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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고객사 울린 해상화물 위법 반출 연루 사건

원본 선하증권 확인도 없이 화물 인도하다니
  • CJ대한통운이 해상화물을 위법하게 반출하게 하는 등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며 고객사에 금전적 피해를 끼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CJ대한통운(대표이사 박근태)이 미국에서 해상화물을 위법하게 반출하게 하는 등 중대한 과실을 저지르며 고객사에 금전적 피해를 끼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통운 측은 미국 내 관행을 들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이는 법적으로 사실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류 제작ㆍ도매 업체인 T사는 지난 2015년 미국에 위치한 E사에 의류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T사는 E사로부터 의뢰받은 의류 제품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았다. T사가 베트남 현지의 협력업체에 생산을 맡긴 뒤 완성된 제품을 미국에 보내 E사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계약내용이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T사는 E사와 계약을 체결한 뒤, 완제품을 베트남에서 미국 현지까지 운송하기 위해 2015년 가을 CJ대한통운(이하 대한통운)과 화물의 해상운송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T사는 이전에도 베트남 협력업체를 통해 생산한 물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수년간 여러 차례 대한통운 측에 해상운송을 맡긴 적이 있었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대한통운이 화물의 운송과 인도까지 완벽하게 책임질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T사 측 제품은 대한통운 측에 넘겨져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운송됐고, 3개월 간 총 6차례에 걸쳐 E사는 미국 뉴욕항에서 화물의 인도를 완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E사가 화물을 인도받았음에도 T사 측에 해당 제품에 대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E사는 회사 신용도 하락의 상태에 있었고, T사는 이런 E사로부터 장기간 동안 매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

물론 당시 상황은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던 E사의 우선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T사는 대한통운 측에도 치명적인 귀책이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바로 대한통운 측이 E사의 위법한 화물 반출을 사실상 돕는 착오를 범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대한통운 측은 E사로부터 원본 선화증권을 교부받지 않은 채 화물을 인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하증권(B/L)은 해상운송을 통한 물품의 적재 및 수령을 증명하는 일종의 유가증권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선박의 이름과 화물 적재일(선하증권 발행일), 선적항과 도착항, 운송인ㆍ송하인ㆍ수하인 등의 정보가 담기게 된다.

일반적으로 운송인(선박회사) 또는 그 대리인은 수출인(T사·송하인)으로부터 수출품을 인도한 뒤 이를 선적하고, 수출인에게 선하증권을 발급하게 된다.

수출인은 향후 수출이 완료되면 이 선하증권과 제반서류 등을 매입은행과 거래은행에 제시해 수출대금을 회수할 수 있다. 수출인은 이 선하증권을 매입은행과 거래은행 등을 경유해 수입업자(E사ㆍ수하인)에게 송부하게 된다.

해상운송을 통해 수출품이 목적지에 도달하면, 수입업자는 은행으로부터 입수한 이 선하증권을 배서함으로써 자신이 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임을 입증한 뒤 이를 운송인에게 제시해 수출품을 인도받을 수 있게 된다.

만약에 운송인이 이 선하증권을 수출인에게 발급하지 않으면 물품을 선박에 실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수입업자 역시 수출인과 매입은행 등을 거쳐 전달받은 선하증권을 운송인 측에 제시하지 못하면 상법 제129조 등에 따라 물품을 인도할 수 없게 된다.

이 사건의 발단은 T사의 제품이 아직 베트남을 떠나기 전, 선하증권의 작성 및 교부가 이뤄지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통운 측은 CJ대한통운 베트남 법인을 통해 T사 제품의 컨테이너 또는 포장에 관한 업무를 돕게 했고, 대한통운 베트남 법인은 이 화물에 관한 선하증권에 서명해 이를 T사에 교부했다.

당시 선하증권의 서명란에는 운송인(Carrier)이 ‘CJ대한통운’으로 그리고 포워딩 에이전트란에는 대한통운의 미국 현지 협력사인 D사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선하증권상 수하인은 E사였고, 하역장 및 인도 장소는 미국 뉴욕항이 분명했다.

그런데 당시 대한통운 베트남 법인은 위와 같이 작성된 선하증권을 T사에 교부한 뒤, 다시 화물의 해상운송을 베트남 현지 해상운송주선업체에 의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송하인란에는 T사가 아닌 대한통운 베트남 법인의 이름이 적시되는 또 다른 선하증권이 작성될 수밖에 없었다. 이어 이 베트남 업체는 또 다른 선박업체에게 화물의 운송을 재위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 CJ대한통운 차량이 베트남 항만에서 작업 중에 있다. *기사 사연과 관련 없음. (사진= CJ대한통운)
정리해 보자면 T사가 대한통운에 의뢰한 제품의 해상운송은 대한통운 베트남 법인과 베트남 해상운송주선업체, 이어 다른 선박회사에 맡겨지고 또 맡겨진 뒤 베트남을 떠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T사의 제품은 미국 뉴욕항에 무사히 도착된 뒤 E사에 인도됐는데, 앞서 D사는 이 화물이 뉴욕에 도착하자 도착통지서를 E사 측에 보냈다. D사는 E사에 도착 통지서를 교부하고, 동시에 E사로부터 원본 선하증권을 제시받은 뒤 해당 화물을 인도해야만 했다.

그러나 D사는 E사로부터 선하증권의 원본을 교부받지 않았음에도 화물을 인도했고, E사는 뉴욕항 통관업무자로부터 해당 화물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대한통운, 중대한 과실로 피해 끼쳐”

T사는 당시 수출대금을 받지 못한 것이 E사의 채무불이행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한통운 측의 화물 인도까지의 절차상 과실을 원인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제품 선적 뒤 대한통운 베트남 법인으로부터 발급받은 선하증권을 소지하지도 않은 E사에게 D사가 화물을 인도한 것은 절차상 착오가 분명했고, D사의 사실상의 사용자인 대한통운 측이 자사에 E사가 불이행한 채무만큼의 손해를 안겼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T사는 당시의 손해가 화물 운송계약을 체결한 대한통운뿐만 아니라, 당시 대한통운의 업무를 대리해 문제의 선하증권을 발급 및 해상운송 업무를 수행한 대한통운 베트남 법인 역시 공동불법행위 당사자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T사 측은 대한통운과 대한통운 베트남 법인을 상대로 당시 손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무려 2년이 넘는 법정공방 끝에 법원은 이달 초 피고인 대한통운 및 대한통운 베트남 법인의 귀책을 인정하면서 T사 측 청구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이 사건 재판부는 대한통운과 대한통운 베트남 법인이 ‘중대한 과실’로 D사로 하여금 E사로부터 선하증권 원본을 교부받지 않은 채 도착통지서와 함께 화물을 ‘위법하게 반출’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대한통운과 대한통운 베트남 법인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선하증권 원본 소지인인 T사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명백하며,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 당시 선하증권 원본이 발행된 상태에서 대한통운 베트남 법인 등으로부터 해상운송에 관한 위탁 및 재위탁이 이뤄지면서 또 다른 선하증권이 생겨났다.

대한통운 측은 이런 점에 대해서도 미리 D사에 고지하고, E사로부터 원본 선하증권을 상환함으로써 화물을 인도하도록 관리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대한통운 측은 원본 선하증권의 발행 사실 등에 대해 D사에 그 어떠한 고지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통운 측은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미 화물이 E사에 인도되면서 T사가 매매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는 이상 E사에 직접적인 변제를 받을 수 있고, 자사 측은 사실상 T사의 구체적 손해에 대한 1차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한통운 측이 원본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는 운송물을 인도하지 않아야 할 계약상 의무를 저버린 것은 명백하며, 이런 화물 불법 반출에 대한 책임으로 T사가 매매대금 채권을 변제받지 못하는 등의 손해가 전보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통운 측은 재판 과정에서 미국 내에서 선하증권 사본과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가 있으면 선하증권 원본 상환 없이도 해상운송 화물을 인도받을 수 있는 관행이 있고, 당시 E사가 T사로부터 교부받은 선하증권 사본 등의 서류로 통관절차를 마치고 화물을 반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국에서 원본이 발행된 선하증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본과 상업송장 등만으로 원본 없이 해상운송 화물을 인도받는 관행이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대한통운 측 주장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하우스 선하증권 원본의 배서를 확인하고 해상운송 화물을 인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의 판단대로 대한통운 측이 처음부터 해상운송에 따른 물품의 인도 과정에서 기본적 원칙만을 제대로 지켰다면 T사 역시 수년 간 매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대한통운 측은 그 기본 원칙을 간과해 이번 사건을 비롯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득력 떨어지는 관행을 운운하며 책임을 축소하려 한 점은 반드시 되짚어 보고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사장. (사진=연합,CJ대한통운)
무엇보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T사와 같은 수년간 대한통운의 고객사들마저 향후 떨어져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CJ대한통운 측은 이 사건 재판에 대해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판 상소 여부를 떠나 당시 베트남에서 미국으로의 화물운송 관련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고, 다만 미국 세관 통관이 완료된 조건하에서 화물 반출에 대한 현지에서의 독특한 업무관행이 있는데 이 허점을 알고 있는 수입업자가 이를 악용해 대한통운 측 몰래 임의로 화물을 반출해 문제가 됐다는 입장이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이 사건 소송이 회사에 제기된 직후 미국에 도착하는 화물의 경우 현지 컨테이너 터미널 업무 관행에 따라 화물이 반출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하증권 발행 프로세스를 강화했다”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한 개선책을 밝혔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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