 보험계약 약관이 소비자에 유리하게 해석돼야 하며,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진=연합)
양측은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무려 10개월이 넘는 긴 소송을 이어왔다.

법원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 설명의무, 반드시 필요했다”

원발암 기준 분류 특약의 설명의무를 두고, 보험사와 보험소비자 사이의 보험금 지급 분쟁은 종종 발생한다.

본지 역시 관련 사례에 대해 다수 취재해 보도한 적이 있었고, 대부분은 암에 대한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이해 정도에서 문제가 비롯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암 질병에 관한 상세히 알고 있는 보험사 측은 원발암 기준 분류 특약에 대해 굳이 상세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반면, 소비자들은 악성신생물과 암이 같은 용어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원발암 기준 분류 특약에 대해 무지하니 보험사 측의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J씨가 진단받은 머리·얼굴 및 목의 림프절의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C77)은 약관이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도 ‘일반암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 내용이 없었다.

다시 말하면, 이 C77은 일반암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유사암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약관상 제6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라 이차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악성신생물의 경우 ‘원발부위(암이 최초로 발생한 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만약 C77이 갑상선에서 발생한 암이 전이돼 발생한 것이라면, 원발부위가 갑상선이기 때문에 일반암이 아닌 유사암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보험사가 ‘갑상선에서 발생한 암이 전이돼 발생’했다는 부분을 입증해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갑상선이 아닌 다른 유사암에서 발생해 전이됐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무조건 일반암에 해당한다고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보험계약 약관 해석에 있어 항상 보험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렇게 중복적으로 또는 애매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의 경우, 보험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만큼 암 질병에 관한 상세히 알고 있는 보험사보다 이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설명의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법원의 지난 2013년 7월 26일 판결(사건번호 2011다70794)에 따르면, 보험약관은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약관 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법원의 지난 1999년 5월 11일 판결(98다59842)에서는 보험사는 계약자에게 일반적이고 공통돼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면, 보험약관에 기재된 중요 내용을 구체적이고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만약 보험사가 이런 설명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J씨와 흥국화재 간 사건을 담당했던 재판부 역시 이런 대법원 판례에 기초해 J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의 판결에 따르면, J씨가 진단받은 머리·얼굴 및 목의 림프절의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C77)은 약관상 ‘일반암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 내용이 없었다.

그렇다면 일반암이 될 수도 또는 아닐 수도 있지만, 보험계약상 약관 내용이 불명확한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하는 원칙상, 갑상선암이 머리·얼굴 및 목의 림프절로 전이됐다고 하더라도 병원으로부터 일반암으로 진단확정을 받았다면 일반암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한다는 설명이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흥국화재 측 주장과는 다르게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의 설명의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은 J씨의 사례처럼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의 경우 원발부위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에, 보험계약에 있어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신생물의 경우, 악성신생물이 확인된다면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해 일반암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보험계약자인 J씨가 알고 있거나 거래상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고 판시했다.

흥국화재 측이 이런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보험계약 내용은 유효하지 않고, 그렇다면 J씨에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일반암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결국 흥국화재 측은 J씨 측에 기존 지급한 1400만원을 제외한 보험금 5600만원의 나머지 부분과 함께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해야 했다.

권중원 흥국화재 대표. (사진=연합)
다행히도 J씨는 정당한 주장을 했고 보험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지만, 굳이 소송까지 끌고 가 법원의 판결로 ‘강제지급’을 받기보다는 ‘고객 최우선’을 외치는 권중원 대표의 흥국화재가 솔선해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기를 기대했음이 분명했다.

약관 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돼 명확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이 법조계와 그런 법조계의 판단을 존중하고 따라야 하는 보험업계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며,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대한 설명의무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국화재의 이번 사례는 보험사들의 현재 개선 방향에 역행한 경우라는 지적을 들어 마땅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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