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사적거래→극단적 선택… 사측 책임 없었나

새마을금고 한 직원,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횡령·사적거래 행위 저질러

새마을금고 중앙회 감사 뒤, A씨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과 등져

사측의 직원 교육 및 관리·감독 책임 피할 수 없어

새마을금고에서 일어난 충격적 사고가 뒤늦게 밝혀졌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지난해 새마을금고의 한 지점에서 벌어진 직원의 금융사고와 이어진 충격적인 사고가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사고에 대해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직원 교육 및 관리·감독 책임과 함께, 금융사고를 유발한 직원에 대한 무리한 압박이 있었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9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새마을금고의 지난 2013년 이후 금융사고 발생 내역 등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새마을금고 직원에 의한 금융사고는 총 49건으로, 이에 따른 사고액수의 규모는 303억 25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밝혀진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 내용 중에는 횡령건이 전체의 93%(46건)로 가장 많았는데, 주로 고객의 대출금과 예금, 현금시재 그리고 복지사업 예탁금 횡령 등의 사례가 있었다.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 액수는 2013년부터 꾸준히 감소해 왔지만, 사고 건수는 점점 늘어났다. 또 전국 1319개의 지역 새마을금고 중 121개가 행정안전부로부터 보통이하 등급의 경영실태 평가를 받았다.

이재정 의원은 “획기적 관리·감독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 및 부실운영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새마을금고 내 금융사고와 채용비리 문제점을 바로잡는 등 내부 통제기능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환골탈태’를 선언한 새마을금고는 올해 중앙회를 통해 임원 직선제 도입과 내부 관리·감독체계 개선 등의 목표 달성을 앞두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이런 변화의 움직임은 고무적이지만, 이재정 의원의 주문한 획기적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재정 의원실 제공)
그 부족한 점은 바로 최근까지 발생했던 새마을금고 내 금융사고 사례에 대한 보다 명확한 공개다.

실제로 지난해 이재정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를 통해 공개했던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 사례는 전체 건수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이 역시 일반 금융사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원들의 횡령 등 사건이었다.

때문에 기존에 발생했던 금융사고에 대한 구체적 공개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쇄신을 외치면서 금융사고 사례를 밝히기는 극구 꺼려왔던 다른 은행들의 과거 행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내부 통제 강화를 강조한다고 한들, 금융사고 사례에 대한 공개 없이 현실적인 재발 방지 방안마저 제시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부분에 주목하며, 본지는 지난해 새마을금고에서 벌어졌던 금융사고 중 반드시 다시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충격적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금융사고는 단순한 횡령 사건에 그치지 않았고, 이재정 의원실에서도 언급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언론에도 노출되지 않았던 사례였다.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의 지점에서 고객 상담 업무를 맡고 있던 직원 A씨는 지난해 3월경, 대출금 1억 5000만원을 고객 B씨의 명의로 실행해 이를 횡령했다.

또 같은 달 A씨는 대출상담 고객인 C씨에게 이자를 지급할 테니, 자신으로부터 대출을 실행한 뒤 그 대출금을 빌려달라고 제안했다.

고객 C씨는 A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A씨로부터 1억 1400여만원의 대출을 실행한 뒤 금전대차소비계약서를 작성, A씨로부터 고정적 이자를 받고 해당 대출금을 빌려주기로 약정했다.

당시 A씨의 행위는 비단 새마을금고 내에서만이 아닌, 금융업에 종사하는 임직원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비윤리적·불법적 소지가 있음이 분명했다.

우선 B씨의 명의로 실행한 대출금을 B씨 본인이 수령하지 않은 채 A씨가 횡령해 사적으로 사용하려 했다면, 이는 새마을금고의 임직원 윤리강령에 제시된 공정한 업무수행에 위반되는 사항이었다.

A씨의 명의도용과 자금 횡령 등의 행위는 내부 윤리강령을 넘어 개인정보법 위반과 형법 제355조 횡령죄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었다.

또 A씨가 C씨에게 이자 지급을 약속하고, 자신으로부터 대출금을 실행한 뒤 금전대차소비계약서를 작성해 해당 자금을 빌려간 행위는 금융당국에서 금융기관 또는 그 소속 임직원의 기타 부당행위로 분류하는 ‘고객과의 사적거래’에 해당했다.

물론 새마을금고 내부에서도 임직원 윤리강령에 따라 제재하는 비정상적이고 변칙적 방법을 통한 실적유치 등 편법 행위에 속했다.

앞서 A씨는 또 다른 대출상담 고객인 D씨로부터도 C씨의 경우와 유사하게 고액의 이자를 지급하겠으니 돈을 빌려달라는 제안을 했고, 이에 D씨는 A씨로부터 차용증을 받고 해당 금액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A씨와 D씨와의 거래를 단순한 개인적 금전 관계로도 볼 여지는 있었지만, D씨는 2016년 12월경 A씨로부터 대출상담을 받은 뒤 대출금을 실행한 새마을금고의 고객이었기 때문에 고객과의 사적거래에 해당함이 분명했다.

중앙회 감사 이후 자살… 금융당국에 사건보고 됐나

지난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무려 세 차례에 걸쳐 내부 임직원 윤리강령 위반 및 기타 불법 행위를 자행한 A씨에 대해 새마을금고 측은 전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고객 B씨는 자신이 대출금을 수령한 사실이 없음에도 자신의 명의로 대출이 실행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됐고, 새마을금고 측에 관련 민원을 제기하고 나서야 새마을금고 중앙회에서 자체 감사가 실시됐다.

지난해 4월 초, 약 일주일 간 이뤄진 해당 감사에서 새마을금고 중앙회 측은 A씨의 B씨에 대한 행위를 대출실행에 따른 횡령으로 확정하고, B씨 명의로 실행한 1억 5000만원의 대출금을 사고금으로 처리, 전액을 A씨로부터 변제받도록 했다.

이어 A씨의 C씨 그리고 D씨에 대한 행위는 고객과의 사적거래로 결론을 내리며, 이 부분 A씨가 C씨 및 D씨로부터 차입한 금액에 관한 변제는 사측에서 강제하지 않았다.

당시 벌어진 금융사고로 인해 당사자인 A씨뿐만 아니라, 새마을금고 측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A씨의 금융사고에 대해 새마을금고 측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사진=연합)
우선 임직원이라면 기초적으로 숙지해야 할 윤리강령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직원 교육 및 관리·감독 소홀의 문제를 지적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 A씨의 C씨와 D씨에 대한 사적거래를 제외하고, 그가 횡령한 B씨 명의의 대출금은 새마을금고가 다루는 직접적 사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민법 제756조에 따라 새마을금고 측에 사용자 배상책임을 물을 여지도 있었다.

이에 새마을금고 중앙회 측은 A씨에 대한 감사가 끝난 뒤, 그가 소속된 지점의 관계자들에 문책과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측은 감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히면서 A씨에 대한 고발 조치까지 의논하고 있었는데, 그만 A씨가 스스로 세상과 등지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A씨는 본인의 선택에 의해 돌아가셨고, 고인이기 때문에 저희가 쉽게 추정해서는 안 되지만, 당시 사건으로 압박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계기에 대해 C씨와 D씨에 갚아야 할 차용금과 이에 대한 이자의 부담이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또 사고 후 그 처리 과정에서 A씨에 대한 사측의 무리한 조사와 압박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었다.

분명 A씨의 행위는 잘못된 것이었지만, 사측은 그의 책임이 잘못에 대한 반성 그리고 횡령한 금액의 변제 및 기타 징계라는 점을 보다 명확히 해 줄 의무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은 사측에서 이에 대해 다소 소홀했고, 감사 과정에서 그에게 상당한 압박을 느끼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측은 “A씨의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으로 고발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라고 밝혔다.

사실 원칙적으로 금융기관 내에서 횡령 등 제도적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를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금융당국에 신고해야만 한다.

금융사마다 이런 금융사고에 대해 솔선해서 보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각 금융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의 자진 신고기간을 부여할 정도다.

새마을금고는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관련 사고를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후 이 사실이 금융당국 등에도 전달이 됐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사건에 대해) 금융당국에 특별히 보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새마을금고 해당 책임자들에게는 분명한 징계를 했다”라며 “추후 동일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를 통해 새마을금고가 획기적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내부의 일부 정책이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닌, 과거에 벌어졌던 금융사고 건에 대해 공개하며 구체적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A씨에 대한 중앙회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며 무리한 압박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아닌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연합)
그래야 각 금융사고에 대해 단순히 직원들의 잘못인 것인지, 사측에게는 책임이 없었는지를 제대로 구별할 수 있고, 금융소비자들 역시 비슷한 금융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하나의 좋은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인이 된 분은 말이 없지만,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단순히 개인의 잘못에 대한 책임만큼이나 사측의 압박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새마을금고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원들의 비위 행위에 대한 감찰 이후, 사후조치에 대해 보다 철저히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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