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지목한 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회사 내부거래 지속

김상조 공정위원장 “오너일가 보유 비주력ㆍ비상장 처분해야”

30대 그룹 총수일가 보유 SI계열사 14곳, 부동산은 18곳

GS아이티엠ㆍ신세계I&Cㆍ 대림코퍼레이션ㆍ영풍개발 등 관련

‘경제 검찰’의 수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가장 큰 숙원사업은 무엇일까. 교수 시절 ‘재벌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 위원장이지만 ‘재벌개혁’은 워낙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사안이라 쉽게 해결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도 잘 알고 있다. 지난 5월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 속도와 강도를 현실에 맞춰 조정하되 3년 내지 5년 시계 하에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처럼 말이다.

최근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이라는 큰 과제 해결보다는 자신의 임기 이후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을 밝혔다. 지난달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 기조 강연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일감 몰아주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첫번째 소망”이라며 “임기가 마무리될 때는 ‘일감 나눠주기’, ‘일감 개방’이 우리사회의 거래 관행으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희망사항”이라고 밝힌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 때문인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주력사업이 아닌 비핵심 계열사가 비상장인 상태에서 대주주 일가가 다수 지분을 보유하면서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얻고 관련 분야의 경쟁을 저해하는 공정거래를 해치는 점”이라며 비핵심 계열사로는 SI(시스템통합),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회사 등 4개 분야를 짚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각 그룹은 비주력ㆍ비상장 계열사에 대해 해당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 사업 필요성이 있다면 왜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지 설명해달라”며 “시장과 사회가 납득하지 못하면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으니 자발적인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대상은 30대 그룹으로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행태, 文 정부 이후 더 심해져

최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60대 대기업집단 소속 225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가 총 12조9542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매출액 합계의 13.6%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5년(12.1%)보다 오히려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비상장사는 20%)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한 공정위는 규제 강화의 뜻을 밝혔다. 지난달 25일 공정위는 ‘2014년 사익 편취 규제 도입 이후 내부거래 실태 변화 분석 결과’에서 “사익 편취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총수 일가 지분 20~30%인 상장사와 규제 대상 회사의 자회사(지분율 50% 초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규제 대상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규제 대상을 상장사 기준 지분율 30%에서 20%로 낮추는 방안과 함께 자회사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총수 일가 지분 보유 30대 그룹 SI 계열사는 14곳

김상조 위원장의 ‘비주력ㆍ비상장 계열사’ 발언 이후 가장 화제가 된 업계는 SI(시스템 보안)다. 현재 30대 그룹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을 보유한 SI업체는 총 14곳이다. 이 가운데 삼성SDS, 신세계 I&C, 효성ITX, 갤럭시아컴즈, SK 등 5곳만 상장사다.

대표적 비상장 SI업체는 GS의 GS아이티엠이다. GS아이티엠의 총수일가 지분은 80.6%,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70.6%에 달한다. 최대 매출처는 GS리테일로, 규모는 전체 매출 규모의 35% 가량인 719억 원이다. 지난 5년간 배당금 83억 원 가운데 78억 원이 오너 일가 4세들에게 돌아갔다.

SI업체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이 2014년 합병해 탄생한 CJ올리브네트웍스는 오너 일가가 지분 약 44%를 갖고 있다. 이재현 회장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17.97%, 장녀 이경후 CJ그룹 미주통합마케팅담당 상무가 6.91%, 이 회장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14.8%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18.9%로 매출 규모로는 3444억 원이었다.

이웅렬 코오롱회장이 지분 49%를 갖고 있는 코오롱베니트는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21.1%, 896억 원 수준이다. 신세계그룹 SI업체인 신세계I&C는 오너일가 지분은 6.97%이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76.12%다. 1997년 신세계에서 분리 설립 이후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했다. 신세계I&C는 김 위원장 발언 다음날 주가가 13.69% 하락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SI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로 전체 매출의 89.4%인 1조 194억 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OCI와 KT의 SI 계열사들은 각각 85.3%, 84.5%를 기록했으며, 롯데는 82.8%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부동산관리회사는 18곳 비상장…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

부동산관리회사의 경우 30대그룹 중 총수일가지분이 있는 18곳의 계열사가 모두 비상장사였다. 효성은 부동산 계열사인 공덕개발,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신동진을 보유하고 있다. 내부거래 규모는 모두 100억 원 이하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89.9%, 63.5%, 37.7%에 달한다. 장형진 영풍 명예회장의 장남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부사장(지분 11.0%) 등이 보유한 빌딩관리업체인 영풍개발은 지난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8%였다. GS그룹 부동산 임대업회사인 보헌개발도 GS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큰 대표적 계열사다. 오너일가 지분율 100.0%, 내부거래 비중 97.73%다. 내부거래로만 회사를 운영하는 셈이다. 부영의 부동산 계열사인 부영과 부강주택관리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각각 95.43%와 100%다. 이들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98.7%, 94.9%에 달했다.

광고ㆍ물류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도 만만치 않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분 52.8%를 갖고 있는 대림그룹 물류 계열사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내부거래로 매출 5713억 원(비중 17.9%)을 올렸다. LG그룹 물류계열사 판토스는 내부거래 비중이 60.1%, 금액으로는 1조3897억 원이었다. 현대차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 매출의 20% 이상은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광고계열사의 경우 현대차그룹 계열의 이노션이 4216억 원의 매출 중 54.4%인 2407억 원의 내부거래였고 효성 계열사인 갤럭시아에스엠도 17.9%(66억 원)가 내부거래 물량이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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