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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멸시효 둘러싼 논란

교보생명, 상사소멸시효 적용 판결에도 논란의 여지 남겨
  • 상법상 적용을 받는 보험계약의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을 민법상 일반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기간을 주장하다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은 교보생명의 사례가 밝혀졌다. 사진은 교보생명 서울 광화문 본사.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교보생명(대표 신창재)이 상법상 적용을 받는 보험계약의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에 대해 민법상 일반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기간을 주장하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보험계약이 상행위인 만큼 보험계약의 약관상 명시된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멸시효 부분 역시 상법상으로 적용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지만, 교보생명 측은 여전히 법원의 과거 이번 사건과 비슷한 경우에 대해 다른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험계약상 소멸시효에 부분은 여러 숙지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피보험자(또는 보험계약자)의 보험금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다.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상법 제662조에 따라 보험금 지급 사유에 대한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다. 만약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 간 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

보험금 청구권이 소멸되면 당연히 보험사는 피보험자 측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지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보험금 청구권은 피보험자가 보험사 측에 요청하면서 그에 따른 소멸시효가 적용되게 된다.

반대로 피보험자가 보험사에 요청하는 것이 아닌, 보험사가 피보험자 측에 요청하는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의 경우 역시 소멸시효를 따져볼 수 있다.

만약 피보험자가 보험사로부터 기존에 지급받은 보험금이 보험사기 등을 통해 얻은 부당이득으로 법적 결론이 난다면, 보험사는 피보험자에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를 둘러싼 법적 판단을 둘러싸고 피보험자와 보험자 간 갈등을 빚는 사례가 있다.

사실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있어 피보험자의 입장에서는 소멸시효가 짧을수록 유리하고 보험사의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길수록 유리하다.

때문에 흔히 피보험자 측은 보험계약 자체가 피보험자 상행위인 만큼 부당이득반환 청구권도 상법 제64조에 따라 상사소멸시효 5년이 적용된다고 주장하기 마련이다.

반면 일부 보험사 측은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을 상사소멸시효가 아닌 민법 제162조에 따라 일반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인 10년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빅3생보사’ 중 한 곳인 교보생명 역시 보험사 측이 피보험자에게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이 상사소멸시효가 아닌 민법상 일반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인 10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교보생명의 이런 주장은 피보험자와의 법적분쟁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교보생명의 보험상품에 가입한 피보험자 A씨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수년 간 입원치료를 할 필요가 없음에도 병원에 30여 차례나 입원해 허위 치료를 받았다. 이후 A씨는 병원으로부터 입원 진단서와 입퇴원 확인서 등을 발급받아 교보생명 측에 제출하며, 자신이 과거 가입한 보험상품의 특약상 입원비 및 치료비 명목의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다.

이에 교보생명은 A씨에 수천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지만, 향후 그의 보험사기 사실을 의심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고 결국 A씨는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인 지난 2010년 법원은 A씨의 교보생명 등에 대한 보험사기 등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그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A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법원 역시 그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단지 1심 판결보다 감형한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A씨의 보험사기 혐의가 형사 법원으로부터 명백한 사실로 인정받았고 그의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 만큼, 이제 교보생명 측은 A씨가 그동안 자사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에 대해 민사소송을 통해 돌려받으면 됐다.

그런데 교보생명 측은 형사재판이 마무리된 지 수년이 지난, 지난해 4월에서야 A씨를 상대로 당시 부당하게 받아간 보험금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중순 법원은 이 사건 원고인 교보생명 측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 형사재판에서 A씨의 보험사기가 인정됐고, 그가 교보생명 측으로부터 과거 지급받았던 보험금이 부당이득금이라는 점 역시 명백했다. 때문에 부당이득금을 돌려달라는 교보생명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법원의 판단은 다소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소멸시효에 있었다. A씨는 과거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사건에 관해 법원에 일정금액을 변제공탁을 한 바 있다.

때문에 A씨가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지가 있었고 교보생명 측 역시 이를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민사소송이 제기된 2018년 4월 당시 교보생명 측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은 이미 소멸됐다는 지적이었다.

법원 역시 이와 같은 A씨의 주장이 법적으로 옳다고 판단했다. 교보생명 측이 A씨에 요구한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은 상사소멸시효인 5년이 적용된다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보험계약법 또는 상법상 매우 기초적 부분이지만, 상법 제46조 17호에 보험을 영업으로 하는 행위는 상행위로 규정된 만큼 과거 교보생명과 A씨 간 이뤄진 보험계약은 상행위이자 상법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 판례(2008.12.11 선고 2008다47886)에서도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해 지급받은 보험금과 관련한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바라봤다. 보험계약은 상인 간에 이뤄진 기본적 상행위이며, 보험사가 주장하는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은 그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에 대해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을 정한 상법 제64조가 적용되는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보험계약에 기초한 약관상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관한 내용 역시 상행위 부분에 속하는 만큼, 상사채권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는 것이 타당했다.

법원은 “교보생명의 A씨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청구권도 상행위에 해당하는 보험계약에 기초한 급부가 이뤄짐에 따라 발생했고, 교보생명과 A씨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춰 그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라며 “보험계약이 무효가 됨에 따라 교보생명이 갖게 되는 부당이득 반환 채권은 상법 제64조가 정하는 상사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적용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교보생명 측은 A씨와의 경우는 보험사기로 인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인 만큼, 상법이 아닌 민법상 일반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기간인 10년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교보생명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보생명 측의 A씨에 대한 지급명령은 그가 마지막으로 변제공탁한 기간으로부터 5년 이내에 이뤄져야 했지만, 2018년 4월은 이미 그로부터 2년 이상 지나 시효가 소멸했다.

  • 법원은 보험계약이 무효가 됨에 따라 교보생명이 갖게 되는 부당이득 반환 채권은 상법 제64조가 정하는 상사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한민철 기자)
이번 일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법원의 소멸시효에 대한 판단이 재판부마다 다를 수 있고, 자사 측은 당시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이 일반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기간인 10년이 적용되는 법적 증거를 가지고 소송에 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2018.8.20 선고 2018가단5117992)에서도 보험사기를 일으킨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대해 “보험사가 민법의 규정에 따라 피보험자에게 지급했던 보험금 상당액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 여기에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만한 합리적 근거도 없어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은 상법 제64조가 아닌 민법 제162조 1항에 따라 소멸시효 기간을 10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물론 교보생명의 주장대로 법원의 판단이 다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형사판결이 난지 수년이 지나서야 A씨 측에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점 역시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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