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김소영 교수.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경제성장에 관한 이론은 무엇을 강조하고 있나.

“일반적인 경제성장 이론을 보면 공급 위주로 설명되어 있다. 장기적 경제성장을 위해선 생산 기술 및 생산성 향상과 같은 공급 측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계속 잘 살기 위해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일종의 수요 중심 이론이다. 잠깐 어려워졌을 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논하는 ‘경기변동 이론’에서 수요 이론이 논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경제성장 이론에서는 수요 이론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소득주도성장론으로 경제성장을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의견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파급효과는.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소득주도’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는 경우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정부는 노동자의 소득조차 증가시키지 못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노동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 1차 목표인데,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노동 소득이 덩달아 오를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임금이 오르면서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기업이 직원을 덜 쓰게 됐고 실업이 늘었다. 따라서 노동 총소득이 오를 것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고용쇼크에 대해 과거 정부(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떨어진 성장 잠재력이 고용악화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인가.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서 고용이 감소된 측면도 있다. 문제의식의 방향은 맞다. 그러나 이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그럼 더 이전의 정부는 괜찮았느냐는 말까지 나올 수 있지 않겠나. 누구의 탓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낮은 잠재성장률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에 대해 긍정적 기대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다. 분배 문제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분배 문제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그 외 근로장려세제(저소득 근로자 가구에 근로 장려금을 환급해주는 제도) 등 다른 방안 등이 해당될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 자체에 대한 긍정적 기대 및 평가는 어렵고, 다만 분배 문제 개선을 위한 몇몇 하위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 기대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최근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에 이어 새로운 경제정책 기조로 ‘포용적 성장’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논할 때는 ‘노동 소득 상승으로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명확한데, 경제학에서 말하는 포용적 성장은 ‘기회(재화ㆍ취업 등)가 균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용적 성장은 소득주도성장보다 넓은 개념이기는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에 포용적 성장이 합치되는지가 의문이다. 정책적으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금 더 있으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언젠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해도 그것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약간 개선됐다고 보일 수는 있으나 그것은 큰 규모의 예산을 투자했기 때문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확대에 의해 개선된 사안을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있나.

“현재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주요 이유는 공급에 대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과거에 주로 자본 축적을 통해 고성장을 달성해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자본 축적에 따라 ‘한계 생산 체감’이 발생해 자본 축적 효과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것이 경제성장률의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또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가 지속됨에 따라 생산성이 높은 젊은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선 기술 발전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다. 많은 경제성장 이론에서도 경제성장률은 궁극적으로 ‘기술 진보율’이나 ‘생산 효율성 증가율’과 비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향후 어떻게 기술 발전 속도를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가 한국 경제의 중요한 관건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이와 관련해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나 주요한 답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현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하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급 측면에 눈을 돌려 기술 수준을 향상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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