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될지 몰랐다”(?)… 치밀한 검토 거쳐 만든 1인회사

檢, 배임혐의 박천희 대표에 징역 4년형 구형

박천희 대표 측, 공소사실 인정-과거 행동 후회… 선처 호소

원앤원 상표를 1인회사에 등록시킨 행위 등에 “의도적이지 않았다” 해명

매우 치밀하게 설립 및 운영된 1인회사, 박천희 대표 ‘악어의 눈물’ 인가

박천희 원앤원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내용을 두고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원앤원 서울사무소 전경.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박가부대’ 등 회사 소유 상표권을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등록해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천희 원앤원 대표에게 징역 4년형이 구형됐다. 박천희 대표 측은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과거의 일을 반성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행위들이 의도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았고, 업계 관행이었던 만큼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마지막까지 고수했다. 그러나 검찰 측의 박 대표에 대한 조사결과가 공개되면서 그의 호소에 여러 가지 모순이 발견됐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박천희 대표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등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라며 박 대표에게 징역 4년형을 구형했다.

앞서 박천희 대표는 박가부대찌개 등 원앤원 프랜차이즈의 5개 상표를 자신이 설립한 1인 회사인 ‘원비아이’ 명의로 등록한 뒤, 지난 2009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원앤원 법인으로부터 상표 수수료 등으로 21억 3000여만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가맹본부의 상표 취득 및 유지는 대표이사의 중요한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상표를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사용한다면 문제가 있다”라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박천희 대표)은 회사(원앤원)의 재산상 손해를 방지하고 성실하게 회사를 위해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직무를 수행해야 할 대표이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가지고 있다”라며 “그런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가맹사업에 사용할 상표를 실제 사용할 의사가 없는 1인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상표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한 것은 당연히 업무위배 행위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검찰 측이 보다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박 대표의 행위가 회사에 재산상 피해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원앤원 가맹 사업주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박 대표가 얻은 이득만큼의 부담을 떠넘겼다는 점이었다.

검찰 측은 “법인 차원에서 상표를 개발했음에도 (상표)등록 명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인이 부당하게 사용료를 지급하는 결과가 발생했고, 그 결과 상표 개발 및 유지 비용이 피해자 회사와 가맹 사업주, 소비자들에게 부담되는 부당한 결과가 야기됐다”라며 “상표제도를 악용한 배임 행위는 결과적으로 가맹점주와 소비자들의 정당한 이익을 가로채고 추가적 부담을 전가해 경제정의 및 공정한 거래 질서를 침해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표권 제도 악용을 차단하고 가맹사업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라는 것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보통의 형사재판에서 결심공판에 피고인에 대한 신문이 이뤄지지만, 이 사건 재판에서는 박천희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생략되며 다소 허무하게 최종 선고만을 남겨두게 됐다.

지난 공판기일 박 대표 측 변호인단은 검찰 측에 혐의를 인정한다면서 “검찰 측에서 피고인 신문을 하지 않으면 저희도 하지 않겠다”라고 제안한 바 있다.

앞서 박 대표 측 변호인단은 이 사건 재판의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치열한 법리공방을 예고했다.

그러나 지난 기일 돌연 박천희 대표가 이번 사건에 대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문제가 된 상표권 전부를 원앤원 주식회사에 양도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박천희 대표가 이 사건 공소장에 적시된 원앤원의 피해액 22억원뿐만 아니라 1억 5000만원을 추가해 총 23억 5000만원을 원앤원 측에 변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박 대표가 이번 일을 계기로 원앤원 브랜드 가맹점주들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 23억 5000만원을 가맹점의 노후화된 간판 교체 비용과 식자재 지원비 등으로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결심공판에서도 박천희 대표 측 변호인단은 이 부분을 강조하며 재판부에 박 대표에 대한 선처를 촉구했다.

박 대표 측 변호인단은 “피고인 개인이 가맹점들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앞으로 꾸준히 협의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높이기로 했다”라며 “가맹점주들이 피고인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실적 관련 각종 시상내역이 (변호인 의견서에)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박천희 원앤원 대표에 징역 4년형을 구형했다. (사진=연합)

이날 재판에 출석한 박천희 대표 역시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고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재발 방지 및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표는 “가맹점주들이 있어야 회사가 있고 제가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저의 선처를 바라는 많은 가맹점주님들을 보면서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라며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검사님이 지적하신 잘못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만이 제가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번 일에 대해 아주 깊게 반성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배임죄를 범했다는 금액을 회사에 반환했고, 상표 역시 전부 회사에 반환했다. 회사에서는 그 돈을 오직 가맹점을 위해서만 쓰겠다고 결심했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가맹점이 살아야 회사가 산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전념하겠고, 어떻게 하면 회사가 가맹점주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철저하고 치밀하게 설립 준비 마쳤던 원비아이

이날 재판에서 박천희 대표는 원앤원의 상표를 개인회사인 원비아이 명의로 등록, 원앤원 측에 재산상의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박천희 대표는 “애당초 제가 상표권 사용료를 개인적으로 이용할 목적으로 원비아이를 설립한 것은 아니었다”라며 “이것이 원앤원에 손실을 입힌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당시에 프랜차이즈 설립자들이 많이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과거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상표권을 프랜차이즈 회사가 아닌 상표권을 개발한 사주가 보유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원앤원 브랜드의 상표권은 박 대표가 가지고 있었고, 때문에 이를 원앤원을 통해 소유하건 원비아이라는 개인회사를 설립해 소유하건 법적으로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과연 그랬을까. 검찰 측의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 사건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천희 대표는 원비아이를 설립하기까지 회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 또 각종 보고서를 통해 원앤원 브랜드의 상표를 원비아이 명의로 등록하고 상표 출원을 하는 내용을 꾸준히 보고 받았고, 관련 품의서에 결재까지 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실제로 검찰 측은 원비아이 설립을 위해 필요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한 회계사를 불러 조사했다. 이 회계사는 대표이사의 임금 규모와 직원수, 연간 소요비용 등에 대한 몇 가지 안건을 작성해 원앤원 측에 제시했고, 이를 토대로 원비아이가 설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회계사 측이 제시한 안건 중 대표이사 급여 등의 중요 사항은 사실상 원앤원 측의 의견이 상당수 담겼다.

다시 말해 원비아이는 원앤원 즉 박천희 대표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상태에서 설립된 법인이라는 의미였다. 이를 증명해주듯 원비아이 수익의 70% 가량은 대표이사의 월급으로 책정됐다.

검찰 측은 박천희 대표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원비아이 설립의 경위와 해당 법인에서 대표이사의 급여를 지나칠 정도로 높게 책정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제가 먼저 신규법인(원비아이) 설립을 지시하지 않았다”라며 “(급여 책정은) 회계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전문가 일이니 그냥 믿었다”라고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천희 원앤원 대표이사. (사진=원앤원 홈페이지 캡처)

사실상 1인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설립을 지시한 법인이 아니었다면, 그 법인이 과연 자신과 원앤원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문제시될 소지는 없는지에 주목하는 것이 대표이사의 정상적 판단이었다. 그런 중요한 업무를 회계사에 일임하듯이 했다는 말은 분명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이 밝혔듯이 지난 2009년 2월에 설립된 원비아이는 박천희 대표 개인회사이자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였다. 특히 2012년 1월에는 서류상 소속직원이 박 대표 한 사람밖에 없었다.

원앤원 서울사무소 건물에 원비아이 사무실이 있었고, 해당 사무실이 위치한 곳은 박천희 대표의 집무실과 같은 층이었다. 검찰 측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건물 용역 및 관리비 계약에 따라 원비아이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원앤원 측에서 보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검찰 측이 분석한 원앤원 내부 품의서에 따르면, 원비아이에 대한 회계, 세무, 총무, 심지어 전화응대 및 우편업무, 급여 관리 등의 업무를 원앤원 각 부서에서 전부 대신 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간한국] 박천희 원앤원 대표, 선처 호소에도 드러난 엄청난 모순 <제2부>에서 계속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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