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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금융투자의 성과급 지급 둘러싼 갑질 논란

퇴사했다고 성과급 ‘0%’ 배분… 법원 “재량권 남용”
  • DB금융투자가 전 직원의 성과급 지급을 둘러싸고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DB금융투자 서울 여의도 본사. (사진=주간한국)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DB금융투자(대표 고원종)가 전 직원과 성과급 지급 분쟁을 겪으며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성과보상규정 조항 신설,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 등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초 금융감독원은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개정하면서 각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들이 소속 임직원들을 위해 보다 합리적인 성과보상체계를 구축하도록 촉구했다.

이 개정된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에서는 각 금융사들의 성과보상체계를 감시하는 보상위원회가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하게 하는 동시에 영업의 성격과 리스크 및 근무연수 등에 따른 합리적 이연지급 기간 책정, 과도한 퇴직보상 자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이중에는 퇴직한 임직원에 대한 이연지급 성과급의 지급 여부를 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거나, 성과보상체계에 관해 회사별 사업전략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는 다시 말해 이연지급 성과급이나 성과보상에 있어 금융사의 자율적 판단을 더욱 존중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에 대부분의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들은 개정된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반영해 기존의 내부 성과보상규정을 개정해 나갔다.

DB금융투자(당시 동부증권) 역시 같은 해 7월경 성과보상규정을 개정하면서 성과보상 등의 지급 조건에서 ‘임직원이 성과급 지급일 이전에 자의에 의해 고용계약을 해지한 경우에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DB금융투자는 이 개정된 성과보상규정을 같은 해 4월부터 소급 적용해 시행하도록 결정했다.

그런데 당시의 개정된 성과보상규정으로 DB금융투자는 전 직원과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갈등을 겪으며, 직원 개인별 성과급 지급비율에 대한 재량권 일탈ㆍ남용 지적을 받으며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DB금융투자의 개정 전 성과보상규정에서는 타사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 없이 3분기별로 성과를 측정해 부서별 배정될 성과급 금액을 정하고 있었다. 여기서 1분기는 4월 1일부터 6월 말일, 2분기는 7월 1일부터 9월 말일 그리고 3분기는 10월 1일부터 12월 말일까지를 의미했다.

부서별 배정될 분기별 성과급 중 조직성과급을 제외한 나머지 성과급은 임원급 직원들이 나머지 지급대상 임직원의 개인별 성과를 고려해 협의·결정한 성과급 배분율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을 하고 있었다.

DB금융투자 내 파생상품의 거래ㆍ운용을 담당하는 부서의 임원급 직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13년 4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말일까지 근무한 뒤 2014년 1월 퇴사해 타증권사로 이직했다.

이후 A씨는 DB금융투자 측에 2013년 4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말일 근무한 3분기 동안 달성한 성과급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DB금융투자는 이를 거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DB금융투자 측은 A씨가 성과급을 요청한 시기가 개정된 성과보상규정상 소급적용이 되는 4월에 포함되며, ‘임직원이 성과급 지급일 이전에 자의에 의해 고용계약을 해지한 경우에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는 우선 2013년 1분기와 2분기 동안 재직 당시 부서에서 달성한 성과에 따라 발생한 성과급 중 자신이 부서에 기여한 수익에 따른 금액을 지급하라며 DB금융투자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퇴사했다고 성과급 배분율을 ‘0%’로 정한 DB금융투자

A씨와 DB금융투자 간의 2013년 1분기와 2분기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재판은 대법원까지 진행된 끝에, 이연성과급 청구 부분에 대해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며 DB금융투자는 해당 성과급을 A씨에 지급해야 했다.

사실 A씨가 아무리 퇴사를 한 상태에서 사측에 성과급 지급을 요청했다고 할지라도 이미 그는 재직 당시 성과급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법원 역시 이 사건 재판에 대해 판결을 내리면서 A씨의 2013년 1분기 및 2분기 동안 근무하면서 개인 기여수익에 따라 구체적인 이연성과급 지급 청구권이 발생한 것은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DB금융투자의 주장처럼 개정된 성과보상규정 중 앞서 언급한 조항에 따라 A씨가 이미 성과급 지급일 이전에 퇴사했기 때문에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규정상 옳다고 판단한 여지도 있었다.다만 법원은 이에 대해 “해당 조항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으로 A씨에게 효력이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후 A씨는 DB금융투자를 상대로 2013년 3분기의 성과급에 대한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DB금융투자 측이 2013년 3분기 A씨가 재직 당시 속해 있던 부서의 이연성과급의 배분율에 대해 A씨의 배분율을 0%로 정하며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달 초 법원은 역시 A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DB금융투자는 재판 과정에서 A씨의 2013년 3분기 성과에 따른 배분율을 0%로 정한 것에 대해 성과급 배분율을 정하는 것은 자사 측 재량이며, 그가 경쟁사로 이직한 점이 작용했다고 항변했다.

물론 앞서 다른 판결에서 DB금융투자의 개정된 성과보상규정 중 문제의 조항에 대해 법원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 즉 사실상의 ‘갑질 조항’이라고 판단했던 것과 비슷하게, 이 사건 재판부 역시 DB금융투자의 배분율 결정을 두고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개인별 배분율은 해당 부서의 임원이 협의해 결정하는 것으로 중대한 사유가 없음에도 개인별 배분율을 쉽사리 0%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다”라며 “A씨가 퇴사했다는 이유로 개인별 배분율을 0%로 결정한다면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수익과 비용이 확정되는 분기말일에 DB금융투자의 규정에 따른 A씨의 구체적 성과급 지급 청구권이 발생했다”라며 “결국 개인별 배분율을 결정함에 있어 A씨를 제외한 것(0%를 배분한 것)은 재량권의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A씨는 자신이 근무 당시 회사에 기여를 한 만큼의 정당한 성과급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DB금융투자의 경우 향후 성과보상규정이 재차 개정될 수 있고, 만약 그렇다면 A씨와 같은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법원의 판결 내용처럼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했다거나 사측이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을 범했다는 갑질 지적을 재차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향후 관련 규정 내 조항 신설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DB금융투자 측은 이번 일에 대해 “자발적 퇴사자에 대해 이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현재 많은 증권사들이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라며 “다만 A씨의 건은 규정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2013년 규정 개정 당시 근로자의 사전 동의가 빠져 절차상으로 미비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DB금융투자는 이후 관련 규정을 포함한 취업규칙에 대한 임직원의 동의 절차를 거쳤으며, 현재까지 유사 사례는 없다”라며 “A씨와의 2013년 3분기 이연성과급에 대한 건은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사항이라 언급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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