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용 시설군 내의 용도변경, 어떻게 무허가 건축물(?)

공익사업 위한 주거이전비 지급, 건축물 특징 판단 중요

정확한 판단의 의무 있는 사업시행자

LH공사, 건축물대장만 자세히 살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던 부분을 오해

같은 주거용 시설군 내에서의 용도변경… 어떻게 무허가 건축물인가(?)

LH공사가 주거용 건축물을 무허가 건축물로 잘못 판단한 탓에, 이주대상자에 수년간 주거이전비 지급을 미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민철 기자

LH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거용 건축물을 무허가 건축물로 잘못 판단해 이주대상자에 주거이전비 지급을 거부했던 사례가 밝혀졌다. LH공사는 건축물대장만 살펴보면 같은 시설군 안에서의 용도변경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사실상 간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개발법상 도시개발사업 그리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의 시행자는 해당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특별한 제약이 없는 이상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구 공익사업법)’ 제78조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수용과 사용에 대한 이주대책을 수립‧실시하거나 주거이전비 지급 등의 보상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주거이전비 지급에 관한 조건 및 기준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자세히 제시돼 있다.

특히 동법 제54조에서는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이 적시돼 있는데, 이는 크게 공익사업시행 지구에 편입되는 건축물의 ‘소유자’와 ‘세입자’ 그리고 그 건축물이 ‘주거용’과 ‘무허가’ 여부의 경우로 분류돼 있다.

먼저 공익사업시행 지구에 편입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소유자의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이때는 사업시행자들이 해당 건축물에 대해 가구원수에 따라 2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해야 한다.

건축물의 소유자가 실제 해당 건축물 또는 공익사업시행 지구 내의 타인의 건축물에 거주하지 않고 있거나, 그것이 무허가 건축물 등이라면 주거이전비를 보상하지 않는다.

건축물의 소유자가 아닌 세입자의 경우는 비교적 복잡한 조건들이 걸려 있다. 만약 공익사업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될 대상이 건축물의 세입자로서 그 건축물이 주거용이라면, 해당 세입자는 가구원수에 따라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세입자가 해당 사업인정고시일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 고시 등이 있은 당해 사업시행지구 안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해야만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또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가 아닌 무허가 건축물 세입자의 경우도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다.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될 대상 중 무허가 건축물 등에 입주한 세입자는 해당 사업의 인정고시일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당시, 그 공익사업지구 안에서 1년 이상 거주해야 주거이전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

주거이전비 지급은 공익사업시행 과정에서 시행자와 이주대상자 간 금전적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보다 정확한 판단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익사업시행 지구에 편입된 건축물의 소유자와 세입자는 등기부등본 등 부동산의 소유주가 제시된 서류로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에 있어 오류가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건물의 소유자와 세입자 모두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이를 두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건축물의 특성 즉 공익사업시행 지구에 편입된 건축물이 주거용인지 아니면 무허가인지 여부를 두고, 판단의 착오로 시행자와 이주대상자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무허가 건축물의 소유자이거나 주거용 건축물에 3개월 미만 또는 무허가용 건축물에 1년 미만 거주한 세입자는 주거이전비를 보상받을 수 없다는 예외 사항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주대책의 수립과 실시 그리고 이에 따른 주거이전비 지급 등의 보상절차를 마련하는 주체가 공익사업의 시행자인 만큼,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통해 이주대상자들과의 갈등을 예방할 의무 역시 사업시행자에게 있다.

최근 법원의 판결을 통해 밝혀진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의 사례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의 시행자였던 LH공사는 해당 정비사업시행 지구에 편입된 실제 주거용 건축물을 무허가 건축물 등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이었던 그 건물의 세입자에게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주거이전비의 지급을 거절해 소송까지 끌고 갔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로써 결국 LH공사가 잘못됐던 것으로 드러나며, 주거이전비 지급 대상에 대한 판단에 보다 철저해야 할 공익사업 시행자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거주하던 곳을 주거용 건축물이 아니라는 LH공사

이 사건은 지난 2012년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진행된 도시정비사업 지구에서 발생했다. 이 정비사업의 시행자는 LH공사로 선정됐고, 같은 해 8월 말 사업계획에 관한 공람공고가 나왔다. 사업시행인가는 이후인 지난 2015년 5월에서야 고시됐다.

당시 정비사업계획의 공람공고가 나오기 3개월 전인 2012년 5월 중순, A씨는 이 정비사업이 진행될 지구 내에 위치한 건물의 오피스텔방 한 곳을 임차해 거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3개월 10일 간 A씨가 이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던 중 도시정비사업 계획에 따른 공람공고가 나왔고, 그는 자신도 이 공익사업에 따른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A씨는 당시 공익사업시행 지구에 편입된 건축물의 세입자였다. 또 그 건축물은 A씨가 주거용으로 거주하고 있던 곳이며,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 고시 등이 있은 당해 3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었다.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54조에 따라, A씨는 가구원수에 따라 LH공사 측으로부터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받는 대상에 속했다.

그런데 여기서 LH공사 측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자사가 판단한 당시 A씨가 거주한 곳이 주거용 건축물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LH공사 측은 해당 건축물이 임의로 주거용으로 용도를 변경해 사용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
대법원이 지난 2013년 5월 23일 선고한 판례(2012두11072)에 따르면, 공부상 주거용이 아닌 건축물을 허가‧신고 등의 적법한 절차에 없이 임의로 주거용으로 용도를 변경해 사용한 경우, 그 건축물은 원칙적으로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이 되는 주거용 건축물로 볼 수 없다.

이는 단지 무허가 건축물 등에 해당돼 예외적으로 그 건축물에 입주한 세입자만이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법원 판례를 정리해 보자면, 주거용이 아니었던 건축물을 적법한 허가‧신고 절차 없이 개조해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면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의 주거용 건물이 될 수 없고, 다만 이를 무허가 건축물에 포함시킨 뒤 그 건축물의 세입자만이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에 속한다는 내용이었다.

LH공사는 A씨가 거주한 건축물이 적법한 허가‧신고 절차 없이 개조해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던 곳으로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A씨가 세입자이기는 하지만 이 경우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이 되려면 해당 건축물이 무허가 건축물에 속해야 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54조에 따라 무허가 건축물 등의 세입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 고시 등이 있은 당해 1년 이상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A씨의 경우 약 3개월 10일을 거주했을 뿐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라면 조건을 충족하지만, 무허가 건축물 등의 세입자로서는 1년 이상의 기간이 되지 않아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A씨는 결국 LH공사의 완고한 주장에 의해 법원에 주거이전비 지급에 관한 판단을 맡겨볼 수밖에 없었고, 최근에서야 법원으로부터 판결이 나왔다.

‘건축물대장’ 보면 쉽게 아는 용도변경… 신속한 사업추진만 중요한가(?)

사실 “주거용이 아니었던 건축물을 적법한 허가‧신고 절차 없이 개조해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라는 대법원 판례이자 LH공사의 주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은 바로 ‘주거용이 아니었던 건축물’이었다.

다시 말해 A씨가 당시 거주하던 건축물이 현재는 개조해 주거용으로 사고하고 있지만, 과연 원래부터 ‘주거용이 아니었던 건축물’이었는지의 여부를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는 인근 구청 등 지역 민원실 또는 정부민원포털 민원24에서 ‘건축물대장’ 발급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A씨와 LH공사 간 법정공방에서 재판부에 제출된 ‘어렵지 않게 확인해 볼 수 있는’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A씨가 거주했던 건물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신축허가를 받아 도중에 다가구 단독주택으로 사용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이후 건축물대장상 용도가 업무시설(오피스텔)로 변경됐다.

그렇다면 엄밀히 말해 ‘주거용이 아니었던 건축물’을 개조한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였다. 신축허가를 받은 뒤 단독주택으로 사용승인을 받았고, 건축법상 주택과 동일한 시설군에 해당하는 건축물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후 바뀐 용도가 오피스텔로 이는 업무시설이지만 역시 주거용으로도 볼 수 있었고, 임차인인 A씨가 실제로 주거용으로 살고 있었던 만큼 주거업무시설군 안에서의 용도변경에 해당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건축법 제19조에 따라 A의 경우가 같은 시설군 즉 주거업무시설군 안에서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한 만큼, 따로 적법한 허가‧신고 절차가 의무적이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변경이 있을 때 단지 건축물대장 기재내용을 변경하기만 하면 그만일 뿐, 물론 이를 실행하지 않았을지라도 같은 시설군 안에서의 용도 변경을 무허가 건축물로 보기에는 지나치다는 설명이었다.

재판부는 “(A씨가 거주하던 건축물은) 건축법상 주택과 동일한 시설군에 속하는 건축물은 건축물대장 기재 내용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거용 건축물로 사용했다”라며 “그 용도변경에 관해 변경신청 절차상 해태 외에 다른 위법사유는 없으므로 A씨가 거주하던 건축물은 무허가가 아닌 주거용 건축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결국 A씨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LH공사로부터 주거이전비를 보상받을 수 있었지만, 제때 받을 수 있던 돈을 수년이 지나서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박상우 LH공사 사장. (사진=연합)
LH공사는 도시정비사업이라는 공익사업의 시행자로서 당시 A씨가 거주하던 건물의 용도에 대해 보다 상세한 판단을 해야만 했다.

건축물대장 발급을 통해 건축물 소유자 등으로부터 용도변경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면, 해당 건축물이 원래부터 주거용이었고 같은 시설군 안에서 용도변경이 일어났을 뿐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공익사업의 시행에 따라 이주대상자에 지급할 주거이전비는 단순히 사업추진의 신속성뿐만 아니라, 주거이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될 이들에게 사회보장적인 차원에서 지급하는 금원이다.

사업시행자 LH공사는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목표로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보다 철저히 알아봤어야 했을 건축물의 용도 부분에 대한 판단 착오로 인해 이주대상자는 수년이 지난 후에야 이 사회보장적 금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은 LH공사가 되돌아보며,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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