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의 여지없다는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 ‘해상도’까지 알고 있다니

리니지M 불법프로그램 사용 여부 두고 사용자-엔씨소프트 간 소송 이어져

엔씨소프트 측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 계정 서버, 캐릭터명, IP 등 종합적 정보 파악”

화면 내 해상도까지 알아낸 탐지 시스템, 이용자 수집 동의 필요한 정보에 명시되지 않아

NC소프트 게임 리니지M의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을 두고 이용자 미동의 정보 파악에 대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NC소프트 본사.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대표 게임인 ‘리니지M’의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이 이용자의 수집 동의를 요구하는 정보 중 명시되지 않은 해상도 부분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 측은 개인정보처리방침과 운영정책 중 게임 화면 내 해상도를 사측에서 수집할 수 있다는 이용자의 동의를 얻고 있는 부분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에 묵묵부답 중인 상태다. 최근 리니지M 사용자들 사이에서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계정이용이 정지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자칫 개인정보침해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제19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는 NC(이하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의 사용자가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계정정지 해제 등에 관한 소송의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 원고인 리니지M의 사용자 A씨 측은 해당 게임의 이용 과정에서 엔씨소프트가 약관상 제재를 가하고 있는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없음에도, 사측의 강제 처분으로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엔씨소프트 측은 A씨의 리니지M 계정이 “게임 내에서 사람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라며, 다시 말해 A씨가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한 사실이 자사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을 통해 확인됐다는 이유로 계정의 이용을 정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A씨 측은 리니지M 게임을 이용하며 절대로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해당 계정에서 불법프로그램이 사용됐다는 주장에 대한 입증 책임이 엔씨소프트에 있음에도, 사측이 불법프로그램 사용의 판단 근거인 게임 로그 기록 등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부당하다고 지정했다.

무엇보다 A씨가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관련 로그 기록에도 이에 대한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엔씨소프트 측은 A씨의 리니지M 계정의 정지 및 불법프로그램 사용 탐지 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NC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의 사용자가 NC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계정정지 해제 등에 관한 소송의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사진=한민철 기자)
엔씨소프트 측 변호인의 설명에 따르면, 사측의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은 해당 프로그램의 사용이 의심되는 계정의 서버와 캐릭터명, 접속 IP(아이피), 애뮬레이터 등과 관련된 저장 기록을 토대로 불법프로그램 사용 유무를 판단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특정 계정에서 캐릭터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같은 동작을 반복하거나, 다수의 캐릭터를 생성해 동시에 게임에 접속시키는 등의 행위를 중점적으로 파악해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씨소프트 측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미 과거 비슷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자사 시스템의 오류가능성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무엇보다 향후에도 이런 의혹을 없애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이 없다는 자문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날 재판의 변론을 마쳤다.

사실 매크로 기능의 형태로 구현되는 엔씨소프트 게임의 불법프로그램을 둘러싼 사용자와 사측 사이의 갈등과 법적다툼은 기존에도 꾸준히 있어왔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엔씨소프트 게임인 리니지의 이용자들이 엔씨소프트 측을 상대로 계정복구 및 손해배상 등에 관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이용자들은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구동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 측이 해당 이유로 자신들의 계정을 강제로 정지시켰다며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물론 법원은 불법프로그램을 통한 게임 이용이 엔씨소프트 측에 대한 영업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정상적인 게임 이용자들에게도 큰 피해가 된다는 이유 등으로 관련 사건의 여러 재판에서 대부분 엔씨소프트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심지어 대법원마저도 지난 2011년 리니지에서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구동한 사용자에 계정이용을 정지시킨 엔씨소프트 측의 규정이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불법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운영 및 제재 사항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해 약관에 반영해 왔고, 해당 운영정책을 위반한 계정에 대한 이용정지 사실을 주기적으로 공지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 게임에 대한 불법프로그램 사용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NC소프트의 리니지M. (사진=연합)
특히 리니지M의 경우 모바일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녹스와 모모 등 PC에서의 구현과 다중계정 플레이가 가능한 앱플레이어가 인터넷상에서도 공유되고 있고, 이 앱플레이어를 통해 불법프로그램이 보다 자주 구동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A씨의 경우처럼 자신은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없음에도 엔씨소프트 측이 계정 이용을 강제로 정지시켰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이용자들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해상도’까지 파악하는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 이용자 동의는(?)

이들 이용자들이 상당한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 중 하나는 엔씨소프트 측이 객관성과 신빙성을 인정받았다고 확신하는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이 과연 어떤 구체적 기준으로 이용자들의 불법프로그램 사용 여부를 파악해 내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엔씨소프트로부터 계정정지 처분을 받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이 어느 부분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했는지, 사측에 그 구체적 사유를 알려줄 것으로 요구하더라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엔씨소프트 측은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의 단속에 대한 기준을 공개하면 이를 역으로 이용해 시스템의 단속 기준을 피해 나가는 새로운 불법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출해왔다. 때문에 그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를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통로로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인정받은 만큼 의심의 여지가 없기에 더욱 그 기준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게임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불법프로그램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 알권리를 제한받는다는 부당함을 느낀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측은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을 통한 적발을 위해 이용자들로부터 사전 동의를 얻어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서 엔씨소프트 측 변호인 측이 설명한 대로 게임 이용자 계정의 서버와 캐릭터명, 접속 IP, 애뮬레이터 등의 정보였다.

실제로 리니지M의 개인정보처리 방침 약관에는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이용기록과 접속 로그, IP 정보, 불량 이용기록, 모바일 기기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본지는 A씨와 엔씨소프트 간의 재판 과정에서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의 단속 기준 중 약관 등에 적시되지 않은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점을 알아볼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 측 변호인은 A씨의 불법프로그램 사용 여부에 대해 시스템이 파악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나온 증거 중 하나로 ‘해상도’를 지적했다.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이 A씨 측이 리니지M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모바일이 아닌 PC상에서 구현하고 있다는 점, 동시에 해당 PC에서 활성화 중인 게임 화면이 사람이 볼 수 없을 정도로 낮은 해상도로 설정돼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는 주장이었다.

엔씨소프트 측 변호인은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을 통해 A씨가 리니지M 게임을 PC상에서 구현하면서 매우 낮은 해상도로 맞춘 게임 화면, 즉 불법프로그램을 여러 개 작동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분은 이용자의 로그 기록과 IP 주소, 접속 모바일 기기의 정보 등은 개인정보 이용에 따른 동의 하에 엔씨소프트 측 시스템에 수집 및 저장되겠지만, 게임 내에서 화면의 해상도까지 파악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리니지M 사용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게임 내에서 화면의 해상도는 사운드 및 언어 등과 같이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하는 기능이다.

엔시소프트 측이 이용자의 게임 내 해상도까지 파악하며 이를 수집해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은 개인정보처리방침과 운영정책에도 기재되지 않은 상태다.

김택진 NC소프트 대표. (사진=연합)
자칫 이용자가 동의하지 않았고 약관상 수집 가능하다고 명시되지 않은 해상도까지 파악해 불법프로그램 탐지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다면,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이에 본지는 이런 의문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함께 엔씨소프트의 개인정보처리방침 중 수집이 가능한 정보로 제시된 서비스 이용기록과 접속 로그, IP 정보, 불량 이용기록, 모바일 기기정보 중 게임 화면 내의 해상도는 어느 부분에 속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취재를 의뢰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에 상세한 내용에 대해 답변 드리기가 어렵다”라며 “당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 등 현행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은 ‘개인정보처리방침’을 고지하고 명시적 동의를 받고 있다”라는 기계적 답변만을 내놨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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