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ㆍ대출 수익 동반 하락으로 ‘휘청’

신한, 삼성, 현대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연합)

전업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반 토막 났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6325억 원의 순이익을 냈던 신한카드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2824억 원에 그쳤고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도 올해 상반기 실적이 전년 상반기에 못 미친다. 도대체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이토록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한계에 달했다. 2007년 이후 정부는 열 차례에 걸쳐 가맹점이 부담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2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3000억 원으로 하락했다. 3년 만에 1조 원 가까이 급감한 수치다. 그런데 향후에도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 이유는 크게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와 대출 서비스를 위한 자금 조달 비용 증가라는 두 가지가 꼽히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가 말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2006년까지만 해도 최고 4.5%에 이르렀지만 2007년부터 업계 자율 형태로 수수료를 꾸준히 인하해왔다. 또 2012년부터는 여신금융전문업법 개정을 통해 가맹점별로 별도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게 됐고, 영세한 가맹점에 대해서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했다. 2018년 8월 기준으로 최고 수수료율은 2.3%다. 우대 수수료율의 경우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은 0.8%, 연 매출 5억 원 이하 중소 가맹점은 1.3%의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지속적 인하로 타격

그간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거나 고객을 위한 부가서비스를 줄이는 등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카드사들의 수익 감소 요인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함께 대출 이자 감소를 꼽았다. 김건우 연구원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카드사들은 대출 수익과 수수료 수익의 비중이 4대1 또는 5대1 정도 된다. 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 서비스를 통해 이자 수익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원가가 상승했다. 예전에는 카드사들이 저금리 덕분에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했지만, 금리가 인상되면서 결과적으로 이자 수익이 감소한 것이다.”

김건우 연구원은 2017년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카드사들의 수익성 하락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기존의 카드 대출 고객들에게 영향을 주기에 충분했다”며 “기존 카드사 고객 중 일부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옮겨간 것이 카드사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서울시와 정부ㆍ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서울페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울페이는 연 매출 5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을 위해 카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QR코드 방식의 간편결제 서비스다. 그런데 정부가 서울페이 도입을 추진하면서 기존 신용카드사들이 자영업자의 수익을 착취해왔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것도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에 한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고객 이탈 분석도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 실태는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6325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824억 원에 그쳐 지난해 실적에 비해 40%를 겨우 넘는 수치를 보였다.

다른 카드사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삼성카드는 2017년 상반기 2135억 원이었던 순이익이 올해 상반기 1943억 원으로 하락했다. 현대카드도 2017년 상반기 1318억 원이었던 순이익이 올해 상반기에는 790억 원으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롯데카드도 632억 원에서 565억 원으로, 하나카드도 744억 원에서 516억 원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다만 KB국민카드는 1553억 원에서 1667억 원으로, 우리카드는 619억 원에서 6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상반기 실적이 소폭 상승한 것이 눈길을 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와 대출 이자가 카드사 수익의 두 가지 축이나 다름없는데, 이 두 가지가 모두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또 KB국민카드 관계자도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수익성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줬고, 법정 대출 금리가 떨어진 부분도 영향을 준다”며 “카드업계가 전반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전업 카드사 인수합병(M&A)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KB금융은 그룹 차원의 인수합병 계획을 세우고 카드사업 확장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은행도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카드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신사업 추진 등으로 경영 난국 타개 시도

그렇다면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 것인가. 카드업계에서는 공통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과 신사업 진출을 해결 방안으로 모색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가 말한다. “국내 카드 시장은 포화상태에 도달해 있다. 신용카드 승인 실적이 증가하고 있지만 비용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에 신용카드 사용 증가로 인한 수익 창출은 어렵다. 해외 시장 진출과 신사업 발굴이라는 방법이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2017년까지도 각 카드사들의 해외 사업은 적자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을 단기간에 발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해외 진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카드 관계자는 "해외 진출이나 새로운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지금 당장보다는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를 적극 활용하는 신사업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금융위원회에 빅데이터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달라는 내용의 건의사항을 제출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이 누군지 구체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활용할 수 없으며, 비식별 정보(누구에 대한 정보인지 확인할 수 없도록 조치한 개인정보)만 빅데이터에 활용 가능하다. 비식별 정보 가운데서도 활용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카드업계의 빅데이터 사업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점차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일례로 삼성카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링크 비즈파트너’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링크 비즈파트너 서비스는 중소 가맹점주가 고객에게 제공할 혜택을 등록하면 카드사가 이용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직접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 맞춘 혜택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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