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익수 사장 ‘책임 경영’ 공방

임원 해임 놓고 노사 대립

노조 “최정호 전무 해임해야”

사측 “큰 노사갈등 없어”

DGB금융이 인수하면 큰 시너지 날 듯

완연한 봄 날씨가 계속되면서 기온이 올랐지만 하이투자증권 노동조합과 사측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노조는 주익수 사장에게 ‘책임경영’을 할 것을 요구하면서 최정호 전무를 해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하이투자증권 빌딩 앞에는 최정호 전무 해임 촉구 현수막까지 붙어 있다. 노조가 최 전무 해임을 요구하는 이유는 법인영업본부장인 최 전무가 리테일 영업본부장을 겸하면서 해당 부서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노조원들은 최 전무 해임 주장과 관련해 리테일 분야에서 능력이 부족했고 법인 운영하듯 리테일을 운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하이투자증권 측은 “최 전무는 법인영업본부장을 했었고 내부 조직 개편하다 리테일 영업까지 겸직을 하게 됐다”며 “법인영업하고 리테일 영업 성향이 다른데 경영방식 등이 기존과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문제제기가 나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무 해임 주장 왜 나왔나

노조가 최 전무의 해임을 요구한 최대 이유는 ‘리테일 능력 부족’이다.

노조원 A씨는 “최 전무가 리테일과 법인 총괄을 맡았는데 법인 운영하듯 리테일을 운영했다”며 “법인은 소수정예가 가능하지만 리테일은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리테일을 보완해야 할 스텝부서에 자기 사람이라고 하는 이들을 앉혀놓고 전횡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사측은 “사측에 해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해결방안을 달라는 상황”이라며 “노사 간 엄청난 갈등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최 전무의 해임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선 최 전무 해임 논란의 배경에 노조가 갖고 있는 주익수 사장의 경영방식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원 A씨는 “노조가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 회사에 해임을 요구했다”며 “주 사장이 노조가 주장하는 부분을 고민해서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주 사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조합이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란 이야기다.

주 사장의 경영방식에 대한 불만

노조는 책임경영이 되지 않다고 있다는 것에 대한 대표적 근거로 올해 임원 인사가 진행되지 못한 것을 들고 있다.

주 사장이 1년 간 연임이 됐으면 과감히 임원 인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 B씨는 “임원 인사는 DGB금융지주 핑계를 대놓고 안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정리됐으므로 문제 있는 임원들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노사 간 불협화음이 일고 있지만 하이투자증권의 경영실적은 양호하다.

증권가에선 하이투자증권이 올해 1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증시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회사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며 “중상위 증권사 중에선 괜찮은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이투자증권이 증권 호황의 도움을 받고 있어서 DGB금융지주와의 통합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DGB금융은 CEO(최고경영자) 선임절차가 끝나면 인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달 29일 임시주총을 통해서 CEO 선임이 되면 6월에 자회사 편입신청을 다시 넣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금감원이 심사를 하게 되면 7월이나 8월 안에 결정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익수 사장은 올해 3월 연임됐으며 임기는 1년이다. 2016년부터 하이투자증권 사장으로 일해 왔다.

현대증권 뉴욕법인장과 국제영업본부장을 지냈고 하나금융투자 자본시장본부장, IB대표를 역임했다. 노조가 해임 압박을 가하고 있는 최정호 전무는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대학 후배다. 최 전 금감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맡은 적이 있다.

DGB금융이 인수 시 큰 시너지 날 듯

증권가 인사들은 하이투자증권을 DGB금융이 인수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DGB금융에는 증권 계열사가 없기 때문이다.

또 DGB대구은행이 주축인 DGB금융에 하이투자증권이 더해지면 DGB금융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하이투자증권 인수 계약을 체결한 DGB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다.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이 비자금 조성 및 채용비리 의혹 때문에 수사대상이 되면서 걸림돌이 생긴 것이다.

DGB금융은 다음달 중에 신임 회장을 선출하면 6월 정도에 1분기 실적을 반영한 새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금융당국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하이투자증권의 자회사 편입승인 작업이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선 BNK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전 참여설이 나온다. BNK금융지주는 BNK투자증권이란 증권사를 갖고 있지만 규모가 작다. 따라서 BNK금융지주가 부산은행과 증권사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있다.

증권업계에선 하이투자증권이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 리테일 구조조정을 위해 52명을 희망 퇴직시켰다.

또 3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부실을 지난해 상반기 손상차손 처리했다. 이외에 해운대 레지던스 호텔 개발, 부산역 옛 아리랑호텔 재개발사업 등 일부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재매각했다.

다만 경영권 매각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기관투자자 대상 홀세일(도매)영업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조의 해임 압박 속에서도 최 전무는 계속 근무하고 있다.

노조원 A씨는 “회사는 해임은 어렵다는 발언들을 하고 있어서 노조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실력 행사하겠다고 대치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달 중순에 임원 인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안했다”라며 “노조가 인사결과를 보고 판단해서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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