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처우 우선이 ‘재무상태 취약’으로 이어진다고(?)

지난 2015년 프리드라이프 설계사들, 타사 이직하며 설계사-회원 빼가기 정황 밝혀져

계약 위반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한 프리드라이프, 결국 최근 법정 패소

‘자산총액 1위&업계 최대 규모’ 프리드라이프를 떠난 설계사들… 숨겨진 현실은 없었나

설계사 처우에 대한 프리드라이프상조의 매정한 태도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사진=주간한국DB)
한민철 기자

국내 상조업계 자산총액 1위 프리드라이프상조(회장 박헌준)가 타사로 이직한 전직 설계사와의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가 뒤늦게 밝혀졌다. 이번 사례에서 전직 설계사들이 타사로 이동하면서 프리드라이프의 동료 설계사들과 기존 고객들도 프리드라이프와의 관계를 끊고, 이들 설계사들이 이직한 회사로 각각 소속 및 계약을 옮기도록 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프리드라이프 측은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들 설계사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면서 본지는 프리드라이프 측이 설계사들에 대한 처우에 대해 어떤 ‘매정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A씨는 프리드라이프상조(이하 프리드라이프)의 한 지점의 본부장으로 위촉돼 활동하던 지난 2015년경, 돌연 위촉 계약을 해지하고 타 상조업체인 K사로 이직했다.

A씨와 비슷한 시기 프리드라이프의 위촉직 본부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던 B씨 역시 A씨가 프리드라이프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위촉 계약을 해지, 앞서 언급한 K사의 지점장으로 이직했다.

A씨와 B씨는 프리드라이프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반적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언제든지 자유의사에 따라 퇴사가 가능했다. 때문에 퇴사 자체에는 문제의 소지가 없었다.

다만 위촉직이라도 무조건적으로 퇴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퇴사 예정자는 그 과정에서 회사에 어떠한 재산상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상조 업체들은 만에 하나 있을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 조항에 이 부분에 대해 명시하며, 직원들로부터 확약을 받고 있다.

실제로 프리드라이프를 비롯한 상조 업체들은 직원들이 퇴사 시 자사의 설계사나 회원들을 동종업계와 계약하게 하거나 이전하도록 유인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상품가의 일정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 하도록 계약 조건을 달고 있다.

또 사측에서 퇴사자의 행위로 인한 추가 손해를 입증한다면, 그에 따른 손해 역시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A씨와 B씨의 퇴사 과정에서는 이와 같은 계약 위반 행위를 충분히 의심하게 할 정도의 정황이 있었다.

향후 프리드라이프 측이 A씨와 B씨 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K사로 이직하면서 프리드라이프에서 같이 일하던 지점 내 일부 설계사들도 K사로 자리를 옮겼다.

무엇보다 A씨와 B씨 그리고 이들과 함께 K사로 이직한 설계사들이 기존 프리드라이프와 상조 계약을 체결했던 회원들을 K사 회원으로 이관하도록 권유했고, 실제로 다수가 프리드라이프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K사 상조상품에 새롭게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A씨가 프리드라이프를 퇴직해 K사로 옮긴 후 3개월에 걸쳐, 같은 프리드라이프 지점에서 일하던 10여명의 설계사들이 K사로 이직했다.

이 과정에서 A씨를 비롯한 이들 설계사들이 기존에 프리드라이프의 상조 상품에 가입시킨 회원 80여명이 프리드라이프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K사와 상조계약을 체결했다. 프리드라이프가 추산한 그 손해액은 상품가액만 18억원 이상이었다.

B씨의 경우도 그가 K사로 이직한 뒤 기존의 같은 프리드라이프 지점에서 일하던 설계사 약 15명이 4개월 간에 걸쳐 프리드라이프를 퇴사한 뒤 K사에 이직했다.

물론 이들이 확보하던 프리드라이프의 상조 가입 회원 135명의 계약이 해지된 뒤, K사 상품으로 이관됐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이들 회원들의 계약 해지로 인해 상품가액으로 약 20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상 그리고 기타 정황상으로 판단했을 때, A씨와 B씨가 프리드라이프를 퇴사한 계기에는 불순한 목적이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사례를 접한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이 단순히 계약기간이 종료되거나 새로운 직장을 찾으려 했다기보다, 상조 업계에서 흔히 일컫는 ‘이관’또는 ‘빼가기’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상조 업계에서는 주로 중소 규모의 업체들을 중심으로 내부 영업망을 확대하기 위해 프리드라이프나 보람상조 등 대형 상조회사들에 소속된 경력직 설계사들에 ‘영입 러브콜’을 던졌다.

그런데 이들 상조업체들이 설계사들을 영입하면서, 추가 수당 등의 혜택을 조건으로 동료 설계사나 기존 업체에서 확보하던 회원들을 자사로 옮기도록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어차피 기존 업체에서 위촉직 대우를 받고 있었던 설계사들은 자신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계약 위반 사유임에 동시에 회사에 피해를 끼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빼가기를 감행하는 경향이 있었다.

때문에 상조 업계에서는 회사와 회사 간 갈등뿐만 아니라, 회사와 설계사 사이의 갈등과 불신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심지어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이들 ‘철새 설계사’들의 회원 빼가기가 업계 질서를 망가뜨린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했다.

이해 안 가는 법원… ‘더 이해 안 가는’ 프리드라이프

프리드라이프 측은 A씨와 B씨의 퇴직 이후 행보를 통해 자사 설계사 및 회원 빼가기를 했다고 확신했다.

이에 프리드라이프는 지난 2015년 말 두 사람을 상대로 상품관리 및 위탁관리계약 사항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려 2년여에 걸쳐 진행된 이 사건은 최근에서야 법원의 결론이 나왔다. 법원은 A씨·B씨와 함께 이직한 설계사들의 정확한 이직 경위 그리고 회원들의 상조계약 해지 경위 등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프리드라이프 측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쉽게 말해 정황상 두 사람이 빼가기를 했다는 의심은 들지만, 이 사건에 연루된 설계사들과 회원들이 이들의 유인행위로 인해 K사로 옮겼다는 점을 프리드라이프 측이 증명하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해 K사로 이직한 설계사들 중 일부나 이관된 기존 회원들을 증인으로 세워 두 사람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증언을 해주더라도 나머지 전체 이관된 회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항소를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사건의 판결을 두고 재판부가 큰 고민없이 너무 단순하게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A씨와 B씨가 퇴직 후 K사로 옮긴 시점에서 이들과 함께 일했던 수십명의 설계사들이 K사로 이직했다. 심지어 이들이 프리드라이프에서 모집했던 회원들마저도 비슷한 시기 K사로 계약을 이관했다.

정황상 A씨와 B씨의 K사로의 유인행위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음에도,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는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물론 프리드라이프 측의 입장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있었다. 본래 이번 사건의 핵심은 A씨와 B씨가 퇴직을 하면서 기존의 자사 설계사들과 회원들에 대한 빼가기 유인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재판부가 요구했던 ‘구체적 증명’을 위해 복잡한 사항은 요구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요증사실에 있어 사건에 연루된 모든 당사자들에 대한 입증이 아닌, 일부 입증에 따라 취합된 증거들만으로도 재판부가 전후 정황 및 경험칙, 합리적 개연성 등에 대해 추론하며 프리드라이프 측에 충분히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일부 설계사들과 회원들이 법정증언을 해주더라도 전체 이관된 회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었다’는 프리드라이프 측 판단과는 달리, 30여명이 채 되지 않았던 이 사건의 설계사 중 절반 정도의 인원으로부터 자발적으로 K사로 간 것이 아닌 A씨와 B씨 두 사람의 권유가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하기만 했다면 그만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합리적 추론으로 나머지 설계사들 역시 A씨와 B씨의 유인행위로 퇴사 및 이직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이 향후 자신들에게 계약 위반 등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증언을 피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K사로 이관한 일부 회원들로부터 해지 이유가 자사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불만 등의 이유가 아닌 설계사들로부터 K사로의 계약 변경을 요구받았다는 점을 밝혀내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었다. 이 역시 재판부가 합리적 추론으로 프리드라이프 측에 유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심지어 이번 사건에서 프리드라이프의 A씨와 B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비용이 수억원에 달했고 그만큼 소송비용마저 고액이었을 점 등을 비춰봤을 때, 패소에 따른 금전적 그리고 이미지의 타격이 상당함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드라이프 측이 당사자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끈질기게 이어가지 않거나 항소조차 하지 않고 쉽게 소송을 포기한 점 역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설계사 처우 우선시한다면, 부정적 상황에 빠질 수 있다니…

법원이 A씨와 B씨의 설계사 및 회원 빼가기에 대한 혐의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지만, 본지가 취재한 상조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례에 대해 법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을 뿐, 의도적인 빼가기가 분명해 보인다는 반응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설계사 및 고객 빼가기가 상조업계 내의 룰(Rule)을 어기고 타 업체와 설계사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이런 행위가 잘못됐고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이번 사례에 있어 A씨·B씨에게만 모든 잘못을 돌릴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쉽게 소송을 끝낸 프리드라이프 측 역시 두 사람이 이직을 하기까지 원인 제공을 한 부분은 없는지 자세히 되짚어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다시 말해, 이들이 계약 위반 행위를 감행하면서까지 프리드라이프를 떠나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 그동안 사측의 설계사들에 대한 처우나 기타 조건 등에 있어 불만이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였다.

프리드라이프 측은 언제나 고객 만족과 고객이 납부한 회비의 안전한 보장을 우선하며, 국내 상조 업계 자산총액 1위, 6년 연속 흑자 달성, 선수금 1위 등 탄탄한 재무상태와 내실을 장점으로 설계사들이 오랫동안 그리고 만족스럽게 자사 상품에 대한 영업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프리드라이프가 상조 업계 자산총액 1위로, 그 규모 역시 업계 최고라는 부분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사측이 강조하는 바와는 다르게 프리드라이프의 자산총액과 회사의 규모가 고객 서비스의 질 그리고 소속 설계사들의 처우 및 일하고 싶은 환경까지 결정짓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프리드라이프의 설계사에 대한 처우 및 기타 영업 환경까지 업계 1위였다면, A씨와 B씨처럼 프리드라이프를 박차고 다른 마이너 상조업체로 이직하는 설계사들이 나오겠냐는 목소리였다.

물론 설계사들은 단순히 수당과 관련해 프리드라이프의 처우에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수당의 측면에서 봤을 때 프리드라이프는 업계 내에서 만족스러운 편에 속한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A씨와 B씨의 사례에는 속하지 않지만, 안마의자 등 결합상품 도입에 대한 사측의 방침이 설계사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됐고 영업 환경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또 언론보도에서 흘러나오는 일부 설계사들에 대한 사측의 일방적인 해촉 통보 사례가 다른 설계사들의 불안 요소를 자극하며, 아무리 자산총액과 규모 그리고 수당이 높더라도 설계사 이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례처럼 다수의 회원들이 프리드라이프의 계약을 해지하고 K사로 계약을 이관한 점을 비춰봤을 때, 전적으로 설계사들의 유인행위에 넘어갔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객들이 장기간 고액을 납입을 해야 하는 상조 상품에 대해 단순히 설계사들의 꼬임에 넘어갔다고 본다면, 이는 최근 보다 더 현명해진 고객들의 수준을 모욕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프리드라이프의 자산총액과 규모가 우수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설계사 처우 역시 1위였다면 빼가기를 할 이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연합)
기존 상조 계약을 해약하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다면, 보험 상품의 경우처럼 납입 기간이 그만큼 길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납입금액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고객들도 이런 위험성을 모를 리 없었다.

그만큼 설계사들의 끈질긴 이관 권유가 아닌, 다른 상조회사 상품의 서비스에 비해 프리드라이프 상조 상품에서 뚜렷이 비교되는 점이 느껴지지 않았고, 고객 자신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프리드라이프와의 계약을 해지한 뒤 K사 상조로 옮겼다는 설명이다.

프리드라이프의 자산총액과 규모 그리고 뛰어난 재무상태가 이번 사례의 경우에 있어 모든 잘못을 계약 위반 행위를 저지른 설계사들에게만 돌리기 위한 방패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프리드라이프 측은 설계사들의 처우를 우선시한다면, 부정적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A씨와 B씨의 경우와 같은 설계사들의 이탈이 왜 일어나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공식 서면 질의응답을 통해 “설계사들의 처우가 우선되는 회사들은 결국 회원이 납부한 회비를 제대로 예치하지 않고,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것이어서 그 재무상태가 점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그 결과 상당수의 상조회사들이 적자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로, 적자가 누적되면 파산하기에 이를 수밖에 없고, 그렇게 파산한 것이 국민상조를 비롯하여 여러 회사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재무상태를 건전하게 하여 오래도록 회사가 영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곧, 판매원들이 오랫동안 우리 회사의 상품을 고객들에게 자신있게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길”이라며 “그래야 판매원들이 장기간 우리 회사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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