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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사진=김봉진 기자 view@hankooki.com>
“기업 지배구조가 좋아지면 사회 전체가 선순환 구조 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Korea Corporate Governance Service)은 상장기업 및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기관이다. 이곳은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도입하기로 결정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주주로서 의결권을 포함한 적극적인 권리를 행사하여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데 필요한 원칙과 기준을 담은 지침)’ 제정 과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을 만나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 7월 국내 일반 상장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 평가 내용을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기업 지배구조 평가는 이 기관의 주된 사업 중의 하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기업 지배구조 평가를 시작했다. 그동안 일반 상장기업과 상장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평가해왔는데, 올해부터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적용을 받는 비상장 금융회사(대다수의 시중은행)도 평가 대상에 넣은 것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평가에는 일반 상장기업과는 달리 금융회사에 특화된 문항이 적용됐다.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텐데, 특히 비중을 두는 항목은 무엇인지요.

“주주의 권리가 잘 행사되는지,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감사기구가 잘 작동하는지 등의 여부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세부 항목을 만들어 평가합니다. 예를 들어 이사회의 경우에는 이사회 내부의 사외이사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는 분리돼 있는지 등 기업 지배구조에 중요한 요소들을 골고루 보면서 평가하죠.”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요.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사익 편취’ 문제입니다. 기업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죠. 대표적인 게 일감 몰아주기입니다. 예를 들어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때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SI(System Integration)회사에 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대량의 일감을 발주하는 경우를 들 수 있죠. 경영권 승계 관행도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오너 2세, 3세들이 경험이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물려받는 관행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사회적 압력 등으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내에서 ‘기업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발표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아직 모범규준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충분하지는 않다고 한다. 조명현 원장이 말한다.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제도 자체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기업의 인식이죠. 모범규준을 잘 지키면 기업의 경쟁력이 강해진다는 생각을 하면 좋은데, 보통은 귀찮은 제도 하나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죠. 인식의 전환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의미가 없습니다.”

-세계 각국 기업들이 따르거나 혹은 따르려고 하는 ‘기업 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할 수 있는 게 존재하는지요.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습니다. 기업 지배구조는 ‘역사성’, 즉 ‘경로 의존성’이 있습니다. 기업의 성장과 함께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떤 게 100%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 나은 것 같다는 보편적 인식은 있을 수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 자체가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미국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혹은 일본 것이 스탠더드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요. 현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의 내용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현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또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좀 더 많은 진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전 세계적인 화두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하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너무 윽박지르듯이 하면 기업의 반발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부가 억지로 밀어붙이거나 논란이 많은 법률을 일방적으로 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들에게 지배구조 개선안을 일정 시점까지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 정도의 방향성은 괜찮다고 봅니다.”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시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합니다. 정답이라는 게 없으니 정부 관계자들은 재계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많이 소통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맞지 않는 제도에 대해서는 기업의 목소리도 들어보고 소통해야 합니다. 그런 소통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죠. 정부와 재계가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서로가 적이 돼선 안됩니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핵심적인 이유를 몇 가지 꼽는다면 어떤 것일까요.

“기업 지배구조가 좋다는 것은 기업 내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경영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뜻입니다. 좋은 지배구조를 지닌 기업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합니다. 자원의 효율성이 높아져야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기업 가치도 높아집니다. 따라서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종업원과 주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게 됩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들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희 평가에서 S등급 혹은 A+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은 지배구조가 매우 우수한 기업인데,세계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들의 공통적 특징이라면 오너 혹은 CEO가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노력의 여부가 중요합니다. SK그룹의 경우 많은 계열사들이 나름대로 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하고 이사회를 독립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금융회사 중에선 KB금융지주가 최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대기업 중에는 지배구조 개선에 신경을 안 쓰는 회사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결국 오너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떤 기업의 지배구조는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되고 있다. 조명현 원장에 따르면 전 세계 투자금액(약 100경 원) 중에서 27% 정도가 이른바 ‘ESG 평가’를 바탕으로 투자되고 있다. ESG는 환경경영(Environmental Responsibility), 사회책임경영(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에서 각각 첫 글자를 따온 용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투자금액의 2% 정도만 ESG 평가를 바탕으로 투자된다.

조명현 원장의 말이다. “우리나라의 투자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기관투자자들은 1년마다 수익률을 가지고 성과를 평가 받다 보니 길게 보고 투자하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ESG 평가가 우수하다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이런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한 투자가 적은 이유는 관심도 없었던 데다 중장기적인 투자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투자 문화 선진화를 이루려면 전체 투자금액의 4분의 1 정도는 ESG 평가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 확산되면 어떤 효과가 기대될까요.

“처음에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대부분 기관투자자와 기업이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니 기관투자자들이 많이 따를 겁니다. 나아가 중장기적인 투자 문화가 만들어질 겁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자체에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중장기적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라고 명문화돼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투자 대상 기업들과 평소에 소통하면서 문제점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게 됩니다.”

-최근 국민연금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이 0%대로 떨어져 많은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에의 위탁 운용을 강화해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신 적이 있던데요.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언가요.

“위탁 운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인센티브로 무장한 민간 자산운용사가 기금 운용을 효율적으로 하겠습니까,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않은 공공기관(국민연금)이 기금 운용을 효율적으로 하겠습니까? 물론 전자입니다. 둘째, 이른바 ‘연금사회주의(정부가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것)’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기금 운용을 민간기관에 위탁하는 겁니다. 위탁자산은 민간 자산운용사가 자율적으로 운용하도록 하고 국민연금은 위탁 민간 자산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잘 준수하는지 여부를 감독하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국민연금은 민간 자산운용사에게 제대로 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위탁자산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펼치는 ‘4대 사업’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크게 4가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선 ESG 관련 모범규준의 제정과 개정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발표한다. 또한, 환경경영 모범규준과 사회책임경영 모범규준은 2010년에 제정했다. 기업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1999년 제정한 이후 2003년과 2016년에 두 차례 개정했다.

두 번째로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제정, 개정 및 이행 지원 업무다. 더 많은 기관투자자 등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세 번째로 ESG 평가 및 분석을 통해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ESG 등급을 공개하고 있다. 또 시의성 있는 ESG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고 있다. 기업별 평가결과 보고서는 기관투자자의 투자 의사결정과 상장기업의 자발적 개선을 지원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의결권 자문 서비스도 중요한 사업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비영리사단법인으로서 객관성과 독립성을 담보한 전문적인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자를 대신해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제공해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조명현 원장 프로필

1987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1994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1994~1997 미국 밴더빌트대 오웬경영대학원 조교수

1997~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2006~2007 대통령실 국민경제자문회의 전문위원

2010~2013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2012~2014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위원

2013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평가단 평가위원

2014~2016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

2015~ 대한민국 국회 입법자문위원

2016~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2016~ 스튜어드십코드 제정·발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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