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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상속포기자에 부당한 채무변제 요구

상속포기 사실 확인했나… 소송남발 지적도
  • 롯데카드가 상속포기자에게 부당한 채무 변제를 요구하며 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부친으로부터의 상속을 포기한 아들에게 아버지의 생전 신용카드 이용대금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한 롯데카드의 사례가 밝혀졌다. 롯데카드는 상속포기 사실에 대한 철저한 확인도 없이 신용카드 이용요금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은 피상속인의 재산뿐만 아니라 채무까지도 승계하게 된다. 이에 피상속인으로부터 물려받을 재산보다 갚아야 할 채무가 상당할 경우, 보통의 상속인이라면 상속을 포기하게 된다.

민법 제1019조에 따르면 상속인은 상속의 개시가 있고 자신이 상속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상속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만으로는 상속포기가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2004다20401)에 따르면, 상속자가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에 관한 신고를 해야 한다. 이후 법원의 심판을 받아야 하며 그 심판은 상속자가 이를 고지받으면서 상속포기의 효력이 생긴다.

만약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고 심판이 나오기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다면, 이는 상속 포기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 처분행위를 한 것으로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상속포기를 할 의사가 분명하다면 가정법원으로부터 상속포기에 관한 최종 심판이 나오기 전까지는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법적 절차를 통해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정식으로 상속을 포기했다면, 기존 피상속인의 채무자들은 해당 상속인에게 더 이상 채무 변제를 요구할 수 없다.

피상속인의 채무자들은 이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차순위 상속인이 된 이에게 채무 변제를 요구할 수 있고, 만약 그 역시 상속포기를 하게 된다면 또 그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관련 요구를 해야만 한다.

지난 2016년 여름 A씨는 자신의 부친인 B씨가 유명을 달리하면서, 민법 제1000조에 의해 피상속인 B씨의 1순위 상속인이 됐다.

그런데 A씨는 B씨의 생전 남겨놓은 채무가 부담이 됐고 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했다. 물론 A씨는 자신이 B씨의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개월 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했고, B씨가 사망한지 정확히 3개월 뒤에 A씨는 가정법원으로부터 상속포기 신고를 정식으로 수리한다는 심판을 받았다.

이에 A씨는 더 이상 B씨의 상속인에 해당하지 않았고, B씨의 생전 채무자들로부터도 관련 채무의 변제를 요구받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이로부터 약 반년 뒤인 지난해 초 A씨는 롯데카드로부터 자신이 사용하지도 않았던 수백만원의 신용카드 이용요금을 납부하라는 통보를 받게 됐다.

당시 롯데카드 측은 B씨가 생전 롯데카드의 사용자로서 그가 신용카드 이용대금 및 연체이자 등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B씨의 아들이자 상속인인 A씨가 해당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A씨는 이런 롯데카드 측의 채무 요구에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는 B씨로부터의 상속을 포기했고, 이는 단순한 의사표시만이 아닌 가정법원으로부터 정식으로 상속포기를 수리한다는 심판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당시 롯데카드 측은 A씨 측에 문의해 B씨의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만약 A씨가 상속포기를 했다면 관련 증거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당연히 A씨는 가정법원으로부터 상속포기를 심판받은 관련 기록 또는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롯데카드는 이를 제시받고 확인함으로써 B씨의 진짜 상속인에게 채무 변제 요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롯데카드는 곧바로 A씨를 상대로 법원에 신용카드 이용대금을 납부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A씨는 이 사건 1심 판결에서 소장과 소송안내서 등의 자료를 송달받지 못해 제대로 소송을 준비할 수 없었고, 한차례 변론기일에서 법원으로부터 패소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A씨는 법원에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했고, 최근 이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롯데카드를 상대로 승소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법원은 증거로 제출된 A씨가 부산가정법원으로부터 받은 상속포기 심판에 관한 자료를 토대로 그가 B씨로부터 상속을 포기했고, 때문에 더 이상 B씨의 롯데카드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 (사진=연합)
A씨 입장에서는 소송에서 이기며 자신의 채무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지만, 이미 반년 이전에 B씨의 상속인에서 제외돼 있었던 만큼 롯데카드 측의 소송제기는 상당히 뜬끔없고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이번 사례에서처럼 신용카드 이용자가 이용대금을 미납한 채 사망하게 되면, 신용카드사들은 해당 이용자의 상속인에게 채무 변제를 요구하게 된다. 다만 신용카드사들은 해당 이용자의 정보는 알고 있지만 그의 상속인에 대해서는 쉽게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당시 롯데카드 측은 A씨가 B씨의 직계비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당연히 상속인일 것이라고 생각한 채 B씨의 채무를 변제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닌, B씨의 정확한 상속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파악하는 게 우선일 수밖에 없었다.

롯데카드 측이 A씨가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철저한 확인절차만 거쳤더라면, 이미 법적으로 상속인에서 제외 됐던 그가 부당한 소송을 겪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롯데카드 측은 채무를 변제받는 데 급급해 소송을 남발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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