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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즉시연금 사태, 금감원 책임론 대두

즉시연금 사태 발단 ‘약관’… 금감원 심사 책임 없었나

삼성생명 즉시연금 사태, 결국 민원인과 소송전으로

금감원, 보험사 책임론 강하게 질타

보험업계 일각 “문제있는 약관심사 제대로 못한 금감원 책임도…” 지적
  •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사태에 금감원의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사진=연합)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사태가 생명보험업계 전반에 큰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생명 측은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금융감독원의 일괄지급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고 법적인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민원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금융감독원 측은 윤석헌 원장까지 나서서 즉시연금 사태에서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한 보험사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 측은 일괄지급 권고에 반기를 들고 민원인에 소송을 제기한 삼성생명에 ‘종합검사’ 카드까지 내밀며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보험소비자에게 줘야 할 보험금을 주지 않고 있다며 여론의 비난이 삼성생명 등에 집중되는 가운데,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의 책임 소재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한화생명의 즉시연금 사태는 지난 2012년 9월 보험소비자 강 모씨가 삼성생명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에 가입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강씨가 가입한 해당 보험상품의 가입금액은 10억원 그리고 보험기간은 10년으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의 특징상 그는 10억원을 한꺼번에 예치했다.

이를 통해 강씨는 삼성생명으로부터 매달 공시이율(운용자산이익률 그리고 외부지표금리를 가중평균한 금리)에 따른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또 이 보험상품의 만기가 돌아오거나 가입자인 본인이 사망했을 시 보험료 원금 10억원을 즉시 돌려받을 수 있었다.

특히 강씨가 가입한 이 보험상품의 약관에 명시된 최저보증이율은 연 2.5%로, 만약 공시이율이 아무리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삼성생명 측은 강씨에 최저 2.5%의 이율을 보장해야만 했다.

이에 그는 가입 후 1년 동안은 매달 약 305만원 그리고 이후 2년간은 매달 약 250만원의 이자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후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월 지급 이자금액이 감소했고, 이에 지난해 6월 강씨는 최저보증이율 2.5%를 적용한 최소 보장금액보다 적게 받았다며 금융감독원 산하 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10월에 초기 지급받았던 305만원의 절반 수준인 월 136만원을 받게 됐고, 해당 연금보험상품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당시 삼성생명 측 입장에서는 강씨가 연금보험의 특성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해 비롯된 오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변액보험 등의 저축성보험도 해당하는 사항이지만, 연금보험상품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은행보다 비교적 높은 공시이율을 제공하는 대신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일정액을 떼게 된다.

다시 말해 강씨의 경우 총 납입보험료가 10억원이었지만, 여기서 5700여만원 상당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외해 실제 보험료는 9억 4300여만원이라는 의미였다. 보험사는 10억원이 아닌 이 9억 4300만원의 ‘순보험료’로 자산을 운용해 강씨에 최저 2.5%의 이율로 매월 연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

또 보험사들은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나머지 중 ‘책임준비금’이라는 명목으로 매월 일정액을 미리 떼게 된다.

보험사는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자산을 운용하게 되는데 만약 자산운용에 문제가 생겨 보험상품의 만기 또는 가입자가 사망을 했을 때 가입금액을 되돌려 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 강씨는 삼성생명 즉시연금보험 상품의 약관상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그리고 책임준비금에 대한 설명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사진=연합)
책임준비금은 이런 불상사를 예방하고 안전한 만기환급금 마련을 위해 미리 쌓아두는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당시 강씨는 삼성생명 측에 이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그리고 책임준비금에 대한 설명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이 부분 금액을 제외한 자산운용 및 그에 따른 낮은 이자액 지급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물론 삼성생명 측은 약관에 사업비 등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방법서 내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있는 가입자에 지급할 연금액이 공시이율을 적용해 산출된 운용이익에서 계약 만기 시 지급할 환급금을 쓰일 일정액을 뺀 나머지(책임준비금)라는 내용을 가입자가 알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연금이 최저보증이율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어야 했다며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 측도 순보험료에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수익을 강씨에 지급하라는 금감원 측 조정 사항을 일부 받아들였다.

금감원, 강씨 소송 제기한 삼성생명에 연이은 압박

올해 초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약관에 ‘매월 지급하는 연금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공제한다’ 내용을 추가하도록 일부 개정했고, 민원인 강씨에 밀린 이자를 지급했다.

이후 금감원은 강씨의 사례와 같이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고객이 삼성생명에만 약 5만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관련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삼성생명뿐만이 아닌 다른 생명보험사에도 통보했고 강씨와 유사한 약관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보험상품 가입자 16명에게 약 1조원에 이르는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일괄구제권고제도로 어느 한명의 민원인에 대한 금감원의 조정 결정이 나오면 나머지 유사한 피해 사례를 입은 이들 역시 일괄해 배상한다는 의미다.

삼성생명 측은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해당 권고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지급해야 할 금액은 약 4300억원이었다. 삼성생명 외의 나머지 ‘빅3생보사’인 한화생명의 경우 850억원, 교보생명은 7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결국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일괄지급은 법적 쟁점이 크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라며 금감원의 권고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다만 관련 상품 가입고객들 중 원금이 아닌 운용자산 기준으로 최저보증이율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에만 고객보호 차원에서 차액을 지급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한화생명 역시 삼성생명과 비슷한 태도를 취하며 사실상 금감원의 권고안에 반기를 들었고, 지난 13일 삼성생명은 강씨를 상대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삼성생명 측이 강씨에 대해 추가로 지급할 채무가 없다는 사실을 법원을 통해 확인을 받겠다는 취지의 소송이다.

같은 날 금감원 측은 즉시연금 가입자가 보험사 과소지급으로 인해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한다면 금감원이 민원인의 편에 서서 소송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생명 등의 즉시연금 사태에 대해 소비자 중심의 약관을 갖추지 못한 보험사 측의 책임이 크다며 사실상 삼성생명 측의 이번 행보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윤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보험은 다른 업권과 달리 특히 복잡한데 그것부터 고쳐야 한다. 약관이 애매하면 약관 작성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즉시연금은 보험이 은행과 달리 사업비를 우선적으로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운용한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이에 대해 잘 모른다. 당연히 회사가 약관에 명시하고 설명해 사람들에게 알려줄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
이어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즉시연금 상품에 대한 일괄구제 방안에 대해서도 윤 원장은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원장은 최근 금감원에서 부활한 ‘종합검사’의 첫 번째 타깃이 삼성생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관련 질문에 대해 “카드로 갖고 있다가 필요할 때 볼 수 있다”라며 “욕을 먹어도 할 일은 한다”라고 설명했다.

종합검사를 실시하게 되면 금감원 내 검사 인력이 금융사에 파견돼 경영 전반과 예산 집행 등의 주요 사항을 집중 점검한다. 국세청에 세무조사가 있다면, 금감원에는 종합감사가 있어 당연히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를 강하게 경계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마저 보험사 측의 행보에 등을 돌리자 여론도 보험사를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상당수 여론에서는 그동안 보험사가 고객의 돈을 꼼수로 숨겨 부당한 이득을 챙겨왔다며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보험업계 “문제의 발단이 ‘약관’이라면… 약관 심사한 금감원 책임은(?)”

이번 사태를 두고 보험사들은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만약 금감원 측의 지적대로 가장 큰 문제가 ‘고객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우며 애매한 보험약관’이라면, 금융당국 역시 책임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가 보험상품 표준약관을 폐지하기 전까지, 금감원이 금융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표준약관을 만들어 각 보험사 상품에 적용했다.

표준약관 폐지 이후 보험사들이 아무리 자사 상품에 대한 자체적 약관을 만들어 낼지라도, 역시 과거 표준약관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는 사항이 없었다.

무엇보다 현재까지도 각 보험사들은 보험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상품 약관에 대한 심사를 받게 된다.

만약에 생보사 즉시연금 상품 약관에 사업비, 위험보험료, 책임준비금에 대해 명시되지 않았다면, 약관을 심사하면서 이에 대한 개선을 보험사에 제때 지적하지 못한 금감원 측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금감원) 심사 통과가 약관의 신뢰까지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합리하거나 다른 법적인 것과 모순되는 것이 있는지 보는 게 약관 심사”라고 밝혔다.

이런 금감원장의 해명에 대해 일각에서는 선뜻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변액보험과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책임준비금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약관 미반영, 설명의무 위반 등의 문제점은 수년전부터 제기돼 왔던 사안이다.

실제로 변액보험의 경우 과다한 사업비 등으로 인해 순보험료가 납입보험료와 큰 차이가 나면서 원금 회복기간이 7년에서 10년까지도 걸린다는 문제점은 최근 몇 년 간 강하게 제기됐고, 당연히 이런 민원은 보험사뿐만 아니라 금감원에까지 확산된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각 보험사마다 변액보험과 연금보험의 사업비 관련 부분에 대해 약관에 자세하게 나타나 있지 않더라도, 상품설계 시 고객에 되도록 솔직히 설명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의 취재에 응해준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요즘에는 고객들이 저축성보험의 사업비 부분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 피티(상품 설계 및 설명) 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책임준비금 등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원금회복 기간이 느릴 수 있다는 점과 중도 해지 시 해약환급금이 납입보험료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왜 사업비 설명을 하지 않느냐’라고 따지시거나 신뢰관계가 무너지며 가입을 하지 않으려고 하시는 분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 이번 사태의 핵심쟁점이 ‘고객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우며 애매한 보험약관’이라면, 금융당국 역시 책임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진=연합)
약관에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더라도, 이미 고객들이 이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보험사 관계자들이 직접 상품 가입설명을 하면서 이에 대해 고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생보사 보험설계사는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미리 떼 원금회복이 더디거나 월 이자금액이 점점 낮아진다는 문제는 과거에도 있던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금감원에서 보험사들이 약관에 사업비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누락시킨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이런 오래 전부터 제기된 이런 불합리하고 모순된 점에 대해 금감원이 몰랐을 리가 없을 텐데 그때 약관 심사를 하면서 이 부분 개정하지 않고 뭐 했는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어차피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약관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약관의 세부 내용마저 바뀔 수 있다면, 그동안 금감원 측이 해당 내용의 약관상 누락에 대해 크게 문제시하지 않았던 만큼 보험사 먼저 나서서 수정을 가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측은 이번 일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굉장히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눈치다.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면서 금감원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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