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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의 가스공사 기술료 분쟁에 숨겨져 있던 ‘불법행위’

명백한 ‘영업비밀 침해행위’임에도 부인… 일 키운 LS(?)
  • ㈜LS와 한국가스공사 간 기술료 지급을 둘러싼 6년의 법적분쟁에서 LS의 영업비밀 침해 행위가 드러났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지난 6년 동안 기술료 지급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이어온 ㈜LS와 한국가스공사 간 법정공방이 올해 11월 중순이 돼서야 막을 내렸다. 한국가스공사는 LS 측이 계약상 자사로부터 이전받은 기술로 얻은 매출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라고 주장했고, LS 측은 가스공사 측이 제대로 된 기술이전을 해주지 않아 오히려 손실을 입었다고 맞서 왔다. 두 회사 간 기술료 지급에 대한 갈등은 법원의 현명한 판결로 일단락됐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쟁점이 있었다. 바로 한국가스공사가 주장한 LS 측의 ‘영업비밀 침해 행위’였다.

㈜LS와 한국가스공사 간 기나긴 법적갈등의 시작은 지난 2002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S의 전신이었던 LG전선은 한국가스공사와 사이에 가스공사 측이 보유하고 있던 ‘가스엔진 구동 열펌프(GHP) 제작 기술’의 이전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맺은 계약 내용상 계약기간은 2002년 10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5년으로, LS는 가스공사의 해당 기술정보를 사용해 국내외에서 제품을 제조ㆍ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었다.

또 LS 측은 이 기술정보를 통해 제조한 제품으로 얻은 총 매출액에서 2%의 경상 기술료를 가스공사에 지급해야 했다.

계약 내용 중에는 LS 측이 GHP 기술에 대해 계약과 관계없는 타인에게 누설해서는 안 되는 등 비밀유지와 관련 사항도 포함돼 있었다.

양사의 계약이 이뤄진 뒤인 지난 2005년에는 LS 측이 이 기술정보를 사용해 제조한 제품을 출시했고, 제품의 판매를 통해 계약기간 만료까지 국내외에서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가스공사는 계약상 해당 제품으로 LS 측이 거둔 수십억원의 매출의 2% 상당하는 금액을 기술료로 지급받을 수 있었다.

이에 가스공사 측은 계약 만료 전 LS 측에 기술료 산정을 위한 매출실적과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서신을 발송했다.

그런데 LS 측이 이를 거부하고 나섰다. 가스공사 측은 재차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고, LS 측은 계약 종료 시점에서야 가스공사 측에 매출액이 아닌 제조원가에 해당하는 ‘순매출액’의 2% 상당의 금액만 지급하겠다는 서신을 발송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매출액의 2% 상당이라면 가스공사 측이 LS로부터 지급받을 금액은 1억원이 넘었지만, LS 측의 서신 내용대로 순매출액의 2%에 해당한다면 15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에 불과했다.

당시 LS 측이 매출액이 아닌 순매출액을 기준으로 기술료를 산정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LS 측은 당시 가스공사로부터 제공받은 GHP 기술이 사실은 자사 제품의 상품화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

해당 기술을 상품개발에 적용한 것은 이전받고자 한 기술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며, 가스공사 측이 기술 이전을 위한 지원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아 오히려 자사 측이 제품 개발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는 등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LS 측은 계약 직후 가스공사 측과의 회의와 이메일 서신을 통해 기술이전을 제대로 진행해달라는 취지의 시정요구를 했지만, 가스공사가 계약 종료 시점까지 이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가스공사 측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양사가 맺은 계약상 기술료 지급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음에도 LS 측의 주장은 이를 고의로 거부하기 위한 부당한 핑계이자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양사는 입장을 좁힐 수 없었고, 가스공사 측은 GHP 기술 이전으로 제조한 제품의 판매를 통해 얻은 매출액 2% 상당의 기술료를 지급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며 LS 상대로 지난 2012년 10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무려 6년 동안 이어진 이 사건 재판을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LS 측 주장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상당했다.

사실 양사가 맺은 계약 내용 중에는 가스공사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해 LS 측으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았음에도 이를 60일 내에 시정하지 않으면 LS 측은 즉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LS 측 입장대로 가스공사 측이 시정요구에 대해 이행하지 않았다면 계약 해제 요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재판부는 LS가 가스공사 측에 관련 시정요구 또는 계약 해제 통보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LS 측의 앞선 항변과는 다르게 재판부를 통해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양사의 계약 직후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또는 회의 등에서 LS 측은 가스공사에 기술 이전에 필요한 각종 시험 결과, 시제품에 대한 설계 및 도면 등에 대한 설명서 등 여러 의문사항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물론 가스공사 측은 이런 LS 측 요구사항에 대해 답변하는 동시에 제공 가능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 요구사항에 합당한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LS 측은 이런 가스공사 측 답변이나 자료 제공이 부실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의를 제기하거나 추가적 설명 또는 자료의 제공을 요구하는 등 시정요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한국가스공사는 LS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사진=연합)
이 사건 재판부는 “가스공사 측이 LS와의 계약에서 정한 기술이전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설령 가스공사가 기술이전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하더라도 LS가 이에 대해 시정요구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LS 측의 기술료 지급 의무 위반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넘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LS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형벌법규 또는 단속법규의 위반, 사회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로 불법행위가 성립할 정도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GHP 기술의 ‘영업비밀’ 해당 여부마저 부정한 LS

LS와 가스공사 간 기술료 지급 부분은 단순한 채무불이행에서 마무리됐지만, 이 사건은 또 다른 엄청난 쟁점을 담고 있었다.

사실 가스공사 측은 LS를 상대로 기술료 지급에 대한 소송과 동시에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가스공사는 LS 측이 GHP 기술이전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자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이 기술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 GHP 관련 제품을 제조 및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3항의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이런 영업비밀 침해를 통해 얻은 매출 수십억원의 2% 상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LS 측은 GHP 기술이 가스공사 측 주장과는 다르게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며 계약 종료 이후 GHP 기술을 사용한 사실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 사건 재판부는 “LS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에 해당하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봄이 타당하다”며 가스공사의 GHP 기술 중 상당수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대법원 판례(2004년 9월 23일 선고ㆍ2002다60610)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의하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상당한 노력에 의해 취득 또는 개발하는 경제성이 있어야 하며, 역시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ㆍ관리된 정보를 말한다.

다시 말해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 그리고 비밀관리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뒤따르는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재판부는 GHP 기술의 상당수가 이런 영업비밀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GHP 기술은 그 안에서 크게 다섯 가지 기술로 나뉘어졌는데, 가스공사는 이 기술과 관련된 자료 전부에 대해 ‘대외통제’ 또는 ‘공개제한’ 등으로 보안 분류를 하고 있었다.

각 자료에 ‘대외비’임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었고, 보안담당자를 지정해 관련 자료들에 대한 관리를 해왔다. 또 앞서 언급한 대로 가스공사와 LS가 맺은 계약상 비밀유지 사항을 포함시켰던 만큼, GHP 기술의 비밀관리성 요건은 넉넉히 충족된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GHP 기술 중 세 가지 기술에 대해서만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이 충족된다고 판단했다.

이 세 가지 기술은 가스공사 외에 다른 곳에서 이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지 못했고, 가스공사나 거래상대방 등 제한적 범위 내의 사람만이 이 기술정보를 알 수 있었다. 가스공사가 기술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객관적 증거가 남아있는 만큼 경제적 유용성도 인정될 수 있었다.

다만 나머지 두 가지 기술은 이미 동종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로, LS 측이 굳이 가스공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입수할 수 있었다며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이 전부 충족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한국가스공사와의 법적분쟁이 불거졌을 당시 주식회사 LS의 회장직을 맡고 있던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사진=연합,LS니꼬동제련)
이 사건을 통해 주목해 볼 부분은 LS와 가스공사 중 어느 회사가 승소했는지 여부가 아닌, 타사로부터 얻은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민사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법원의 판결대로 LS라는 국내 대기업이 가스공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GHP 기술에 대한 침해행위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술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면, 현재 다른 회사들 중에서도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라는 영업비밀의 성립 조건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영업비밀 침해라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사례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6년을 넘게 끌어온 이 사건 재판을 통해 LS 측 역시 정당한 기술료 지급뿐만 아니라 영업비밀 침해 방지를 위한 개선책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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