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명차 브랜드 위상 급전직하 불가피
BMW 차량 연쇄 화재 사고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BMW 차량 화재 피해자들을 비롯해 BMW 차량 소유자들까지 집단소송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BMW 측의 차량 결함 은폐 의혹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이번 사태의 종착역이 어디일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독일 명차(名車)의 위상을 자랑했던 BMW의 브랜드 가치와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BMW 측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원인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불신만 키웠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과 안전진단 결과 위험한 것으로 판명된 차량의 운행 중지를 명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BMW 차량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차량 시스템 설계 문제와 함께 흡기다기관(공기나 혼합 가스를 실린더에 혼입하는 파이프) 부품 문제를 알고도 무시한 BMW 측의 잘못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MW 차량 화재와 관련해 한 가지 핵심은 BMW가 2009년부터 같은 시스템을 적용해 차를 만들어왔다는 점"이라며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차량 시스템 설계에 대한 의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쿨러에 대한 설계 프로그래밍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BMW 차량의 냉각수 양은 다른 브랜드 차종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데, 한마디로 여유 설계가 안돼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부품에 초점을 맞춰 BMW 화재 원인을 진단했다. "가연성 물질이 어디 있나 보면 화재 원인을 알 수 있다. EGR 밸브가 많이 열린다고 해서 불이 나진 않고 열린 상태로 고장 나면 뜨거운 공기가 계속 들어오게 된다. 그곳에 생성된 오일 찌꺼기와 공기가 만나 불이 난다."

박 명장은 또 "BMW 520d의 경우 고성능 엔진이라 6만~7만km 정도 주행하면 발열이 심해 오일가스가 0.2~0.3mg 정도로 쌓이는데, 이것이 고체 덩어리로 남게 되고 화재의 원인이 된다”며 “520d 모델뿐만 아니라 모든 BMW 차종의 흡기다기관은 가연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는데, BMW 본사 측은 흡기다기관을 바꾸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추후 일어날 법적 소송 등을 고려해 이 문제를 덮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 명장은 국토부와 BMW 측의 리콜 조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우리나라에는 3500여 개의 정비공장과 10만여 개의 카센터가 있다. 전국의 카센터, 정비공장과 협의만 한다면 1주일이면 BMW 리콜 대상인 10만 6000여대의 정비를 완료할 수 있다. 보통 자동차 숙련 기술자가 하루에 1~2대 정도 정비할 여력이 있는데, 10만 대 이상의 리콜 대상 차량들을 BMW 본사가 언제 다 감당할지 의문이다."

BMW 차량의 연쇄 화재 파문은 BMW가 그간 쌓아온 브랜드 명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이미 BMW 차량 소유자들의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진 데다, 잠재적인 고객층도 BMW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구창환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소장은 "2017년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소비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BMW가 수입차 브랜드 평판 1위를 했었다”며 “당시에는 소비자들과의 소통 지수가 높았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서 브랜드 평판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석 기자

BMW 브랜드 가치 얼마나 추락할까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는 매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Best Global Brands)'라는 이름으로 세계 100대 브랜드를 발표한다. 이 순위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한 결과를 토대로 한다.

이 순위에 따르면 BMW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0위권을 유지하며 도요타,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브랜드로 꼽혔다. 2015년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서 BMW는 도요타(6위)에 이어 11위를 기록했고, 벤츠(12위)보다도 높은 순위였다. 2016년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서도 BMW는 11위였다. 그 사이 도요타는 5위, 벤츠는 9위로 올라섰다. 2017년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서는 도요타(7위), 벤츠(9위)에 이어 BMW의 순위는 13위였다.

주요 자동차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 시장에서 차량 연쇄 화재 사고를 일으킨 BMW의 브랜드 가치가 향후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BMW의 브랜드 가치가 일정 부분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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