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결론 못 내고 공시누락만… ‘맥 빠진’ 결론에 檢 수사 난항론도

증선위, 삼성바이오에 고의 공시 누락 결론 내려

분식회계 문제, 결론 못 내려… 맥 빠진 회계부정 사건 비난도

檢 수사로 넘어간 삼성바이오 사건, 콜옵션 공시 누락 문제 판단 두고 수사 난항 가능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사건이 고의적 공시누락으로 결론 났다. 동시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검찰 고발을 당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김태한)의 회계부정 사건이 고의적 공시누락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결론 났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제재를 받는 동시에 참여연대로부터 관련 문제 등으로 인한 검찰 고발을 당했다. 분식회계로 촉발된 이번 사건이 공시누락으로 밝혀지면서 금융당국이 처음부터 사건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고발 사유인 콜옵션 공시누락에 대해서도 곳곳에서 잡음이 생기고 있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감리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삼성바이오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위반 가능성을 인식한 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이날 증선위가 발표한 감리 결과를 정리하면, 삼성바이오가 지난 2012년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Biogen)사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바이오에피스)를 공동으로 설립했고, 주주 간 약정에 따라 바이오젠에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는데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연도 이전까지 이를 고의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될 당시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9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바이오젠은 5%의 지분만 가진 상태였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바이오젠은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50%-1주’(49.9%)까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증선위는 이날 감리 결과에 따라 삼성바이오에 대해 담당임원 해임을 권고하는 한편, 감사인 지정 및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아울러 분식회계 논란을 빚었던 회계연도의 재무제표를 감사하면서 회계감사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된 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에 대해서도 감사업무 제한 그리고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그런데 증선위는 이번 회계부정 사건의 핵심이었던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고의로 변경했다는 점, 즉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금감원 (감리)조치안의 내용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 1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 대한 특별감리 결과, 회계처리 위반이 있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6년 11월 상장이 이뤄지기 직전 해에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당기순이익과 기업가치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1년 설립 후 매년 적자를 기록했고,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393억원의 적자 상태를 여전히 유지했다. 이후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에 변화가 생기면서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1조 90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반전과도 같은 흑자를 이뤘다.

이와 같은 실적개선은 바이오에피스의 관계회사 전환으로 지분가치가 장부가가 아닌 공정가로 평가를 받게 되면서 비롯됐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이 지난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는 기존 약 3000억원에서 무려 4조 8000억원으로 뛰어 올랐다. 물론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91.2%나 보유하고 있던 삼성바이오 역시 흑자 달성 및 1년 뒤 상장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려 순이익 상승 및 상장 특혜의 결과를 얻었다는 의혹에 주목, 이 회사가 고의적 회계처리 위반을 저질렀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런 금감원의 판단에 대해 증선위는 다각도의 논의를 거쳤지만 구체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 고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증선위는 2015년 이전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중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한 고의적 공시 누락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시 말해 금감원이 지난 5월 특별감리 결과를 통해 지적하며 삼성바이오의 주가를 ‘반토막’ 내는데 큰 영향을 끼쳤던 분식회계라는 핵심 쟁점은 증거 부족으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단지 당시 크게 부각되지도 않았던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공시 누락만이 그나마 이 사건에서 명확한 문제로 볼 수 있다는 맥 빠진 결론이라는 의미였다.

檢에 넘어간 삼바 사건… 공시 누락 부각된 고발 이유

이날 증선위의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위반에 대한 감리 결과 발표 이후인 지난 19일 참여연대는 서울중앙지검에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동시에 삼성바이오의 지난 2015년 회계처리 및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의견을 내린 삼정·안진 회계법인 및 대표 등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고발을 통해 증선위에서도 발표한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공시 누락이 고의성이 짙고, 이것이 지난 2015년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측은 “어떤 절차도 집행도 이뤄질 수 없는 금융위에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어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한다”라며 “콜옵션 공시누락이 없었다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콜옵션 공시누락의 고의성이 의심된다”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측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공시 누락으로 인해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비교적 높아지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슈 당시 합병비율인 1대 0.35가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당시 콜옵션이 공시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1대 0.35가 아닌 1대 0.5라고 판단하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합병비율이 제시됐다면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도 당시 합병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두 회사 간의 합병이 성사되면서 당시 제일모직의 개인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개인 최대주주가 되면서 그의 삼성 경영권 승계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지난 19일 오전 참여연대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삼정,안진회계법인 회계처리 위반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심지어 금감원 측 역시 참여연대의 이런 주장을 사실상 거들고 있다. 실제로 윤석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삼성바이오의 바이오젠 콜옵션 공시 누락과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석현 금감원장은 금감원 측이 이를 직접 확인하거나 조사로 밝히지는 않았다며 다소 무책임한 발언을 덧붙였다.

윤 원장은 “금감원이 직접 확인했거나 조사로 밝힌 것은 전혀 없다”라며 “금감원 조사에 한계가 있고 검찰 수사에서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윤석현 금감원장의 말대로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50%-1주’(49.9%)까지 매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는 주식을 비교적 저가로 바이오젠에 이전을 해야 하는 만큼,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는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상 부채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이것이 제대로 공시가 됐다면 투자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바이오젠 콜옵션 보유, 삼바에게 ‘부채’로만 작용했나(?)

경제 정의의 실현, 성장 가능성 높은 바이오사의 상장 폐지 여부 그리고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금까지도 걸린 이 사건은 이제 검찰의 판단으로 넘어갔지만, 역시 곳곳에서 잡음은 상당하다.

무엇보다 참여연대와 금감원 측의 이 사건 고발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주식 투자자들 및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삼성바이오의 바이오젠 콜옵션 공시 누락에 대한 쟁점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증선위는 이를 삼성바이오 측이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보고 있고, 참여연대 등은 이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의 합병비율 및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과연 당시 삼성바이오에 바이오젠 콜옵션을 공시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는지를 두고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외부감사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는 법인은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이 100억원 이상, 부채총액이 70억원 이상 또는 종업원수가 300명 이상 등의 조건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2년 2013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공시가 과연 의무였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공장. (사진=연합)
2015년 회계연도 이전까지 삼성바이오는 이런 조건에 해당하는 법인으로 비록 비상장 법인이지만 외부감사를 통한 공시의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합작사나 관계사의 콜옵션 보유 등 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중요사항에 대해 공시할 의무는 보다 구체적 조건이 반영된다.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삼성바이오의 2014년 회계연도의 감사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제시된다. 또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과의 주주 간 약정 내용 역시 2014년까지 공지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2012년에서 2014년 회계연도까지 삼성바이오는 비상장회사로서 당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주가 500인 이상으로 외부감사인의 감사가 의무화된 비상장법인의 경우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 실적이 없더라도 투자자보호를 위해 사업내용을 정기적으로 공시하고 중요사항에 대해 공시할 의무가 있었다.

즉, 당시 중요사항을 공시할 의무가 있는 비상장법인은 주주들이 500인 이상이어야만 했고, 그 공시 내용이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상장이전 2012년경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의 주주 명단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 등 최대주주와 삼성물산 등 4개사에 불과했고, 당시에 소액주주들의 경우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당시 비상장사에 있어 중요사항에 대한 공시의 조건인 500인 이상의 주주라는 부분이 해당하지도 않았다.

또 당시 삼성바이오의 경우처럼 주주들이 소수의 대주주로만 구성, 즉 주주 간 이해관계가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비상장회사들은 회사 손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사항에 대해 주주총회에서만 다루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특히 삼성바이오 측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일반대출약정이나 우발채무, 확정부채 발생 등, 관계사나 투자자들에 반드시 알려할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합작계약 약정사항에 따른 콜옵션 관련 내용을 주석으로 공시하는 만큼,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자사는 이에 해당하는 일이 없어 콜옵션 공시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실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항이 공시되지 않았던 시점이 2012년부터라는 점 역시 참여연대와 금감원 측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참여연대 등은 삼성바이오의 바이오젠 콜옵션 공시 누락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소문은 지난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된 이후부터 업계에 본격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두 회사의 합병 시점이 2015년 7월로 이를 약 3년 전인 2012년부터 예측해 미리 콜옵션을 누락해 왔다는 것은 매우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가 재무제표상 삼성바이오의 부채로 처리되지만 이것을 실질적으로 부채로만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삼성바이오가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은 낮아지게 된다.

그런데 주목해 볼 부분은 바이오젠이 과연 언제 콜옵션을 행사하느냐는 점이다. 이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보다 이득을 볼 수 있는 시점으로, 바로 바이오에피스가 신약 개발 등으로 가치가 증대했을 때의 경우가 해당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말 바이오에피스의 의약품 ‘바이오시밀러’가 개발 및 성공단계에 이르며 회사 가치의 성장이 예견되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으며 삼성바이오 측에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에피스가 신약을 개발하고 기업가치가 성장한다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도 높아지지만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에피스의 또 다른 모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가치 역시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동시에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으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따른 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었다.

김태한(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사진=연합)
다시 말해 재무제표상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가 삼성바이오에게는 부채로 잡혀있고 이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당장은 삼성바이오에게는 자본 등의 유출이 있을지라도, 콜옵션을 행사하는 시점은 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증대했을 때로 이는 향후 삼성바이오의 가치 상승에도 영향을 끼치는 이슈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당시 바이오젠 콜옵션 공시가 누락되지 않고 재무제표에 제대로 기재가 돼있었다면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공시돼 있었다면 투자자들이 그 콜옵션이 삼성바이오에 100% 부채만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닌, 당장은 손실을 줄 수 있지만 향후 바이오에피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불러올 수 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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