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가구 교체”… 금강 “방역 먼저”

입주민 “금강주택 고위 임원이 협박”

금강주택 “입주민들이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

견해차가 커서 갈등 장기화될 수도

A지역 금강주택 아파트에서 혹파리 떼가 나와 입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혹파리가 주방가구에서 나왔다며 먼저 가구를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금강주택은 흑파리 떼가 박멸될 때까지 방역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인사들은 사측과 입주민 간 입장차가 커서 갈등이 가까운 시일 안에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군다나 감정의 골까지 깊게 패어 있는 상태다.

입주민들은 금강주택 부사장이 “언론에 알릴 경우 도와주지 않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강주택 측은 “입주민들이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반박했다.

금강주택-입주민 ‘갈등’

금강주택과 입주민 간 갈등은 올해 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입주 직후에는 혹파리 때문에 불편을 겪는 세대가 1~2세대였다. 혹파리를 잡으려는 입주민들은 자신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돈으로 방역을 했다. 그런데 아파트 인터넷 입주민 카페에 혹파리가 나타났다는 내용의 글이 3월말부터 많이 올라왔다.

그래서 입주민들은 지난달 초에 금강주택과 혹파리 간담회를 가졌다. 그렇지만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 입주민들은 혹파리가 주방가구에서 주로 나왔기 때문에 우선 가구 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주민 A씨는 “혹파리가 나타나는 세대가 250세대이고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혹파리가 나오는 집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입주민들은 머지않아 장마철이 시작돼 습도가 높아지면 혹파리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아파트 입주민 카페를 보면 혹파리 발견 세대가 매일 늘고 있는 실정이다.

입주민들은 “전문가가 주방가구 원목 수입 시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주로 벌레가 자재 유통과정하고 보관과정에서 유입이 되는데 대부분 보관과정에서 유충이 형성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입주민 A씨는 “금강주택 아파트의 경우 지하2층에 자재를 보관했었다”며 “지금은 다 치운 상태이기는 하지만 지하2층에 자재가 1년 넘게 보관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입주민들은 주방가구 교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금강주택은 먼저 방역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금강주택 관계자는 “일단 단지에 혹파리가 발생한 원인을 찾고 있고 원인에 따라 해결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당장은 방역에 주력하고 있고 100% 박멸될 때까지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구를 교체해도 또 다시 혹파리가 생길 염려가 있어 지금 당장 가구를 교체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금강주택의 주장에 대해 입주민들은 우선 서식지부터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금강주택 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서식지를 철거하고 일괄방역을 해도 해야 할 것”이라며 “방역만으로는 재발 100%”라고 말했다.

이어 “방역 후 재 발생 세대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금강주택의 지루한 대응 때문에 몇몇 세대는 개인 사비를 털어 가구를 교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입주민 A씨는 “가구가 썩어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고, 애벌레가 수백 마리 기어 다니는 것을 알고 있는데 가구를 집에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입주민들 내시경까지 동원

혹파리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입주민들은 내시경과 현미경까지 동원했다.

입주민 A씨는 “입주민이 사비로 내시경과 현미경을 사서 원인규명을 직접 하고 있다”며 “내시경으로 혹파리 피해 세대 주방가구에 혹파리의 먹이가 될 수 있는 곰팡이가 서식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또 “혹파리 알과 유충도 발견했으며 금강주택은 그저 독한 방역만 지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주민들은 피해 세대 해당가구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방역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방역을 받는 세대도 있지만 거의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입주민들은 방역에 사용되는 약제가 독하고, 방역 이후 집을 직접 청소해야 하기 때문에 방역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방역을 해도 해결이 안 되고, 방역 3일 이후 애벌레 수십 마리가 기어가는 것이 목격이 되고 있어서 방역 말고 가구 교체를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혹파리 문제 때문에 입주민들과 금강주택이 날카롭게 맞서면서 금강주택 부사장이 주민들을 협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입주민 A씨는 “금강주택 고위 임원이 이 문제를 언론에 노출시키면 우리는 입주민들을 도와줄 수 없다며 협박을 했다”며 “그래서 전체 입주민들이 화가 나서 들고 일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금강주택 관계자는 “사실은 입주민들이 이번 건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금강주택을 협박했던 것”이라며 “금강주택은 원만히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었던 것”이라고 반론했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입주민들이 보낸 공문을 받은 금강주택이 이 문제가 언론에 노출될 경우 입주민 요구사항 중 한 건은 보류하고 나머지 요구도 공문으로 답변해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금강주택 부사장과 현장소장이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입주민 A씨는 “입주민들이 부사장을 만났는데 부사장이 모든 권한을 현장소장에게 넘겼으니 현장소장과 해결하라”고 말했다며 “그런데 현장소장은 윗선의 지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주장에 대해 금강주택 관계자는 “금강주택 내부에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없다”며 “향후 이 문제와 관련해선 금강주택 관계자가 민원인들을 상대할 것이며 책임을 전가하거나 회피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입주민들은 “부사장이 나는 모든 책임과 권한을 현장소장에게 넘긴 상태이며 현장소장이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했다”며 “현장소장도 자신은 권한이 없으며 윗선에 보고하고 결론을 말해주겠다고 한 것을 참석한 입주민 모두 들었다”고 반박했다.

갈등 해결 쉽지 않을 듯

한편 금강주택 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금강주택이 보낸 공문을 17일에 받았다”며 “금강주택이 입주예정자협의회와는 협상을 하지 않고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성되면 18일 이후에 입주자대표회의와 조율해서 만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만일 입주자들과 금강주택이 서로 접촉을 해도 각자의 기존 입장을 고집할 경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혹파리 떼가 나오는 아파트는 금강주택 아파트 외에 다섯 곳 정도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혹파리 떼가 나온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서 정확히 몇 군데 아파트에서 혹파리 떼가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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