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SKT가 01X 줄이려” vs SKT “현실 반영, 절차 따랐을 뿐”

010통합반대자들 “01X번호 사라지면 불편”

SK텔레콤 “01X번호 바꾸라고 강요한 적 없어”

전직 교수 A씨 “통신정책을 이통사 이익 위주로 만들지 말아야”

휴대전화 번호 앞자리를 010으로 통합하는 것을 반대하는 온라인카페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카페의 이름은 ‘010통합반대운동본부’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주장의 핵심은 “사용 중인 01X 식별번호의 변경 없이 3G/4G/5G 등의 통신을 계속 이용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01X번호란 011, 016, 017, 018, 019 등 010으로 번호가 통합되기 전에 사용되던 번호들을 말한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은 “한 전화번호를 10년에서 20년 동안 사용했는데, 전화번호가 바뀌면 생업에 지장을 받거나 매우 불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사익단체일 뿐”이라며 “01X번호로 3G‧4G‧5G 서비스를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왜 SK텔레콤이 표적일까?

KT는 2G서비스를 종료해 2G사용자가 없다. LG유플러스의 경우 93만 명의 2G가입자가 있다. SK텔레콤의 2G가입자가 138만 명임을 감안하면 LG유플러스의 2G가입자도 만만치 않은 숫자이지만 010통합반대운동본부의 불만이 주로 SK텔레콤으로 향하고 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의 불만이 SK텔레콤으로 몰리는 이유는 스마트폰 단말기 때문이다.

한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은 “LG유플러스는 아직 2G가 있지만 그것은 1800메가헤르츠 PCS”라며 “이것은 단말기가 스마트폰으로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2G에서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 안 나온다”며 “2G에서 쓰는 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수입해서 쓴다”고 설명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은 01X번호를 유지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었다. 스마트폰의 경우 데이터 사용을 할 수밖에 없다. 본래 SK텔레콤의 경우 2G가입자도 데이터요금제를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2G가입자의 데이터요금제 가입을 막았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은 SK텔레콤이 사전에 공지를 하지 않고 데이터요금제 가입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은 “방송통신위원회 이행명령에 따라서 막은 것”이라며 “방통위 이행명령을 간단히 설명하면 2G가입자는 2G요금제만 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공지에 대해선 “지난해 11월에 공지가 나갔다”며 “티월드에도 공지가 됐고 2G폰을 이용하면서 데이터요금제(3G/LTE 요금제)에 가입돼 있던 가입자들에게 문자로도 공지가 나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G가입자의 데이터 요금제 가입 제한은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정부의 010번호통합정책에 따른 이행명령과 이용약관에 따라 2G 이용자의 3G/LTE 전체 요금제 가입을 제한했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은 SK텔레콤 측의 반론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회원들 중 SK텔레콤의 공지 문자메시지를 못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왔다. 또 01X번호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이통사에게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냐고 묻는 이들도 나왔다.

010번호를 쓰는 이유는?

2002년에 정부가 010번호로 휴대전화 번호 앞부분을 통합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번호 자원의 효율적 사용, 번호의 브랜드화 방지, 이용자 편익 증진이다.

‘번호의 브랜드화 방지’는 2002년 당시 ‘011 선호현상’ 때문에 나왔다. 소비자들이 011번호를 좋게 생각하고 나머지 번호를 안 좋게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이용자 편익증진은 010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전화번호만 입력해도 통화를 할 수 있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은 이런 정부의 이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회원들은 010번호 할당비율이 80%를 넘어섰기 때문에 머지않아 새 번호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회원은 “정부가 내세운 이유 중 번호자원의 효율적 이용에 대해 생각해 보면 현재 번호 한번 바꾸려면 제약이 심하고 번호를 바꾸면 예전 번호 사용자 찾는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번호의 브랜드화 방지 문제는 번호이동제 시행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회원들은 010번호를 사용한다고 해서 이용자의 어떤 편익이 증진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은 정부가 2G가입자를 줄이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2G가입자들만 01X번호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2G가입자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01X번호 가입자들도 감소하게 된다.

한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SK텔레콤이 공식적으로 2G 가입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서비스 중지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입자를 줄이려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들은 CDMA 가입자(2G가입자)의 사용가능 요금제 제한, 2G→4G 기기변경 TM(텔레마케팅)조직 집중투입, 재난문자를 위시한 기기변경 행사, 사용량 적은 CDMA 기지국 및 중계기 철수가 단적으로 말해준다”며 “특히 재난문자를 위시한 기기변경 행사와 TM조직 집중투입은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있었던 건으로 많은 01X사용자를 속이고 전환하고 그제야 010으로 바뀌는걸 알아챈 사람들이 다시 철회를 요청하는 악순환 반복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재난문자는 CBS라는 기술을 이용해 가는 것이고 재난문자를 받으려면 CBS칩셋이 단말기에 탑재돼야 된다”며 “CBS탑재가 의무화된 것이 2005년이며 2005년 이전에 생산된 단말기는 2G폰은 재난문자 수신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문자 단말기 교체 문제는 정부가 국민 안전제고를 위해서 요청을 한 것”이라며 “재난문자를 못 받는 2G폰 고객들을 위해 이통사의 돈을 들여서 단말기를 바꿔주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측은 “01X번호를 자신들이 바꾸라고 하는 것이 아니며, 바꾸기 싫으면 안 해도 되고 강제로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요청 주체가 정부이고, 단말기를 바꾸는 것을 원하는 이들만 부담 없이 바꾸게 해놓은 것이며 재난문자 수신을 이유로 들어 01X 번호를 바꾸라고 강요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인 전직 대학교수 A씨는 “011보장하고 4G로 옮길 수 있게 해 주면 끝나는 문제인데 011 없애려고 하니 이런 문제가 생긴다”며 “정책은 적어도 20년 앞을 내다보고 정해야 하는데 매번 이동통신사 이익 위주로 정해지니까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 인사들도 2G를 이통사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2G서비스를 제공해도 별로 돈을 벌 수 없는데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2021년 6월에는 2G 주파수 할당 기간이 종료되며 2G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된다.

한 통신업계 인사는 “2G폰 사용자의 권리 보호는 매우 중요하나, 소수의 가입자를 위해 막대한 2G 네트워크를 운영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해당 통신사에서 기존 사용자의 이용권을 최대한 보호(01X 번호 사용 등)하는 대안을 마련해 2G 서비스 종료를 늦추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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