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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주택 임차인에 부당한 퇴거 통보 내막

무효 행위를 두고 무주택 요건 상실이라니… 과실 사례 또 있을까
  • LH공사가 명의신탁 약정에 따른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에 대해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무주택 요건 상실의 경우로 잘못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명의신탁 약정에 따른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무주택 요건 상실의 경우로 잘못 판단해 무고한 입주자가 임차인 지위를 빼앗길 뻔했던 사례가 최근 밝혀졌다.

A씨는 지난 2013년 말 LH공사와 경기도 S시에 위치한 15평형 규모의 아파트 1세대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 아파트는 LH공사가 공급한 공공건설임대주택이었다.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공공건설임대주택의 특성상 입주자격은 입주자 모집 단계에서부터 무주택세대구성원으로 한정돼 입주 시까지 이를 유지해야 했다.

또 입주 후에도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지만, 계약자(입주자)가 무주택 요건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임대차계약의 갱신이 거절당할 수 있는 조건이 있었다.

A씨는 LH공사와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지 약 2년이 지난 2015년 말 해당 공공건설임대주택에 입주해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 LH공사 측은 A씨가 무주택 요건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임대차계약의 종료와 함께 더 이상 이를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LH공사 측의 이런 조치에도 이유는 있었다. 앞서 A씨는 LH공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지 약 4개월 뒤, 타지역에 위치한 민간 빌라 1세대에 대해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했다. A씨는 그 이후에야 LH공사의 임대주택에 입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LH공사의 입장에서 A씨의 행위는 앞서 언급했던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입주자격 조건에 명백히 어긋나고 있었다.

임대차계약 이후부터 입주 전까지 다른 주택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해 더 이상 무주택세대구성원에 속하지 않게 됐고, 무엇보다 입주 후에도 해당 빌라에 대한 소유권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이 역시 무주택 요건에 반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A씨 역시 LH공사 측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A씨는 해당 빌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자신의 자녀의 부탁을 받고 명의수탁자로서 이전을 받은 것뿐이라는 주장이었다.

A씨는 자신이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채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졌고 실제 해당 빌라에서 거주하지 않았던 만큼 이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며, 때문에 자신이 LH공사의 임대주택에 대한 무주택 요건을 상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LH공사 측은 설령 A씨가 자녀의 거주를 위해 해당 빌라에 대해 명의신탁을 했다고 할지라도 이로 인한 물권변동 자체를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A씨가 해당 빌라에 대한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한 것이 분명하며, 이로 인해 임대주택에 대한 무주택 요건이 유지되지 못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 LH공사 측은 A씨가 무주택 요건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대차계약의 종료와 함께 더 이상 이를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지했다. (사진=연합)
A씨와 LH공사는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A씨는 LH공사를 상대로 법원에 임차인지위확인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다.

LH공사, 부동산실명법상 ‘제3자’ 지위 잘못 판단했나

부동산의 실소유자가 특별한 사정으로 이를 자신의 명의로 두지 못할 경우 타인의 명의를 빌려 해당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이러한 명의신탁 행위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따라 무효다. 물론 명의신탁 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뤄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 역시 무효가 된다.

A씨와 LH공사 사이의 법적분쟁에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빌라에 대한 A씨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에는 보다 복잡한 사연이 있었다.

본래 해당 빌라는 A씨의 자녀 B씨가 소유한 채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B씨는 채무 문제를 겪게 됐고, 이에 해당 빌라와 관련된 경매 등 강제집행 절차가 개시될 예정이었다.

비록 편법에 속하지만 이런 경우 채무자들은 자신의 소유의 부동산을 타인의 명의로 가등기를 해놓고 해당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B씨 역시 당시 해당 빌라를 지인인 C씨에게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했다. A씨는 LH공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직후 자녀인 B씨의 부탁을 받고, C씨로부터 해당 빌라에 대한 가등기를 이전받아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완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로부터 약 2개월 후 A씨는 다시 이 빌라를 매도했고, 이 시기는 앞서 임대차계약을 맺은 LH공사의 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전이었다.

다시 말해 A씨와 C씨는 B씨가 빌라에 대한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가등기 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는 의미였다.

이는 단순히 명의신탁 약정행위에 불과하며 특히 A씨의 경우 빌라의 실권리자인 B씨와의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빌라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명의수탁자의 지위가 됐고,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따라 해당 등기 행위는 무효에 해당했다.

이 사건 재판을 담당했던 재판부 역시 최근 선고를 내리며 “A씨 명의의 가등기나 소유권이전등기는 모두 B씨와 A씨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에 따른 물권변동으로 이는 무효라고 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주목해 볼 점은 이번 사례가 부동산 매매 계약에 임하거나 이 분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관한 내용이었고, A씨의 당시 명의신탁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인 것이 매우 당연했다는 점이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LH공사 측 역시 이런 당연해 보이는 경우에 대해 반박할 여지가 있었다. LH공사 측은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당시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를 통한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인 LH공사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서는 명의신탁 약정과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재판부는 LH공사 측을 해당 규정에서 말하는 ‘제3자’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2005다34667 등)에 따르면, 여기에서의 제3자는 명의신탁 약정의 당사자 및 포괄승계인 이외의 자로서 명의수탁자가 물권자(소유자)임을 기초로 그와의 사이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자를 의미한다.

또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제3자가 아닌 자와 사이에서 무효인 등기를 기초로 다시 이해관계를 맺은 데 불과한 자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LH공사의 경우 빌라에 대한 A씨와 B씨 간의 명의신탁 약정에 있어 당사자 및 포괄승계인 이외의 자라는 점은 문제가 없었다.

다만 A씨와 B씨의 명의신탁 약정 및 이에 대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는 전부 무효로, 이를 기초로 A씨와 다시 이해관계를 맺은 자가 LH공사라고 할 수 없고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LH공사 측은 제3자에 해당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LH공사는 무효인 해당 빌라에 관한 A씨의 소유권이전등기에 기초해 새로운 법률 원인으로 이해관계를 맺거나 등기를 이어받지도 않았고, 물론 이와 같은 등기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는 의미였다.

이 사건 재판부 역시 LH공사 측이 빌라에 관한 무효의 등기에 기초해 명의수탁자인 A씨와 등기상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는 제3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빌라에 관해 A씨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행위는 무효로, A씨가 LH공사의 임대차계약상에서 정한 무주택 요건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A씨는 거주 중이던 임대아파트에 대한 계약상 임차인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사실 이번 A씨의 사례에서 드러난 LH공사 측의 주장이 이번 사건 이전까지 그대로 유지됐던 것이라면, LH공사 측이 공급한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또 다른 계약자들 중 입주 전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일시적인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주택 요건을 상실했던 이들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다시 말해 이는 ‘부당하게’ 무주택 요건과 임차인의 지위를 상실한 경우로 LH공사 측에 심각한 과실을 묻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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