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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증권, 부당한 특약사항 내세워 정당한 질권실행 막으려 했나

법원“현대차증권이 주장한 특약사항 내용, ‘거래안전 해칠 우려’”
  • 현대차증권이 질권설정에 있어 부당한 특약사항을 내세워 질권자의 적법한 질권실행에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현대차증권)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현대차증권(대표 이용배)이 질권 설정에 있어 부당한 특약사항을 내세워 질권자의 적법한 질권실행을 무력화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채무를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채무자가 채권의 담보로 제공한 물건 또는 기타 권리에 대한 질권을 설정하게 된다. 만약 채무자가 기한 내에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다면, 채권자는 담보물에 대한 경매 처분 등 질권실행을 통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보통 질권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채권자 측인 질권자와 채무자 측인 질권설정자 간의 확인서가 작성되는 데, 여기에는 질권 목록과 질권 설정일, 채무변제기간 등이 적시되며 경우에 따라 특약사항이 첨부된다.

민법 제353조에 따라 질권자는 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을 직접 청구할 수 있음이 원칙이지만, 이 특약사항을 통해 질권실행 등에 따른 여러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물론 이 특약사항은 질권자와 질권설정자 서로 간 어느 한쪽에 편중된 조건이 담겨 있다면, 당사자 간의 지위를 흔들거나 거래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향후 법적 효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게 된다.

이런 점을 간과한 채 질권설정자에 의해 질권실행이 좌우될 정도로 편중된 특약사항을 내세운 채, 향후 질권자의 질권실행이 부적법하다는 논리로 맞서며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현대자동차 계열의 금융투자사인 현대차증권의 최근 법적분쟁을 통해 밝혀진 사례가 이와 같았다.

현대차증권은 질권설정자인 자사 측의 의사에 따라 질권실행이 실행되는 사실상 편중된 특약사항을 들어 질권자가 특약사항 중 지엽적 부분 하나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질권자의 질권실행에 차질을 빚게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대차증권이 주장하는 특약사항 내용은 법원으로부터 질권자의 지위를 불안하게 하며 거래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질권자의 질권실행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지난 2010년 A저축은행은 B사와 대출약정을 체결했고, B사는 A저축은행으로부터 약 3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때 A저축은행은 B사와 여신거래에 따른 모든 채권을 담보하는 질권설정을 위해, 당시 B사가 개설해 30억원 상당을 예치하고 있던 현대차증권(당시 HMC투자증권)의 수익증권계좌에 관한 포괄근질권을 설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연히 당시 질권자는 A저축은행이었고, 질권설정자는 B사였다. 질권설정된 담보물인 수익증권계좌에는 당시 현대차증권이 공모한 펀드가 매수돼 있었다.

이에 A저축은행은 질권설정에 따른 담보물인 해당 수익증권에 대한 일종의 제3채무자격인 현대차증권 측에 질권설정을 승낙하는 확인서의 작성을 요청해 제출받았다.

이후 A저축은행과 B사가 여신거래약정은 수차례 만기일을 변경하다가 지난 2016년 1월로 최종 갱신되는 것으로 합의됐다.

그런데 지난 2014년 초 A저축은행은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결정받았고, 곧바로 예금보험공사가 이 회사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됐다.

사실상 앞서 이뤄진 질권설정에서 질권자가 바뀐 만큼, 예금보험공사는 B사와 함께 현대차증권에 해당 질권설정에 관한 승낙을 요청했고 양측은 이를 받아들이며 질권설정 확인서를 작성했다.

이 확인서에는 양측의 질권설정일과 채무변제기간, 담보로 설정된 수익증권계좌와 그 계좌에 담긴 펀드의 자산 규모 등이 적시돼 있었다.

이어 특약사항으로 질권자의 질권실행에 있어 조건이 제시됐는데, 여기에는 ‘질권설정승낙 의뢰서상 질권자와 질권설정자의 인감이 날인된 처분승낙서에 의해 당사(현대차증권)에 신청한 때 가능’ 그리고 ‘채권변제기일 반드시 명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시 말해 질권자인 예금보험공사 측이 향후 채무변제기간 내에 채무가 변제되지 않아 질권실행에 나선다면, 앞서 언급한 특약사항 중 질권설정자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해야지만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부당한 특약사항, 정당한 질권실행에 효력 미치지 못해

이후 채권변제 기간이 경과됐음에도 B사는 기존 A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30억여원에 대한 원금 및 이자 약 36억원을 변제하지 않았다. 이에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016년 12월 현대차증권 측에 질권실행을 통지했다.

당시 예금보험공사는 질권설정계약서와 질권설정 확인서, B사 인감이 날인된 질권처분승낙서 등을 첨부했고, 이에 현대차증권은 예금보험공사에 올해 초까지 두 차례에 걸쳐 34억여원을 변제의사로 지급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1년여가 지난 뒤 현대차증권이 뒤늦게 이의를 제기했다. 예금보험공사 측이 질권실행에 앞서 기존에 작성된 질권설정 확인서 내 특약사항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차증권은 예금보험공사 측이 질권실행을 통지하면서 첨부한 질권처분승낙서상 명의자란에 A저축은행의 상호가 아닌 이 회사의 이전 상호를 기재했다는 입장이었다.

또 질권처분승낙서상 변제기일이 2016년 1월이 아닌 같은 해 6월로 기재되며 이 역시 특약사항에 맞지 않아 효력을 상실했다는 설명이었다.

예금보험공사와 현대차증권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예금보험공사는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나머지 변제금을 지급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달 중순 법원은 이 사건 재판에 대한 결론을 내리며, 현대차증권 측의 특약사항과 관련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특약사항이 질권자인 예금보험공사의 질권실행 방법을 제한하는 동시에 질권실행의 성취 여부를 오로지 질권설정자의 의사에 좌우되는 것으로 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이 사건 재판부는 “해당 특약사항은 조건의 성취 여부가 오로지 질권설정자(현대차증권)의 의사에 달려있다”라며 “그런 조건에 따라 질권자(예금보험공사)의 질권실행 효력이 좌우된다면, 이미 유효하게 질권을 설정받은 질권자의 지위를 현저히 불안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거래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질권처분승낙서상 명의자란에 A저축은행의 기존 상호를 적시한 점에 관한 현대차증권 측 이의제기에 대해 재판부는 “그런 지엽적인 이유를 들어 질권실행 통지가 특약사항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라며 “다른 서류에 A저축은행 및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의 의사를 알 수 있는 표시가 돼 있다”라고 판단했다.

  • 현대차증권 CI. (사진=데일리한국,현대차증권)
특히 앞서 언급한 대로 이미 현대차증권은 지난 2016년 12월 예금보험공사 측 질권실행 통지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변제금을 지급했다.

또 당시 질권처분승낙서의 첨부 여부를 손쉽게 확인해 정말 특약사항 관련 하자가 있었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여가 넘어서야 이의제기를 했다는 점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현대차증권은 예금보험공사 측에 나머지 변제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주목해볼 점은 질권설정 확인서상 질권설정자인 현대차증권의 의사만이 중시된 특약사항은 질권자의 질권실행에 효력을 미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증권은 이의를 제기한 부분은 자칫 변제금의 축소 지급을 위한 설득력 떨어지는 꼼수로도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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