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책임에만 초점 맞춰진 檢 수사결과… ‘꼬리자르기’ 하나(?)

檢, 삼성증권 배당사고 수사결과 전 직원 8명 기소

문제의 전 직원들, 회의 나누거나 카카오톡으로 의견 교환하며 유령주식 매매 계획

사측 내부 시스템 문제 언급하지 않은 檢 수사결과… 아쉬움∙의문의 목소리도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며, 전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집중된 수사내용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삼성증권(대표 구성훈) ‘유령주식 배당사고’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이 사건 실체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만 이번 수사결과가 문제를 일으킨 삼성증권 전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만 집중되며 사측 책임에 대해서는 ‘선긋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성인 부장검사)은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오류 사고에 관한 수사 결과를 지난 9일 발표하며, 삼성증권 전 직원 8명을 기소하고 나머지 13명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8명 중 삼성증권 전 기업금융본부 팀장과 과장, 영업점 과장 등 3명은 범죄사실이 중하다고 판단해 구속기소 처분됐다.

앞서 지난 4월 6일 삼성증권에서는 우리사주 조합원 2018명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 대신, 담당직원의 전산입력 실수로 1000주를 배당해 실제로 발행되지 않은 ‘유령주식’ 약 28억주가 직원들 계좌에 잘못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삼성증권 직원 16명은 무더기로 배당된 유령주식에 대해 전산상 거래가 가능한 점을 이용, 주식 주문이 차단되기까지 약 38분 간 501만주를 시장에 매도했다. 다른 직원 5명도 주식을 매도하려 했으나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들 21명의 삼성증권 직원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 피의자들에 대해 대량의 주식을 실제로 양도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주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저해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관련한 위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주식을 매도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입력된 주식을 매도할 권한이 없음에도 삼성증권 HTS와 MTS 등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통해 매도주문을 입력한 이유로 컴퓨터 등의 사용사기 혐의도 주어졌다.

이어 삼성증권 직원으로서 사고수습 등 사무에 협력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배한 채 주식을 매도, 사측에 손해를 가함으로써 배임 혐의 역시 범죄사실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구속기소 된 3명의 경우, 205억원에서 511억원 상당의 주식을 2회에서 14회에 걸쳐 분할 매도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개별종목에 대한 체결가가 일정범위를 벗어날 경우 단일가 매매로 전환돼 일시적인 주가의 급변을 완화하는 가격안정화 장치인 VI(Volatility Interruption)가 발동됐음에도, 추가로 주식을 매도했다. 이에 시장가 주문∙직전가 대비 저가로 매매계약을 체결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사건으로 불과 30여분 간 VI가 총 7차례에 걸쳐 발동됐지만, 삼성증권의 주가는 개장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전일 종가 대비 12%까지 급락했다.

삼성증권은 피의자들을 대신해 결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손실만 92억원으로 주가하락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일반 투자자들도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검찰의 수사 결과 다수를 경악하게 할 만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번 사건이 피의자들의 단순한 실수나 충동적 일탈에 의해 벌어진 일이 아닌, 고의성 짙고 주도면밀하게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피의자를 포함한 4명의 삼성증권 직원들은 당시 회의실에 모여 네이버증권과 카카오스탁 등을 통해 주가하락 사실을 확인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주식을 매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건에서 구속기소 된 3명의 경우, 205억원에서 511억원 상당의 주식을 분할 매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연합)
불구속 기소된 5명의 전 직원들 역시 3억원에서 279억원 상당의 주식을 많게는 2회에 걸쳐 모두 시장가로 매도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카카오톡 메신저로 소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이들이 나눈 카카오톡 메신저 중에는 배당금 200만원이 아닌 200만주가 잘못 입력된 점을 문제 삼는 내용에 “팔면 좋은 것 아닌가” 그리고 “빨리 팔고 퇴사하자”라는 대화가 오고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감옥을 2년 다녀와도 연봉 50억원을 벌 수 있다”라는 반응과 함께, “(주식을) 현금화한 뒤 100억 중 3억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면 된다”라며 당시 자신들의 주식 매매가 향후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한 채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측은 이 사건 피의자들이 증권 전문가들로서 주식을 고의적으로 처분해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안이 중대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업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도 사건의 실체를 완벽히 밝히기에는 의문이 남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검찰의 수사결과를 정리해 보자면, 이 사건에 연루된 삼성증권 전 직원들은 유령주식이 무더기로 배당된 사실을 인지한 채 서로가 모여 회의를 나누거나 카카오톡 등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해당 주식을 매도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들 피의자들은 삼성증권 내에서 기업금융본부, 영업점, 리서치센터, 사업부 등에 속해 있던 증권 전문가들이었다.

국내 증권예탁결제 제도에 따르면, 매도한 주식이 현금화돼 출금이 가능하기까지 3영업일(D+2) 즉 매매가 체결된 시점을 1영업일이라면 이로부터 2거래일이 더 걸린다.

당시 이들 피의자들이 아무리 성공적으로 주식을 매도했다고 할지라도, 현금화돼 출금을 할 수 있는 시기까지 2거래일이 더 필요했다.

특히 사고가 있던 당일인 4월 6일은 금요일로 주식시장 휴장일인 주말을 지나 월요일인 4월 9일이 돼서야 매도 대금의 출금이 가능했다.

때문에 아무리 주식 매매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을지라도, 상식적으로 무려 21명의 증권 전문가들이 현금화 가능한 4일 간 전혀 발각되지 않은 채 완전범죄를 꿈꾸며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사실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건에 대해 ‘무차입 공매도’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이목이 집중됐음에도, 검찰 측이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상태로, 검찰 역시 이번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공매도∙선물매도 세력과 연계된 시세조종 등에 관해 면밀히 수사했지만 혐의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만 간략히 설명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사진=연합)
또 이번 검찰의 발표는 오로지 삼성증권 전 직원들의 범죄사실에만 집중되며, 사측 책임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언급조차 없는 점에 대해 ‘선긋기’ 또는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 측은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게는 5억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어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1억 44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았고, 향후 일부(위탁매매) 신규 영업정지와 대표 직무정지, 전 대표에 대한 해임권고 등 제재안건이 마련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삼성증권 전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만이 아닌 회사 내부의 위험관리 시스템상 허점 역시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사측에 대해서도 검찰 측의 보다 상세한 조사결과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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