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기업 노사 갈등…소기업과 다툼

후지제록스 지점 노조, 사측의 해고…먹튀 규탄

세반코, 규델리니어텍 갑질로 휴업…파산·실직 이어져

규델리니어텍 “우리가 피해자…남은 재판도 이길 것”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한국후지제록스 본사.(사진=한국후지제록스 홈페이지)

예진협 기자

외국계 기업들의 갑질과 먹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계 후지제록스의 일방적인 사업폐지와 해고에 이은 ‘먹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외국계기업 규델리니어텍도 ‘갑질’ 논란을 빚고 있다.

“사업폐지ㆍ해고에 이은 먹튀”

후지제록스 아시아퍼시픽 한국지점 노동조합원들은 지난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후지제록스사의 일방적 사업폐지와 해고에 이은 ‘먹튀’를 규탄하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노조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대한민국 노동자를 무시하고 ‘먹튀’하려는 일본계 후지제록스”라고 주장하며 “당장 3월 30일로 직장이 폐쇄되고 맨몸으로 해고되는 불안한 심정으로 청원의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20인 정도의 작은 외국계 판매지점에 불과하지만 황당하기에 그지없는 ‘일본계 회사의 먹튀 사례’를 간과할 시, 지속적인 노동자 유린 사태가 이어질 것을 걱정하면서 청원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청원내용에 따르면, 세계 레이저프린터 1위 기업인 후지제록스는 지난 3월 8일 일방적인 사업폐지와 함께 3월 30일 사업장을 폐쇄한다는 통보를 했다.

노조는 “특히, 해고통보 과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청산과 정리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며 “그동안 함께 일해 온 직원과 고생해온 100여 개의 대리점, 그리고 후지제록스 프린터를 사용하는 고객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정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이러한 악덕 기업에 빌붙은 거대 법률회사가 자기들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노동법을 무시하고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친 노동자 전원을 쓰다 버리는 소모품마냥 불법적으로 해고하고, 지속적으로 프린터 사업을 영위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는 노조의 주장과 관련해 후지제록스사에 취재협조를 부탁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세반코, 규델리니어텍 갑질 주장

국내 소기업인 세반코는 외국계 기업 규델리니어텍(이하 규델)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세반코는 지난 2015년 현대위아 멕시코 프로젝트의 자동화를 규델에서 발주받아 설계 및 제작 설치한 업체다.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규델리니어텍 본사 전경(사진=규델리니어텍 홈페이지)

청원에 따르면 세반코는 지난 2007년 12월경 자본금 1억 원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연매출액 20억 원의 소기업이다. 기계·전기 설계 및 제작 분야에서 기술경력이 25년 이상인 근무경력자 3명이 창업했고, 자동차 분야 대기업들과 거래하며 자동화 시스템에 관한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다.

대표 A씨는 세반코를 지속성장 시켰고 자가 공장도 매입하는 등 성실하게 사업을 영위했다. 2014년 12월 규델과의 다툼으로 13억 원의 손실을 입어 창업 시 소유했던 아파트형 공장 및 보유중인 주거 아파트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외 기술보증 대출과 공장을 담보로 한 대출 총 18억 등이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규델은 2015년 5월경 세반코에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해왔다. 그리고 서울보증보험에 보증사고를 접수했다. 이에 세반코는 더 이상 업무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거액을 공탁할 수밖에 없었다. 1심 판결에서 규델이 7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후 승소했다.

결과적으로 규델의 경매신청과 모든 은행권 및 거래업체에 대한 가압류 등으로 인해 세반코는 현재 휴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A씨는 개인적으로 파산위기와 가정파탄에 이르게 됐다.

또한 세반코의 협력업체들도 세반코의 휴업으로 인한 거래 중단 등으로 사업적, 금전적인 손실을 봤다. 세반코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직장을 잃게 됐다.

A씨는 “규델은 세반코가 법률적인 측면을 고려해 계약 체결이나 공문 발송 등의 서류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직원이 존재하지 않는 소기업임을 악용했다”며 “세반코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사양만을 특정해 계약을 체결한 후 계속적으로 사양의 추가와 변경을 구두로 지시하면서 그 대금의 정산을 차일피일 미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반코가 지속적으로 연매출액 20억 원에 달성하기는 했으나 그 순이익은 매출액의 5%도 되지 않고, 따라서 1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선투입하여 설비를 제작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델은 위와 같이 추가로 지출된 비용의 정산은 미루면서 곧 정산을 해줄 것처럼 원하던 설비를 모두 확보한 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후 이 사건 소송까지 이른 것”이라고 적었다.

세반코는 규델과의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을 거쳐 현재 대법원에 항소중이다.

세반코의 주장과 관련해 규델 측은 “그 사람(세반코 측)이 아무리 떠든다고 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다고 모두가 진실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를 믿고 있고 대법원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결과에 따라서 대응할 것이다. 만약 규델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보상해줄 수 있는 것은 보상해주겠다”고 전했다.

이어 “오히려 자사(규델)가 소송으로 인해서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회복을 못하고 있다”며 “세반코는 당초 저희들이 계약조건을 내세운 것에 수긍해 물품지급 계약을 맺었으나, 물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세반코는 정상적인 물품을 줬다고 하지만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A씨는 “이 사건 설비의 경우 이러한 단순 보완사항들이 일부 존재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규델은 마치 이 사건 설비가 기능상 문제가 있거나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하자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재판부를 기망했다”며 “이에 대한 세반코의 감정신청이 쟁점과 무관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감정신청을 무산시켰다”고 말했다.

규델은 세반코로부터 납품받은 설비를 현대위아에 다시 납품해 현재 설비는 멕시코 공장에서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A씨는 “또한 1차 추가대금 1억 5000만원, 2차 추가대금을 5억원으로 정한 것은 이 프로젝트를 계약한 잘못으로 규델리니어텍 50%, 세반코 50% 등 각각 50%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일을 마무리하고자 서로 협의해 정상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사항이었다”라며 “이 부분이 과하다 판단되면 추후 실비 정산등의 방식으로 결산을 보자고 한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세반코와 규델 사이에 체결된 계약은 당초부터 세반코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불공정한 계약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델의 지시에 따라 거액의 제작비용이 추가로 지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반코는 이를 정산 받지 못했다. 이 사건 설비의 대부분을 납품하고도 계약을 해지당하여 손해배상액으로 계약대금 전액을 규델에게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반면 규델은 세반코로부터 이 사건 설비를 모두 납품받고, 세반코에게 지급한 계약대금은 모두 환수해 어떠한 비용도 지출하지 않고 이 사건 설비를 취득하는 이득을 얻었다는 입장이다.

예진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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