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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가 상표권 침해 분쟁에서 범한 치명적 착오

국내 상륙 전에 ‘주지성 획득’ 됐다니
  • 이케아가 상표권 침해를 둘러싼 법적분쟁에서 심각한 착오를 일으키며 논란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이케아 광명 1호점.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이케아가 한 중소기업과 상표권 침해에 따른 법적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케아 측은 해당 중소기업이 자사의 상표를 침해했다는 점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의 성립 요건인 ‘주지성 획득’이라는 부분에 있어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중소기업으로부터 “이케아가 보복성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라는 역공(逆攻)의 여지가 생긴 상황이다.

지난 2014년 12월 이케아의 광명 1호점이 생기기 전 국내 가구업체 중에는 이케아의 상표와 제품 디자인을 모방한 채 영업을 하던 곳들이 있었다.

이케아는 한국에 상륙하기 수년 전부터 이를 파악하고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내 업체들에게 해당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009년경 이케아와 비슷한 상호로 온ㆍ오프라인 가구 판매업체를 운영하던 A사도 이케아 측으로부터 이런 ‘경고’를 받았다.

당시 이케아는 A사 측에 자사와 유사한 상호의 업체 홈페이지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중단함과 동시에 해당 도메인 이름을 자사 측에 이전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후 인터넷분쟁조정위원회 등의 결정에 따라 A사의 도메인이름 하나가 이케아 측에 이전됐고, A사는 곧 상호와 도메인 이름을 새롭게 변경했다.

그런데 A사는 2010년부터 이케아의 인기 시리즈의 상표와 매우 유사한 문구를 상품표지로 사용해 가구를 판매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판매행위는 이케아 광명 1호점이 생기고 무려 2년이 지난 2017년 초까지 지속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케아 측은 한국에 상륙하기 전까지는 상표권 침해 의심 업체에 경고로써 일을 해결하려 했지만, 광명 1호점이 생긴 이후 관련 업체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법적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A사는 과거 이케아와 유사한 상호로 도메인 이전 처분까지 받았음에도 이후에도 이케아의 대표적인 상표와 유사한 문구를 넣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이 법적대응 행보의 주요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2015년 9월경 이케아의 지주회사이자 지식재산권을 소유한 인터이케아시스템스(Inter IKEA Systems)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A사 측에 이케아의 상표를 침해한 제품의 판매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에 A사는 이케아 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다투겠다는 취지로 맞섰고, 당시 두 회사 간의 분쟁은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이케아의 상표권 침해 피해’와 ‘대기업 이케아의 중소기업 죽이기’라는 내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케아 측은 자사의 주지o저명한 상표와 유사한 문구를 상품표지로 사용해 판매행위를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오인o혼동을 유발하는 등 부정경쟁방지법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부정경쟁행위를 저질러 손해가 발생했다며 A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A사가 관련 상표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진 2010년부터 광명 1호점이 생긴 2014년 12월 사이의 상표권 침해로 인한 손해는 인터이케아시스템스 측이 그리고 이후부터 2017년 초까지 매출감소로 인한 손해는 이케아코리아가 각각 청구하기로 했다.

이케아의 소송 제기에 A사 측은 이케아 측이 문제를 제기한 상표의 문구가 철자 및 판매자 상품표지 배치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A사 측은 이케아 제품들의 디자인을 고의적으로 모방해 자사 제품을 제작한 것이 아니라, 이케아와 마찬가지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ㆍ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들로부터 완제품 상태의 가구를 정식의 통관절차를 거쳐 수입해 유통o판매한 것일 뿐 부정경쟁행위를 범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법원은 이 사건 1심 판결을 내리면서 쟁점이 되고 있는 이케아 측 상표와 A사의 상표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사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반 수요자들이 A사의 상품표시와 이케아 측의 상품표시 사이에 오인 또는 혼동을 느낄 만한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케아는 해당 상표를 사용하는 제품을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세계적으로 판매해왔고, 이에 해당 상표는 국내외 가구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미 알려진 상태였다.

또 해당 상표의 문구를 국내 인터넷 주요 포털 사이트에 검색했을 때 연관검색어로 이케아 및 관련 제품 등이 나타나 있고, 이케아와 관련된 블로그 게시물과 해당 제품 판매자들이 수천여건 검색됐다.

재판부는 이런 점 등에 비춰봤을 때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의 성립 조건 중 하나인 국내에서 널리 인식된 의미의 주지성을 획득했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이케아 측의 주지성이 있는 상품표지와 유사한 상품표지를 사용해 제품을 판매한 A사 측은 고의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의 부정경쟁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되며 이에 따라 이케아 측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피해자’인 이케아 측은 법원의 판단으로 손해에 대한 구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여기에 한 가지 착오가 있었다. 이케아의 해당 상표에 대한 국내에서의 주지성 획득 시기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었다.

대법원 판례(80다1216o2011다9822)에 따라, 주지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품표지 등이 국내 일정한 지역 범위 안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야 하는데, 외국에서 널리 인식된 상품이라 하여 주지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국내에서 널리 인식돼야 비로소 주지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이케아 측의 해당 상표가 2000년대 초반에 생겨 국내외 가구 소비자들 사이에서 알려진 것은 맞지만, 국내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주지성을 획득’한 시기는 이케아코리아가 국내에 매장을 개장한 2014년 12월 이후부터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케아 광명 1호점의 영업이 개시되기 전 국내에는 해당 상표를 사용한 가구들을 전속으로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병행수입 또는 구매대행 등 특수한 형태로 해당 상표의 제품에 대한 구매가 이뤄졌던 만큼 일반적 가구 수요자들에게까지 이 상표 제품이 널리 알려졌을 것이라고 보기에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이케아 측이 청구한 2010년부터 2014년 12월 사이의 상표권 침해에 대한 부분은 손해액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 이 주지성 획득의 시기와 관련해서는 A사 역시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강하게 주장한 바가 있다. 이케아가 광명 1호점을 내면서 국내 온o오프라인 시장에서의 규모를 키우기 전까지는 해당 상표가 국내 가구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주지성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케아 측이 모를 리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그만큼 A사 입장에서는 이케아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손해배상액을 높여 보복성 조치를 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케아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황으로 상표권 침해를 둘러싼 거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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