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새 주인은… KBㆍ신한ㆍ하나 3파전?

알짜배기 ‘ING생명’ 놓고 군침 삼키는 3대 금융지주…고민은?

ING생명 인수하는 생보사, 업계 5위권 진입

독이 든 성배? 업계 판도 바꿀 게임 체인저? 엇갈리는 전망 속 눈치만


자산 규모 31조원에 삼성·한화·교보·농협·미래에셋에 이은 업계 6위의 ING생명을 놓고 대형 금융지주의 관심이 뜨겁다. 리딩뱅크를 다투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하나금융지주도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들 의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3개사 모두 아직 ING생명 인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최근 각 사 고위 관계자들은 공통적 약점인 비은행 부문에 대해 경쟁력 강화 의지를 표명했다. 현재 보험업계에서 매물로 나온 곳은 ING생명과 MG손해보험이다. 그러나 MG손보는 실적과 자본적정성 양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는 ING생명이 유일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매각을 놓고 과열 양상 조짐이 보이자 ING생명은 최근 공식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16일 ING생명은 투자자·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MBK측으로부터 받은 입장을 ‘IR(기업설명) 레터’ 형식으로 전달하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매각과 관련해 아직 어떤 딜(거래)도 맺지 않았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지분 59.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ING생명은 MBK파트너스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알짜배기 ‘ING생명’을 놓고 KB·신한·하나 등 대형금융지주가 군침을 흘리고 있지만 문제는 높은 인수가격이다.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현재 지분 가치는 2조원 안팎이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진다면 2조5000억 원대로 몸값이 뛸 가능성이 높다. MBK는 2013년 ING생명을 1조80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으며 2016년 30억 달러(약 3조5000억 원) 수준의 매각을 시도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경쟁력 확보 절실한 금융지주…연쇄적인 인수 의향 표명

최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20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차 연 컨퍼런스콜에서 보험사 인수 의향을 밝혔다. 곽철승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쟁사와 차이가 비은행 부문에서 나타나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M&A 기회가 있다면 증권이 됐든 보험사업이 됐든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정책을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보험사 인수에 뜻이 있음을 밝힌 것은 최근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 19일 “보험 자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우영웅 신한금융 전략담당 부사장도 “현재 사업라인 중 약한 부분을 어떻게 보강할지, 글로벌 분야에서는 어떤 전략으로 확대할지 보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대형금융지주 3사가 ING생명 인수에 뛰어든 이유는 비슷하다. 3사 보험 자회사 가운데 신한생명이 가장 업계 순위(7위)가 높다. 자산규모 29조 원의 신한생명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총 자산은 60조 원을 늘어 NH농협생명(63조 원)에 이어 5위로 뛰어오르고 4위 탈환도 노릴 수 있다. 지주 차원에서는 지난해 순이익 3900억 원 차이로 KB에게 내준 리딩금융 타이틀을 되찾을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반대로 KB금융 입장에서는 ING생명을 인수하면 KB생명의 자산규모는 9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며 업계 순위는 17위에서 5위로 급등할 수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 3400억 원이었던 ING생명을 인수하면 리딩그룹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

하나생명의 경우 자산규모 4조원에서 업계 순위 5위(총 자산 35조 원) 수준의 생보사로 환골탈태할 절호의 기회다. 하나금융 역시 리딩뱅크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ING생명 인수, 지주 성장 발판? 승자의 저주?

ING생명이 덩치만 큰 속빈 강정이 아니라는 점은 3파전의 핵심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생명, 신한생명, 하나생명 모두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200%를 넘지 못했다. 생보사 평균 RBC비율(267.6%)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RBC비율은 보험회사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보험사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해도 보험계약자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책임준비금 외에 추가로 순자산을 보유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말 기준 ING생명의 RBC비율은 455.3%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다른 생보사들이 자본 확충으로 고심할 때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의 자본규제에 기반한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 향후 도입될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에 대한 대비가 잘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도 3402억 원에 달해 지주 입장에서는 이른바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다. 신한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12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KB생명은 211억 원, 하나생명은 138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ING생명 인수 파급효과를 짐작할 만한 수치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ING생명을 1조원 내외에서 인수하지 않는다면 신한지주에 부정적”이라며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시점에 신한지주와 ING생명의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부정적’으로 재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비연결금융회사 투자가 자기자본의 15%를 넘을 경우 해당 금액이 보통주 자본에서 차감된다”며 "신한지주의 내부자금조달은 1조원 수준으로 이를 넘어서는 보험사 M&A 자금은 배당가능이익으로 대별되는 주주가치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도 ING생명 인수가 비은행 부문 강화와 수익원 다변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더라도 신한금융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진단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 (2017년 12월말 기준 127.4%)과 보통주 자기자본비율(2017년 12월말 기준 12.8%)을 고려하면 인수 자금 조달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치에 변동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건 연구원은 또 “인수 이후 늘어나는 지배주주순이익은 2000억 원 내외로, 인수를 통해 규모상 확실한 1등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ING생명과 신한생명을 합병한다면 신한생명의 RBC비율(지난해 12월 말 기준 175.4%)이 296.8%로 높아지겠으나, 새 회계기준 도입 과정에서 신한생명이 1조5000억 원 이상의 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인수 효과는 여전히 주주가치에 부정적”이라고 강조했다. ING생명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이 8.7%라는 점도 인수 효과의 의문점을 제기하는 측의 근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곳은 KB와 하나”라며 “자산규모나 순이익을 봤을 때 가장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목표를 위해 무리하게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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