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BTS 하나’가 기업들에게 ‘금맥’ 됐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세계적인 한류 스타로 떠오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대중문화의 본산지인 미국에서 높은 평판을 쌓아가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들을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사업 실적도 높이 끌어올리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솔로 가수 이현을 소속 아티스트로 두고 있는 빅히트의 영업이익은 기존의 3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를 뛰어넘는 수준이 됐다.

세간에는 “잘 키운 방탄소년단 하나, 여러 대형 아이돌 부럽지 않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방탄소년단의 ‘비즈니스 파워’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방시혁 대표는 2005년 빅히트를 설립했다. 그 후 방 대표는 2013년 방탄소년단을 데뷔시키며 세계 최고의 보이 그룹으로 성장시키는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다. 그뿐 아니라 힙합(Hip Hop), 알앤비(R&B) 장르의 곡을 작사, 작곡할 신인 프로듀서들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

방 대표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덕분에 얼마 전 미국의 대중문화 매체 <버라이어티>로부터 ‘인터내셔널 뮤직 리더(International Music Leaders of 2018)’에 선정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빅히트의 사업 실적으로 직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7년 사업보고서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빅히트는 매출액 약 924억원, 영업이익 약 32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35%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이는 기존 빅3 연예기획사 SM, YG, JYP의 영업이익률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소속사 빅히트의 엄청난 영업이익률

국내 연예기획사 업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이수만 대표의 SM은 지난해 매출 약 2161억원, 영업이익 약 25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2%가량이다. SM은 2015년 약 232억원, 2016년 약 1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긴 바 있다.

1990년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로 이름을 알린 양현석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YG는 지난해 매출액 약 2641억원, 영업이익 약 2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만 놓고 보면 국내 연예기획사 가운데 으뜸이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10% 정도에 그치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YG는 2015년 약 232억원, 2016년 약 2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박진영 대표가 이끄는 JYP는 지난해 매출액 약 967억원을 기록했다. 빅히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약 178억원에 그쳐 빅히트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18%다. JYP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영업이익을 늘렸다. 2015년에는 약 39억원에 그쳤지만 2016년 약 113억원을 기록하며 설립 이래 처음으로 1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남겼다.

방탄소년단 공연.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기존 3강의 아성을 허물어뜨릴 기세의 빅히트는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시가총액이 무려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주가는 수익성과 성장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영업이익률이 30%를 훨씬 웃도는 데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초대형 아이돌 스타를 보유한 빅히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빅히트의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약 924억원이다. 이 가운데 ‘제품 매출’ 항목이 총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463억원에 이른다. 또 음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로열티 수익 153억원(17%), 공연 수익 152억원(16%), TV 방송 등의 출연료 수익 93억원(10%), 광고 모델 수익 62억원(7%) 등으로 집계됐다.

빅히트의 매출액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제품 매출은 이른바 ‘굿즈(Goods)’ 판매 사업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굿즈는 아이돌, 영화, 드라마, 소설,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 장르의 스타 등을 소재로 만든 일종의 문화상품을 뜻한다.

굿즈의 인기는 날로 커지고 있다. 대중에게도 친숙한 과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충동 구매해도 후회하지 않을 물건으로 방탄소년단의 굿즈를 언급하기도 했다.

빅히트 측은 방탄소년단 공식 온라인 쇼핑몰 ‘BTS 오피셜 숍(Official Shop)’을 통해 굿즈를 유통하고 있다. 스탬프 펜(Stamp pen)부터 보온병, 문구류, 티셔츠, 파우치, 슬로건, 형광등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상당수의 제품이 품절 사태를 빚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리패키지 앨범으로 미국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19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는 예약 판매 하루만인 이날 아마존 'CD&바이닐'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연합)

‘굿즈’ 판매 사업서 큰 수익 창출

방탄소년단의 비즈니스 영향력은 다양한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뜨거운 인기를 활용한 마케팅이 주된 분야다.

방탄소년단의 굿즈 기획전을 시행한 SK플래닛의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아이돌 그룹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대만, 중국, 홍콩, 마카오 등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국가 팬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와 친척 관계인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 4월 무려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빅히트에 투자했다. 넷마블은 대표 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캐릭터와 실제 영상, 화보 등을 결합한 ‘BTS월드’를 올해 하반기 중에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 5월 주력 스마트폰 ‘G7 씽큐’를 출시하면서 부진한 스마트폰 판매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회심의 승부수로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기용한 바 있다.

KB국민은행도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내세운 체크카드와 정기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그 덕에 10~20대의 방탄소년단 팬들을 KB국민은행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디지털화, 세계화에 적합한 모델을 검토하던 중 방탄소년단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라고 판단했다”며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내세운 덕분에 해당 상품 판매 증가뿐 아니라 10~20대에게 KB국민은행이 더욱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스>

KB국민은행 아이돌 마케팅 ‘재미 쏠쏠’

KB국민은행이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한 'KB X BTS 적금'과 'KB국민 BTS체크카드'.(연합)

KB국민은행은 과거 김연아, 박태환, 손연재 등 스포츠 스타를 지원하는 방식의 마케팅에 집중했었다. 그러다가 2016년 처음으로 아이돌 그룹인 아이오아이를 모델로 내세웠다. 엠넷 ‘프로듀스 101'을 통해 시련과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룬 11명의 소녀들이 많은 대중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다는 취지였다.

당시 아이오아이를 모델로 기용한 것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멤버 김도연, 최유정은 위키미키 멤버로 데뷔한 이후에도 현재까지 KB국민은행의 얼굴로 활동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대세 아이돌 스타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발탁하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KB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한국말로 노래하고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보면서 고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보수적인 풍토의 금융권에서 아이돌 그룹을 모델로 기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경영진이 열린 마음으로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향후에도 방탄소년단과 좋은 관계 속에서 추가 광고를 함께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경석 기자



한경석 기자 hanks3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