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갑질이다” vs “정당하다”

“유산 상속 절차 배려 않고 증권사 편의대로 처리”

유진證 “예금 내주면 다른 형제들이 반발할 수 있다”

불편한 금융재산 상속제도 문제… 유진證 민원등급 평가 하위권

유진투자증권 계좌에 3000만원을 넣어뒀던 A씨의 어머니가 지난해 사망했다. A씨는 어머니의 돈을 상속받으려 했지만 유진투자증권이 아닌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돈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렇게 된 이유는 유진투자증권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공탁을 걸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돈을 상속받으려 하는 A씨에게 그냥 돈을 내줄 경우, 자사가 A씨의 다른 형제들에게 고소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공탁금을 걸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A씨는 대구광역시에 살고 있지만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가서 자신이 받아야 할 돈을 달라고 요구해야 할 입장이 됐다. A씨는 이에 대해 자신은 대구에 거주하고 있으며, 사망한 어머니의 주소지도 대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까지 가서 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A씨는 “본래 자신이 예금반환청구소송을 하면 충분히 유진투자증권을 이길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유진투자증권이 자신과 소송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공탁금을 건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에 대해 유진투자증권은 “다른 형제들에게 소송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법에 따라 본사 소재지의 법원인 서울남부지법에 공탁금을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리자와 유진투자증권의 갈등

A씨의 사연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는 지난해에 A씨의 어머니가 사망하면서부터 시작된다.

A씨의 어머니가 사망하고 난 뒤 A씨는 유언 검인을 신청했다. 유언 검인은 유언자의 최종의사를 확정해 보존하고 유언 내용을 이해관계인들이 이행할 수 있도록 공정력을 주는 것이다.

A씨의 어머니는 A씨와 A씨의 둘째 언니에게만 전 재산의 절반씩을 준다는 내용이 담긴 유언장을 남겼다. A씨의 형제는 A씨까지 합쳐서 총 4명이다.

A씨는 유언검인 결과 나온 유언검인조서로 대구지방법원등기소에서 10개 물건을 등기했다. 다음에는 금융사에 있는 예금을 찾으려고 했다. 신협에선 예금 1억 원을 찾았지만 유진투자증권에서는 예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처음에 유진투자증권에서 인감증명서가 발급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났다고 인감증명서를 다시 받아오라고 했다”며 “그런데 집에 오니 언니 신분증 사본도 달라고 해서 언니가 두 번 등기로 서류를 보냈는데 이틀 후에 예금을 못 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일주일 뒤에 유진투자증권에서 전화가 왔는데 공탁을 신청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며 “그러면 자신들이 법원에 공탁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고, 나는 금감원에 민원을 넣어보고 해결이 안 되면 소송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은 A씨에게 상속인 전원의 인감증명서와 인감을 내고 예금을 찾아가라고 요구했다. 반면 A씨는 예금을 찾는데 상속인 전원의 인감증명서나 인감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유진투자증권은 A씨 어머니의 예금을 서울남부지법에 공탁했다. 대구에 살고 있는 A씨는 어머니의 예금을 찾으러 서울에 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A씨와 유진 중 누구 말이 맞나?

A씨는 자신이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10개 물건이나 되는 등기를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유진투자증권이 예금 3000만원을 내주지 않고 자신이 서울까지 가게 만들었다고 분노하고 있다.

A씨는 “돈을 내주지 않은 유진투자증권이 자신에게 소송을 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공탁을 건 것으로 생각된다”며 “참으로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증권사의 갑질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진투자증권은 나중에 다툼의 소지가 있어서 예금을 내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A씨가 가져온 것이 유언검인조서인데 이것은 유언에 대한 형식적인 부분들을 인정하는 것이고 유언의 진위성에 대해서는 검증해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중에 다툼의 소지가 있으니까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서와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것을 안 받아와서 예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금을 계속 갖고 있을 수는 없어서 서울남부지법에 공탁을 맡겼다”고 덧붙였다.

A씨의 주소지가 대구인데 굳이 서울남부지법에 공탁을 한 이유에 대해선 “정관 상 본점 소재지에 있는 법원에 공탁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전문변호사인 경태현 변호사는 이 문제를 듣고 “A씨가 유진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면 돈을 받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자필유언의 요건이 다 맞았다면 효력은 있다”고 말했다.

경 변호사는 “망인이 자필로 쓰고 이름, 주소, 연월일, 유언내용을 잘 쓰고 도장을 제대로 찍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원에 공탁이 된 상태에서 민원이 들어왔다”며 “왜 이렇게 공탁을 했느냐고 질문하니까 유진투자증권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유언검인조서는 유언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증거 보존절차일 뿐이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본인 해당분만이라도 주거나, A씨가 자산이 있다고 하니까 그냥 다 주고 각서를 받으면 어떻겠느냐고 권고하니까 유진투자증권 측이 자사 법무팀하고 상의한 결과 이미 공탁이 돼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에 대해 유진투자증권에게 어떻게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따져보면 유진투자증권이 가장 원칙적으로 한 것”이라며 “다만 형제가 4명이므로 A씨에게 4분의 1만 주거나 A씨에게 각서를 받고 전액을 주는 방법 등을 소비자를 배려하는 입장에서 검토해 볼 수 있겠느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겪었던 불편

이번 A씨와 유진투자증권의 갈등과 관련해 유진투자증권이 좀 더 소비자를 배려했다면 좋았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예금을 지급하지 않은 유진투자증권의 선택이 옳았다고 해도 약간의 배려만 있었다면 A씨가 어머니 계좌에서 전액이 인출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보고 보이스피싱으로 착각해 놀라는 일이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A씨는 “유진투자증권이 A씨가 공탁에 동의하지 않았고 출금요청을 취소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민원 답변을 해왔다”며 “특별히 따로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몰랐고 어머니 계좌에서 전액이 인출됐다는 문자알림이 와서 보이스 피싱인 줄 알고 놀라 고객센터와 지점에 전화해보니 증권사에서 어머니 예금을 출금해 법원에 공탁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고지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남의 돈을 출금 이체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A씨의 주장에 대해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공탁은 A씨가 동의하고 안하고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소비자 배려 측면에서 그리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 못한 증권사다. 금융소비자연맹의 2017년도 증권사 평가 순위(종합)에서 유진투자증권은 20위로 최하위였다.

2015년 5월에 금융소비자원이 최근 5년간 증권사 민원등급 평가를 조사한 결과 등급이 가장 낮은 증권사도 유진투자증권이었다.

2014년 5월 금감원은 2013년 국내 20개 증권사 민원발생 등급 중 키움증권이 평균 4.75등급으로 가장 나쁜 점수를 받았고,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과 유진투자증권이 각각 4.13등급, 4.20등급(5개 연도)을 받았다고 밝혔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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