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진 제약사, R&D는 나몰라라?

4년 연속 매출 1위 유한양행, R&D 비중 10% 안돼

광동제약, 이름만 제약회사? … R&D 비중 1% 미만

최성원 대표이사 선임 이후 의약품 비중 20% 언저리 맴돌아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 기록한 제약사는 총 3곳, 유한양행, GC녹십자, 광동제약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빅3 가운데 GC녹십자만 영업이익을 약 902억 원을 기록하며 15.1% 증가했을 뿐 유한양행과 광동제약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한양행의 경우 R&D 비용이 2016년보다 19%가량 늘어난 점을 영업이익 감소로 밝혔지만 비슷한 규모의 제약사와 비교했을 때 R&D 비중은 낮은 편이다.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기록한 광동제약은 R&D 비중이 채 1%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비 의약품 매출 신장에 더욱 신경쓰는 모습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무늬만 제약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유한양행 R&D 10% 못 미쳐…신약 개발로 비판 만회 노려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은 지난해 1조46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0.7%로 오른 수치이며, 2014년 매출 1조원 돌파 이래 4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영업이익은 887억 원은 9.3%, 순이익은 1096억 원으로 32% 감소했다. 이익 감소에 대해 유한양행은 ▲R&D비용 증가 ▲관계기업주식 처분이익 감소 ▲종속회사 및 지분법투자회사 이익 감소 ▲환율 하락으로 인한 외환 관련 이익 감소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유한양행의 R&D 비용 증가는 사실이다. 2015년 726억 원, 2016년 864억 원 수준에서는 지난해에는 1037억 원으로 늘렸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6.5%에서 7.04%로 상승했다. 그러나 한미약품(18.6%), 동아ST(14.2%), 대웅제약(11.8%), 종근당(11.3%), GC녹십자(10.6%) 등 타 제약사들이 두 자릿수 투자를 이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구나 매출이나 이익 규모에 비하면 유한양행의 행보가 아쉽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가 금방 나오지 않는 R&D 투자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R&D 부문에 매출액 대비 20%대 비용을 투자하는 국내 제약사는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평균 10년 이상,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신약 개발’이라는 성과물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매출의 15~30%이상을 R&D에 투자하지만 신약 개발 성공률은 100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낮다는 지적에 유한양행은 지속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R&D비는 꾸준히 증가할 예정이며, 이르면 2020년 매출 2조원도 바라보게 됐다”고 밝혔다.

예상 매출 2조원 자신감의 근간은 신약 개발이다. 유한양행은 2018년과 2019년 출시를 목표로 개량신약 5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고혈압 치료 성분을 복합하거나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개량신약이다. 현재 유한양행은 고지혈증·당뇨병 복합제인 'YH14755'(로수바스타틴+메트포르민 서방형)에 대한 임상 3상을 완료했으며 2018년 상반기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지혈·고혈압 복합제 개량신약인 'YHP1701'(로수바스타틴+암로디핀)과 'YHP1604'(텔미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틴)는 각각 3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 폐암치료제인 ‘YH25448’, 바이오면역항암제 ‘IMC-001’, 기능성장운동질환치료제 ‘YH12852’, 비알코올성지방간염·당뇨치료제 ‘YH25724’ 등 현재 임상시험 중인 치료제는 19개에 달한다. 2015년 9개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었다.

유한양행은 미국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 ‘유한USA’를 설립했고 하반기에는 보스턴에도 현지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광동제약, 간판만 제약회사 실상은 음료회사?

광동제약은 지난해 유한양행, GC녹십자(1조2879억 원)에 이어 셋째로 높은 매출(1조141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약 8% 증가한 수치이며 2년 연속 매출 1조원 돌파의 기염을 토했다. 영업이익은 357억 원, 순이익은 230억 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9.5%, 17.3% 감소했다.

2년 연속 매출 1조 달성에는 제주삼다수 소매용 위탁판매 재계약 성공, 솔표 상표권 인수, ‘비타 500’, ‘옥수수수염차’ 등 음료제품의 꾸준한 성장세가 큰 몫을 했다.

광동제약은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제약회사 3곳 가운데 음료에서 나오는 매출(60%)이 가장 높은 회사다. 삼다수 매출은 30%에 근접하고 있고 비타500 역시 20%가 넘어간다. 이런 이유로 제약사가 아니라 음료회사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광동제약의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비판은 최근 1~2년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난 2007년 금융감독원은 광동제약의 음료매출이 지나치게 커지자 “사업목표를 분명히 하라”며 사명변경을 권고하기도 했다.

제약회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또 다른 이유는 R&D 비중이다. 광동제약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가 되지 않는다. 2016년 기준 부광약품(18.3%) 한국유나이티드제약(13.4%), 메디톡스(13.9%) 등 중소 제약사들이 매출의 10% 이상 R&D에 투자하는 것도 비교하면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실제로 광동제약의 지난 2년간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전무하다. 제약회사의 행보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한 유한양행은 14건, 녹십자는 12건을 승인받았다.

광동제약은 올해 초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성장동력 기반 확보 ▲정도경영 및 핵심 가치 경영 지속 등을 제시하며 ‘내실 있는 성장 기반 구축’을 경영 방침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휴먼 헬스케어 기업으로서의 가치도 한층 더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제약사 본연의 임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제약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너 2세인 최성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전 광동제약의 의약품 매출 비중은 40%에 육박했지만 2013년 최 대표의 부회장 승진 이후 비중은 20%에 못 미치는 결과가 되풀이되고 있다.

광동제약은 국내에서의 따가운 눈초리에도 음료제품 매출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6월 20만 달러(약 2억 원)를 출자해 중국 지린성 투먼시에 판매법인 ‘광동실업연변유한공사’를 세워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다. 비타500, 쌍화탕 등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광동제약은 안정적인 식음료 매출을 기반으로 이익을 의약품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허한 다짐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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