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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험사의 숙원 헬스케어서비스…'의료법 벽' 넘을수 있을까?

당뇨 예방 등 헬스케어서비스 도입시 5년후 연 1480억 절감
'의료행위' 규정 불명확…AIA생명 ·ING생명은 관련상품 출시
정부, 민관 합동 법령 해석팀 구성… 다양한 상품 출시 기대
[최성수 기자] 헬스케어서비스가 보험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험업계가 헬스케어서비스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 핵심주체인 총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5년 3744만명(73.4%)에서 2016년 3763만명(73.4%)을 정점으로 감소해 2045년 2772만명(54.3%)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고령화 시대에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건강수명이다. 건강수명은 질병이나 부상을 겪지 않는 등 등 건강상에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보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정부도 4차 산업혁명에 의료분야를 접목해 건강수명을 기존 73세(2015년)에서 76세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질병의 치료와 예방, 건강관리 사업을 모두 포함한 것을 지칭하는 이른바 ‘헬스케어서비스’는 건강수명 연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도 헬스케어서비스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의료법의 벽에 막혀 현재는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당뇨 예방 프로그램 도입시 5년 후 연 1480억원 절감

  •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시뮬레이션 방법을 통해 당뇨 예방 프로그램 유무에 따른 연간 당뇨 발병률, 사망률, 연간 의료비 및 소득 격차 등을 추정한 결과 당뇨 위험군에 대해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도입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연간 17% 정도 당뇨환자가 줄어드는 효과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보험연구원 제공
전문가들은 헬스케어서비스를 도입하면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개최한 ‘건강관리 서비스 활성화와 그레이존(회색지대) 해소 방안’ 심포지엄에서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뇨 예방 프로그램과 같은 건강관리서비스를 도입하면 발생하는 편익의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시뮬레이션 방법을 통해 당뇨 예방 프로그램 유무에 따른 연간 당뇨 발병률, 사망률, 연간 의료비 및 소득 격차 등을 추정했다.

시뮬레이션 분석결과 당뇨 위험군에 대해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도입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연간 17% 정도 당뇨환자가 줄어드는 효과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비 절감에 있어서도 그 효과가 뚜렷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도입 5년 후에 연간 약 1480억원, 10년 후에는 약 2850억원, 20년 후에는 약 4520억원의 의료비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소득증대 편익 규모는 의료비 절감 편익보다 더욱 클 것이라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소득증대 편익 규모는 5년 후 연간 약 4790억원, 10년 후에는 약 68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PWC 건강연구원에 따르면 당뇨환자를 위한 모바일 건강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할 경우 환자 당 연간 최대 1만 달러까지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 교수는 해당 심포지엄에서 “공공적인 측면에서 볼 때 당뇨 예방 프로그램과 같은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에서 발생하는 편익의 경제적 가치는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다.

◇ 해외는 지금…헬스케어 ‘열풍’

국내 보험업계가 의료법 등 문제로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에서는 헬스케어서비스 활성화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의 ‘보험사의 바이오헬스산업 진출(이계민 선임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보험사인 제일(第一)생명은 정부기관, 교토대, 일본IBM과 업무제휴를 통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교토대 의과대학의 진료기록을 분석해 IBM의 AI기반 예측시스템을 이용하여 새로운 건강보험상품이나 건강관리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은 임산부와 태아 건강관리를 위한 '카이스'라는 상품을 내놓았다. 카이스는 디지털 기기로 태아의 상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산부인과와 제휴해 진료기록을 관리하고 원격의료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의 보험사 평안보험의 자회사인 중안보험은 인터넷업체인 텐센트와 협업하여 개발한 혈당측정 단말기를 통해 혈당데이터를 분석해 보험료를 조절해주는 '탕샤오베이'라는 건강보험 상품을 내놨다.

미국의 보험사 AIG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문 스타트업인 HCS사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HCS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인공지능, 근무환경 정보를 결합해 작업장에서 근로자나 관리자가 부상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만들었다.

◇ 건강증진형 상품 출시하는 보험사들 의료법 문제로 ‘한계’

  • AIA생명은 지난달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인 ‘(무) Vitality 걸작 암보험’을 출시했다. 사진=AIA생명 제공
보험금 지급률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은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고객이 건강할수록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급해야할 보험금이 적어진다.

보험사의 헬스케어서비스는 보험계약자의 질병발생 확률, 조기 사망 확률 등 사고위험을 줄여 보험 손해율을 낮출 수 있다. 이는 결국 보험료 인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도 좋지만, 고객들도 건강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자 보험사들은 건강증진형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AIA생명은 지난달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인 ‘(무) Vitality 걸작 암보험’을 출시했다.

이 보험은 피보험자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실천하는 다양한 노력 중, 실생활에서 실천하기 쉬운 ‘걷기’를 평가 지표로 삼아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피보험자가 AIA생명의 마스터플래너를 통해 바이탈리티 액티브(Vitality Active) 회원가입을 한 후 바이탈리티 전용 앱을 통해 걸음 수를 측정해 상품 가입 후 1년이 되는 시점에 1만포인트를 달성하면, 14회차 이후부터 월보험료(특약보험료 포함)의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ING생명도 이달 ‘국민체력100’ 사업과 연계한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을 내놨다. 가입고객이 체력 인증 및 걷기 목표를 달성하면 최대 50만원까지 현금으로 돌려준다. 또한, 상품가입 후 고객이 1년 내에 ‘국민체력100’ 인증센터를 방문해 체력을 측정하면 등급에 따라 월보험료의 최대 100%까지 현금으로 ‘국민체력 인증 축하금’을 지급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가이드라인에 맞춘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 이상으로는 상품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운동량 등 보험사들이 정한 목표치를 고객들이 달성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정도다. 혈당 체크 등 넓은 의미의 헬스케어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성화 하지 않는 것은 헬스케어서비스가 의료행위에 해당될 수 있어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또한,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를 구분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즉, 의료계하고의 법적 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존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는 적극적으로 상품 출시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 시행 후 출시가능한 상품 예시.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 정부, 민관 합동 법령 해석팀 구성…다양한 상품 출시되나?

결국 정부가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보험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헬스케어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행위에 대한 범위 등의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는 현재 정부가 제도적 개선에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신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신 방안으로 ‘민관합동 법령해석팀’을 올해 1분기 중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불명확한 법령상 개념 등에 대해 복지부, 식약처, 민간 의료법률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 법령 해석팀을 만들어 원스톱 유권해석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명확히 구분해 비의료기관이 모바일 앱, 빅데이터 등을 통한 다양한 건강관리서비스 개발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에 보험업계서는 다양한 상품 출시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국내의 법령 해석팀과 비슷한 ‘그레이존 해소제도‘가 도입된 후 다양한 건강증진 보험 상품이 개발됐다.

그레이존 해소제도란 사업자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대해 규제가 적용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사업소관부처의 장관을 경유해 해당 규제소관 부처의 장관에게 확인하는 제도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법상 ‘위료행위’에 대한 정의가 없다. 하지만 일본은 그레이존 해소 제도를 통해 규제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고 있다.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레이존 해소제도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자 및 대상 법령에 제한이 없고, 조회처를 사업소관부처로 해 낯선 규제 기관 접촉에 대한 사업자의 심리적 부담을 완화해준다”며 “이를 통해 사업자의 제도 접근성을 제고시켜준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관 합동 법령 해석팀은 구성이 완료된 상태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성은 완료됐고 운영 중에 있다”며 “기존 발표한 계획대로 현재 진행이 잘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모호한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다양한 보험 상품이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국가중 하나다. 경제활동 핵심주체인 총 생산가능인구가 2045년 2772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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