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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케이손해보험, 애꿎은 곳에 교통사고 책임 씌우려 했던 사연

인과관계 없던 불법행위-사고… 자동차보험 전문 보험사가 왜 이런 판단을(?)
  • 더케이손해보험이 교통사고 발생과 인과관계가 없었던 곳에 사고 발생 및 손해 확대의 책임을 씌우려 했던 사례가 밝혀졌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더케이(The-K)손해보험(대표 황수영)이 교통사고 발생과 인과관계가 없었던 곳에 사고 발생 및 손해 확대의 책임을 씌우려 했던 사례가 밝혀졌다. 특히 더케이손해보험은 해당 사건에서 상대방의 행위와 사고의 인과관계에 대해 매우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을 내리며 자동차보험 전문 보험사로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13년 여름 새벽 1시 30분경 A씨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몰고 인천광역시의 I고등학교 앞 왕복 8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A씨의 오토바이 뒷좌석에는 그의 지인인 B씨가 타고 있었다. 새벽 시간대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음에도 A씨는 전방주시를 소홀히 하며 오토바이를 몰고 있었고, B씨 역시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채 아찔한 주행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A씨의 오토바이는 I고등학교 앞 도로의 2차로를 따라 운전 중이었는데, 동시에 이 오토바이 앞에서는 택시 한대가 1차로와 2차로에 걸친 채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택시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우측(3·4차로)으로 방향을 변경했고, 전방주시를 다소 게을리하며 속도를 올리고 있던 A씨의 오토바이는 택시가 2차로에 완전히 넘어 옴과 동시에 접촉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이에 A씨의 오토바이는 우측 4차로 방향으로 튕겨나갔고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있던 B씨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B씨의 중상은 A씨가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채 주행을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지만, 택시의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으로 인해 사고가 나면서 비롯된 것이 사실이었다.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누군가에게 인적·물적 피해를 끼친다면, 피해자는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피의자인 운전자의 자동차보험사에 해당 사고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공제조합에 가입된 택시가 일으킨 사고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은 공제조합에서 우선 부담하게 된다.

당시 A씨의 오토바이는 더케이손해보험과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이에 B씨는 더케이손해보험 그리고 사고를 유발한 택시가 속한 공제사업자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B씨는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B씨 등에게 억대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물론 당시 B씨가 A씨 오토바이의 동승자였고 헬멧까지 착용하지 않았던 점을 책임제한 비율에 반영해 청구액보다 낮은 금액이 산정됐다.

이어 더케이손해보험 측도 B씨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는데, 여기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사실 A씨의 오토바이가 택시와 접촉사고를 일으켰을 때 연이어 또 다른 접촉사고가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당시 A씨의 오토바이는 택시와 충돌해 우측 4차로 방향으로 튕겨나갔다. 그런데 이때 4차로에는 여행사 R사에서 소유하던 전세버스가 주차 중이었고, A씨 오토바이와 B씨 모두 이 R사 전세버스에 2차 충돌했다.

여기서 더케이손해보험 측은 당시 R사의 전세버스가 우측 4차로 도로가에 ‘불법주차’돼 있던 점을 지적했다.

A씨 오토바이가 택시와 충돌한 뒤 튕겨나가 불법주차 차량과 재차 충돌하며, 이 사건 사고 발생 및 손해의 확대로 이어졌다는 주장이었다.

  • 당시 접촉사고는 A씨 오토바이의 전방주시 의무 소홀과 택시의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이 근본적 원인이었다. (사진=연합)
더케이손해보험은 당시 R여행사 전세버스의 과실이 40%에 달한다고 지적하며 자사가 A씨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지급한 보험금 및 B씨에 대해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일부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했다.

R사는 더케이손해보험 측 주장에 대해 당시 자사 버스의 불법주차가 A씨 오토바이 등의 사고발생 및 손해 확대와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더케이손해보험 측은 R사를 상대로 법원에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달 17일 이 사건 재판부는 매우 상식적이며 간단한 결론을 내렸다.

R사 전세버스의 불법주차가 당시 사고발생과 손해 확대와 전혀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더케이손해보험 측 청구를 기각했다.

여객 및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영업용으로 등록된 전세버스와 개별·일반 화물차량은 미리 지정된 차고지에 주차하도록 규정돼 있다. 만약 규정 차고지를 벗어나 주차를 한다면 단속대상이다.

구체적으로 새벽 0시부터 4시 사이에 차고지가 아닌 곳에서 1시간 이상 주차할 경우 밤샘주차 단속대상이 되며, 전세버스와 일반화물 20만원 그리고 개별화물 1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때문에 당시 R사 전세버스가 4차로 ‘갓길’에 주차돼 있었던 것은 명백한 불법주차였다.

다만 이 사건 재판부는 설령 당시 R사 전세버스가 불법주차 상황이었다고 할지라도, A씨 오토바이 사고와 B씨의 중상을 발생시킨 요인은 전혀 아니며 사고를 확대시켰다고도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당시 A씨 오토바이와 택시의 접촉사고는 A씨의 전방주시 의무 태만 그리고 택시의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이었다. 사고의 계기와 R사 전세버스의 불법주차와는 전혀 인과관계가 없었다.

또 재판부는 B씨의 중상 즉 사고가 확대된 계기 역시 그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당시 R사 전세버스가 2차로 또는 3차로에 불법주차된 상태였다면 사고의 발생 및 확대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 수 있지만, 4차로 가장자리 갓길에 불법주차 돼 있을 뿐이었다.

당시 새벽시간대에 차량의 통행이 거의 없었고, R사 전세버스가 1차로와 2차로를 지나던 다른 차량의 통행에 그 어떤 지장을 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오토바이와 택시의 충돌이 없었다면 오토바이가 R사 전세버스와 충돌하는 사고도 발생할 리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오히려 당시 R사 전세버스가 그곳에 주차돼 있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해당 공간 근처에 아스팔트 도로와 울타리, 가로수 등이 있어 이곳에 충돌해 피해가 더 커졌을 가능성도 열어 놨다.

  • 더케이손해보험. (사진=데일리한국,더케이손보)
사실 당시 수사기관에서도 사고에 대해 R사 전세버스의 불법주차를 문제 삼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R사 전세버스가 A씨 오토바이 및 택시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차량에 손상이 갔다면 역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대법원 판례(2010다102755)에 따르면, 상대방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려면 그 위법한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상당한 인과관계의 유무는 결과 발생의 개연성과 피침해 이익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상대방이 ‘불법주차’라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었다고 해서 전방주시 의무 태만 및 갑작스런 차선 변경, 헬멧 미착용 등의 요인이 있었던 사고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했다는 더케이손해보험의 판단은 자동차보험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보험사로서 매우 아쉽고 황당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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