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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ㆍ대우건설의 스프링클러 하자에 대한 무책임한 판단

명백한 자재 선정 부실에도 책임전가까지
  • SH공사와 대우건설의 스프링클러 부실 설계에서 비롯된 심각한 하자와 안일한 판단이 드러났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아파트 하자보수를 두고 입주자 측과 아파트 분양사인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시공사인 대우건설 간의 법적분쟁이 최근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서 SH공사와 대우건설 측의 부실 설계에서 비롯된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와 이에 대한 책임을 다른 곳에 돌리는 매우 안일했던 판단이 밝혀졌다.

아파트 내 스프링클러의 설치 의무가 확대되면서 이를 둘러싼 입주민과 건설(시공)사 간의 하자보수와 관련 사례도 늘고 있다.

보통 스프링클러와 관련된 하자는 스프링클러헤드의 종류와 유효살수반경이 기존 설계와 차이가 있는 점에서 비롯된 문제 그리고 스프링클러에서 발생한 누수 문제 등이 있다.

이중 스프링클러의 누수 문제는 기존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일부 사례가 밝혀졌는데, 해당 사례들에서 이 현상은 배관에 그 주요 원인이 있었다.

스프링클러 배관의 두께가 매우 얇거나 이것이 부식을 쉽게 유발하는 소재로 시공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스프링클러의 배관이 동관으로 시공된 아파트에서의 누수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기존에는 스프링클러 설비의 화재안전기준에서는 스프링클러의 배관 소재로 동관이 추천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프링클러의 배관에 물이 정체되는 만큼 동관으로 시공한 배관이라면 부식 및 누수의 우려가 커질 수 있고 실제 여러 누수 사례가 발생했다. 때문에 최근 세워진 아파트에서는 스프링클러 배관을 동관이 아닌 스테인리스 강관이나 CPVC 소재로 시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파트 세대의 각 스프링클러에서 누수 현상이 다수 발생하는 동시에 그 배관이 동관으로 시공된 상태라면, 시공사 측의 설계상 하자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스프링클러 누수와 관련된 입주민들과 시공사 간 하자보수에 대한 법적분쟁에서 “동관으로 시공한 스프링클러 배관이 누수(하자)의 원인”이라며 입주민 측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의 판결이 다수 나오고 있다.

SH공사가 건축·분양 사업을 추진하고, 대우건설 등이 시공을 담당해 지난 2010년 시공완료 및 입주가 이뤄진 서울 A아파트 역시 스프링클러의 누수를 둘러싸고 입주민들과 건설사 간 갈등이 있었다.

A아파트 입주자 및 구분소유자들은 입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아파트 곳곳에서 균열 및 누수 등의 하자를 발견했고, SH공사 측에 하자보수를 정식으로 요청해 시공사인 대우건설 등을 통해 일부 하자가 보수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하자보수에도 입주자 측은 여전히 아파트 내 부실하게 시공돼 하자를 일으키는 곳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SH공사 측에 하자보수와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 대우건설. (사진=한민철 기자)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 아파트의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 하자를 둘러싼 입주자 측과 SH공사 및 대우건설 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맞섰다.

소송을 제기한 A아파트 입주자 측은 아파트 다수의 세대에서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 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고, 일부 세대의 경우 관련 하자보수에도 불구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주자 측은 이 현상이 대우건설 등이 시공을 함에 있어 스프링클러 배관을 동관으로 시공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적절한 자재를 선정하지 못한 설계상 하자에 해당해 전 세대 스프링클러 배관을 기존의 동관에서 스테인리스 강관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SH공사와 대우건설 측은 구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 및 현행 기준을 들어 동관을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국토교통부의 입장에 따르더라도 스프링클러 배관은 각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유지 및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10월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는 “입주민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스프링클러 배관(세대 내부로 들어가는 가지관 포함)은 공용부분으로 관리사무소에서 유지·관리 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SH공사와 대우건설 측은 “스프링클러 배관에 일부 누수가 발생했더라도 이는 자재를 동관으로 잘못 선정했기 때문에 아닌, 유지·관리의 미비로 인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설령 하자보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배관 전부를 스테인리스 강관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닌, 에폭시 수지 등 접착제로 누수 부위를 코딩하는 에어샌딩 갱생공법과 같은 방식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동관으로 시공한 스프링클러 배관이 누수(하자)의 원인”이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기존에도 내려진 만큼, 이 사건 재판부 역시 지난 달 초 이 사건 재판에 대한 판결을 내리며 SH공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선정된 전문 감정인들의 감정 결과, 이 아파트 스프링클러 배관의 누수는 스프링클러의 자재를 동관으로 사용한 설계상 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특히 이 아파트의 스프링클러 배관은 누수뿐만 아니라 부식 현상까지 동반했는데, 시공된 배관이 엠(M)자형으로 내부에서 발생한 침식형 부식이 심해져 배관을 관통하는 피팅(Pitting·부식에 의해 생긴 점 모양의 자국)까지 생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SH공사 및 대우건설 측이 시공한 스프링클러 배관의 소재인 동관은 구리 및 구리합금으로 물 또는 가스가 지속적으로 흐르는 급수나 급탕, 도시가스 배관용으로 적합하다.

스프링클러 등의 소화 배관과 같이 물이 정체돼 있는 경우 석출물이나 부유물의 침적이 생기고 이로 인한 침전물의 산성화로 배관의 부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국내 대부분의 건물에서는 스프링클러 배관이 동관이 아닌 스테인리스 강관 등으로 시공되고 있다.

  • 법원은 스프링클러 배관을 스테인리스 강관으로 교체 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진=연합)
물론 강관 역시 부분적 하자가 발생하지만 일반적으로 동관의 누수 및 부식 등의 하자에 비해 정도가 심하지 않고, 최소 20년 이상의 수명이 보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사건 재판부는 감정인의 의견을 토대로 배관을 스테인리스 강관으로 교체 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SH공사와 대우건설 측 입장대로 에어샌딩 갱생공법을 사용한다면 이는 배관의 수명을 단기간 연장시킬 뿐, 동관 내부 부식 불순물 침적과 동관 부식에 의한 내부 단면의 손실이 심각한 상태에서 누수가 재발할 수 있고 이를 복구 시키는 근본적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주목해볼 부분은 감정인의 조사 결과 이 아파트 세대 중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가 발생해 보수한 적이 있는 곳뿐만 아니라, 누수 하자가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는 세대 역시 거주자가 누수 하자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 이미 누수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SH공사 측이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 문제에 대해 부족한 판단을 하고 있었고, 스프링클러 배관의 유지·관리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해야 했다는 주장 역시 책임 전가 불과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재판부에 따르면 SH공사가 A아파트의 사용승인 시점을 전후 해 분양한 다른 아파트에서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동관이 시공됐는데 A아파트의 경우와 유사한 누수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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