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상장사보다 ‘엄격한 잣대’로 등급 매겨

금융지주-은행-여신금융업-보험-금융투자업 순으로 지배구조 수준이 높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올해부터 금융회사에 특화된 지배구조 평가모형을 도입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평가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반 상장사보다 상향된 지배구조 수준이 요구되는 점과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올해 평가 대상은 금융지주 9개사, 은행 15개사, 금융투자업 27개사, 보험 28개사, 여신전문업 8개사 등 총 87개사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회사별 특성에 따라 총 16개 유형으로 분류해 평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것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서 강조되는 영역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신설했다는 점이다. 최고경영자 승계, 보수체계, 위험관리, 내부통제, 연차보고서 공시, 재무건전성을 고려한 배당 수준 등이 그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평가모형을 만드는 데는 1년 이상 소요됐다. 한 관계자는 “보상 위험 관련 보고서 내용과 국제 가이드 및 주요 논문을 배경으로 최근 발생한 사건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제재나 조치도 살펴보고 중요한 부분을 지배구조 평가모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 승계 항목은 금융회사뿐 아니라 일반 상장사 지배구조 분석에도 동일하게 중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은행 같은 경우 개인 대주주가 없어 외부 압력에 휘둘릴 여지가 있기 때문에 최고경영자 승계 부분을 더욱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수체계 항목이 신설된 이유는 금융사의 건전한 영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체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금융사의 임직원 보상체계가 장기적인 성과와 연동된다는 점도 감안됐다.

위험관리 항목은 금융회사에 특화된 평가모형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금융회사는 수많은 고객들의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재무적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위험관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같은 이유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는 비(非)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보다 더욱 중요하다. 내부통제 항목이 신설된 이유다. 내부통제는 영업의 효율성, 재무보고의 신뢰성, 법규 및 규정 준수 등 조직 목표를 효과적⋅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조직 자체적으로 제정하여 이사회 및 임직원 등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행해야 하는 절차를 말한다.

금융회사는 매년 연차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연차보고서는 해당 기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연차보고서 공시 항목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평가모형에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연차보고서는 1년을 기준으로 기업의 영업과 재무 활동의 성과에 대한 보고서 형식의 문서를 말한다.

재무건전성을 고려한 배당 수준이 평가 항목으로 포함된 이유도 명확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금융사의 과도한 배당은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며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할 때 배당 수준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 중에 과도한 배당 수준을 나타낸 경우는 없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 결과, 국내 금융회사들은 전반적으로 지배구조 제도의 구비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지주-은행-여신금융업-보험-금융투자업 순으로 지배구조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또 금융지주 및 은행업 소속 회사들은 지배구조 취약군에 해당하는 B 이하 등급 회사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정한 지배구조 등급 ‘B’는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배구조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다소 필요하며, 지배구조 위험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음’을 뜻한다. B 이하로는 C, D 등급이 존재하며, 87개 금융회사 가운데 26개 기업이 B 이하 등급을 받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등급을 부여한 뒤 연차보고서 공시 항목과 관련해 “다수의 금융회사들이 작성 지침에 따라 연차보고서를 공시했고 반드시 기재해야 할 부분의 누락은 적었지만, 기재 내용의 충실성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보수체계 평가 항목의 경우 “보수위원회의 구성 등 기본적 제도 구비는 잘됐으나 보상체계의 운영 관련 평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임원 선임과 관련된 제도적 정비 및 운영 수준에 대해서는 “업권을 불문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얻었다”는 평가 내용을 밝혔다.

덧붙여 “최고경영자 승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관련 제도의 구비 및 운영을 평가하는 문항, 이사회 내 위원회 중 위험관리위원의 선임 관련 제도 및 운영에서도 낮은 점수를 얻었다”고 전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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