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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덴셜생명, 명백한 암을 경계성종양이라며 보험금 축소 지급한 사연

암이라는 근거 파악 가능했음에도 ‘경계성종양’이라니
  • 푸르덴셜생명보험이 중대한 암을 진단받은 보험소비자에 경계성종양이라고 주장하며 보험금을 축소 지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푸르덴셜생명보험(대표 커티스장)이 보험소비자의 종양이 암이라는 증거가 명백함에도 경계성종양으로 판단하며 보험금을 축소 지급하려 했던 사례가 최근 밝혀졌다.

남성 A씨는 지난 2000년대 중반 푸르덴셜생명보험(이하 푸르덴셜생명)의 변액유니버셜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해당 보험상품은 책임개시일로부터 10년 이상 경과 후 피보험자가 암으로 진단이 확정된 경우 암 진단급여와 수술급여, CI특약 급여금 등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었다. A씨는 이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를 자신으로 설정했다.

흔히 일반적으로 말하는 암(C00~C97)이란 유사암으로 분류되는 갑상선암(C73)과 기타 피부암(C44), 제자리암(상피내암oD00~D09), 경계성종양(D37~D48) 등을 제외한 나머지의 악성신생물(Malignant Neoplasm)을 의미한다.

이 유사암이나 소액암에 속하는 질병을 진단받은 피보험자는 일반암에 따르는 가입금액의 10% 내지 20%에 해당하는 소액의 보험금만을 받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A씨가 가입한 보험상품의 약관에서는 암에 대해 ‘소화기관의 악성신생물’을 대상 질병으로 하며, 제4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의 기본분류에 있어 분류번호 C15에서 C26에 포함되는 악성신생물로 정의하고 있었다.

또 암에 대한 진단확정은 치료의사가 아닌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병리의사로부터 내려져야 했다. 이 진단은 조직 및 미세침흡인 또는 혈액 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해며, 조직병리검사 실시를 통한 병리보고서까지 작성돼야 진단확정에 이를 수 있다.

물론 상식적인 부분이지만 암보험과 관련된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진단서 외에도 병리검사결과와 관련된 보고서 역시 첨부해야지만 한다.

그렇게 A씨는 푸르덴셜생명의 해당 보험상품의 가입을 유지하던 중 지난 2016년 여름, 건강에 이상을 느껴 한 대학병원을 찾았고 대장내시경 점막절제술을 통해 종양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당시 A씨는 이 대학병원의 임상병리 전문의로부터 임상적 추정에 따른 주상병(主傷病)에 대해 ‘직장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분류번호 D.37.5)’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A씨는 병리전문의로부터도 그의 종양에 대해 ‘신경내분비 종양 1등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의 병리보고서에는 종양의 크기 0.3×0.2㎝, 침범의 정도가 점막 및 점막하층에 국한되며 림프절이나 신경 주위 침범은 없음 그리고 절제면에 잔존 종양 세포가 없다는 소견이 적시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직장 유암종(類癌腫) 또는 카르시노이드 종양(Carcinoid Tumor)이라고도 불리며,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 따라 형태학적 분류코드 ‘M8240’을 제시받는다.

A씨는 소화기관인 직장 내 종양 절제 수술에 따라 당시까지 유지해 오던 푸르덴셜생명의 변액유니버셜 상품의 특약상 보험금 지급 대상에 속한다고 판단하고, 푸르덴셜생명 측에 암 진단급여 및 수술급여, CI특약 급여금 등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푸르덴셜생명 측은 A씨에 진단급여와 수술급여, CI특약 급여금에 해당하는 각 가입금액에 20%밖에 되지 않는 금액만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A씨의 종양이 유사암인 경계성 종양에 해당해 일반암의 경우인 가입금액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A씨는 자신이 진단을 받은 종양이 경계성 종양이 아닌 일반적인 암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하고, 암에 대한 진단확정까지의 절차 역시 문제가 없었다며 약관상 일반암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반박했다.

결국 양측은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A씨는 푸르덴셜생명을 상대로 법원에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임상적 추정’, 진단확정 해당 안 돼… 경계성종양 판단 근거는(?)

이달 중순 법원의 선고가 이뤄진 이 사건 재판에서 재판부는 “A씨가 ‘암에 해당하는’ 종양의 절제 수술 및 치료를 받은 것이 명백하고 암에 대한 진단확정 역시 문제없었다”라며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 과정에서 푸르덴셜생명 측의 A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 산정에 있어 여러 아쉬운 판단들이 발견됐다.

  • 푸르덴셜생명보험은 A씨의 종양이 유사암인 경계성 종양에 해당해 일반암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대로에 위치한 푸르덴셜생명 본사. (사진=주간한국)
A씨가 대학병원 임상병리 전문의로부터 임상적 추정에 따라 진단받은 ‘직장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 즉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의 기본분류에 따른 분류번호 D.37.5는 경계성종양에 해당하는 질병이었다.

이것만을 본다면 A씨가 가입한 푸르덴셜생명의 보험상품 약관상 ‘제4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의 분류번호 C15~C26에 포함되는 악성신생물’에 속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 볼 부분은 이것으로 최종진단이 아닌 ‘임상적 추정’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임상적 추정이란 용어 그대로 임상병리 전문의가 환자를 진료한 후 의심되는 질병에 대한 추정진단(IMP)에 불과했다.

단지 임상적 추정에서 경계성종양에 해당하는 진단이 내려졌을지라도 이것만으로는 보험금 지급 여부와 보상 범위를 결정하기 위한 진단확정이라고 보기에는 당연히 무리가 있었다.

이 사건 재판부 역시 “임상병리 전문의가 A씨의 종양을 질병 분류기호 D37.5로 진단한 것은 종양에 대한 병리전문의의 병리보고서가 작성되기도 전에 이뤄진 것으로 병리학적 진단으로서의 암의 진단확정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밝혔다.

앞서 언급했듯이 암에 대한 진단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병리의사로부터의 조직검사 등에 대한 현미경 소견 그리고 병리검사결과까지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임상적 추정에서 나온 ‘직장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 그리고 분류번호 D.37.5뿐만 아니라, 병리전문의로부터 내려진 ‘신경내분비 종양 1등급’이라는 진단을 포함한 병리보고서 내용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암 또는 경계성종양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뤄져야 했다.

사실 푸르덴셜생명과 A씨와의 경우처럼 신경내분비종양(직장 유암종ㆍ카르시노이드 종양)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의 다른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어 왔다.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해 직장 내 악성신생물(직장암)인지, 아니면 단순한 경계성종양인지에 대한 의학적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 이하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한 진단코드는 학계 내에서도 입장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처럼 관련 분쟁에 대한 법원의 판례에 있어 암이 다의적으로 해석돼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않다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보험소비자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여러 관련 분쟁 사례가 쌓여오면서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직장 내 악성신생물 또는 경계성종양 여부에 대한 판단을 두고 보험사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극히 줄어들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를 살펴보면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이 설 수 있다.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 따르면, 신생물(종양)의 행동양식이 악성이고, 원발부위(primary)에 소재하는 경우 행동양식 분류번호 ‘/3’을 부여하며, 이는 분류번호 C00~C97에 해당하는 악성신생물로 분류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경내분비종양은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 따라 형태학적 분류코드 M8240에 속한다.

그렇다면 신경내분비종양의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 따른 형태 분류번호가 ‘M8240/3’이라면 악성신생물이며, 여기에는 질병 분류번호 C20이 부여된다.

만약 신생물의 행동양식이 단순한 양성이면 ‘/0’, 양성인지 악성인지 불확실하고 경계성 약성, 낮은 악성 잠재성, 불확실한 악성 잠재성의 경우 행동양식 분류번호 ‘/1’을 부여한다. /1의 신생물은 분류번호 D37~D48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로 분류된다.

때문에 형태 분류번호가 ‘M8240/1’이라면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 즉 경계성종양으로 질병 분류번호 D37에 해당한다.

정리해 보자면 신경내분비종양이 경계성종양이 아닌 직장 내 악성신생물 즉 직장암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 따라 행동양식 분류번호가 /3, 종양의 형태 분류번호가 M8240/3 그리고 질병 분류번호가 C20이 부여돼야 한다.

특히 A씨가 가입한 푸르덴셜생명 보험상품의 약관에서 질병 분류 기준이 되는 제4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서는 ‘충수를 제외한 다른 부위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유암종’은 종양의 크기나 침윤 정도 등 구체적 성질을 구분하지 않고 형태 분류번호 M8240/3으로 그리고 ‘충수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유암종’은 M8240/1로 분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제4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서 충수가 아닌 소화기관인 직장에서 발생한 유암종은 M8240/3에 해당하는 악성신생물로 질병 분류번호 C20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 사건 재판부가 한 대학병원에 A씨의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촉탁을 한 결과 A씨의 종양에 대해 제4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 따라 분류번호 M8240/3을 부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최근의 개정안인 제7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 따르더라도 M8240/3 및 C20 코드를 부여할 수 있었다.

특히 제7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에서는 A씨가 병리전문의로부터 진단받은 종양의 ‘신경내분비 종양 1등급’이 형태 분류번호 M8240/3의 표제어로 추가돼 그 등급 및 명칭이 구체화된 상태다.

재판부는 “A씨의 종양이 M8240/3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고 행동양식 분류번호가 /3인 이상 그 질병 분류번호는 C20으로 분류돼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 커티스장 푸르덴셜생명 사장. (사진=연합,푸르덴셜생명)
결국 푸르덴셜생명은 재판부로부터 A씨에 암으로 진단확정 된 특약에 해당하는 암 진단급여와 수술급여, CI특약 급여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뒤늦게라도 A씨는 제대로 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지만, 그의 종양이 경계성종양이 아닌 암에 해당한다는 것이 명백한 이번 사건에서 보험금 지급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푸르덴셜생명 측이 법원과 완전히 어긋난 판단을 내렸다는 점은 의외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수의 보험소비자들이 암 보험에 대해 무지한 만큼 최근 다수의 보험사들이 암 또는 경계성종양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 과거 사례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토를 통해 보험소비자들과의 분쟁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점에 있어 푸르덴셜생명 측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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