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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무르띠 인도 상원의원이 한국에 푹 빠진 까닭

“인도 교육시장 잠재력 매우 커…한국의 장점으로 기회 잡기를”
세계 2위 인구 대국 인도의 경제발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7~8%에 달한다. 주요 신흥국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한국과의 관계도 점차 긴밀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인도를 국빈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두 정상은 한국과 인도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실질화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합의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신(新)남방정책과 모디 정부의 신(新)동방정책(Act East Policy)은 서로 상대국을 핵심 협력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인도의 교류 및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의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 중 한 명인 K.C. 람무르띠(Ramamurthy) 연방상원의원이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인도 남부 지역 주요 도시인 방갈로르를 거점으로 활발하게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를 만나 한국-인도 양국의 교류 및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K.C. 람무르띠 인도 연방 상원의원이 인터뷰 현장 인근의 작은 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람무르띠 의원은 인도 제1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Indian National Congress) 소속의 현역 정치인이자 인도 남부 지역 최대 교육재단인 CMR교육그룹의 이사장이다. 그는 교육을 통해 인도 사회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그에게 교육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대한 봉사다.

그는 올해 하반기에 인도 남부 방갈로르 소재 CMR대학교에 ‘K-콘텐츠 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을 설립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CMR대학교는 CMR교육그룹이 운영하는 종합대학이다. ‘K-콘텐츠 대학’은 게임, 애니메이션 등 한국산 콘텐츠와 함께 한국 콘텐츠 산업의 성공비결 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친다. 외국에서 한국 콘텐츠 관련 대학이 문을 여는 것은 CMR대학교가 최초의 사례다. 아울러 CMR대학교는 인도 대학교 중에서 최초로 한글을 제2 외국어로 지정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의 ‘K-콘텐츠 대학’ 설립 추진

-‘K-콘텐츠 대학’을 설립하게 된 계기와 취지가 궁금하군요.

“저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인도에 진출한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한국의 교육에 있다고 믿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K-팝 등 한류 콘텐츠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도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2차산업 비중이 10% 중반에 그치는 반면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3차산업 비중이 60%가 넘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는 부가가치가 높은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콘텐츠와 관련된 교육을 해야 하는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K-콘텐츠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죠.

최근 인도에서는 이동통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4인 가족이 월 1100루피(약 1만6500원) 정도만 내면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이동통신이 대중화했습니다. 또 조만간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도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광케이블 기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대학은 콘텐츠 산업에 종사할 인재를 육성해야 합니다. 저는 콘텐츠를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현재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K-콘텐츠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나흘간의 방한 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의 주요 인사를 비롯해 기업, 대학 측을 두루두루 접촉하면서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경북대, 목원대와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CMR대학교와의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 SK하이닉스, 셀트리온의 공장을 방문해 인도 진출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의원님은 인도에서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지요.

“한국과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지가 20년 가까이 됩니다. 제가 카르나타카(Karnataka: 인도 남서부 지역에 위치한 주(洲)다. 교육, 문화, 산업 수준이 다른 주에 비해 높다. 방갈로르가 주도이다)주 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인연을 맺은 한국인 사업가(유성훈 K-비즈 인디아 대표)를 통해 한국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거의 모든 면에서 제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온 나라입니다. 훌륭하게 갖춰진 사회 인프라, 국민들의 역동성,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은 한국의 ‘아이덴티티(Identity)’라고 생각합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가난에서 벗어나 부유한 국가의 반열에 올라선 나라는 한국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합니다. 저는 매우 짧은 기간에 인상적인 성공을 거둔 한국인들이 스스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충분한 역량을 가진 나라입니다. 저는 한국의 성공을 이끈 한국인의 정신과 역량을 인도에도 퍼트리고자 합니다.”

최근 들어 한국과 인도의 경제협력이 점차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對) 인도 수출액도 역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철강, 합성수지, 반도체, 평판 디스플레이 등이 수출 증가세를 견인한 주요 품목들이다. 특히 2018년 인도로 수출된 반도체는 전년 대비 10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도 IT 산업 성장에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인도와의 교역액을 500억 달러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양국의 인적 교류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간 인도 정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에게만 도착비자(Arrival Visa: 비자를 해당 국가 도착 전에 대사관 등을 통해 사전 발급받을 필요 없이 해당 국가에 도착했을 때 발급받는 비자) 제도를 적용해 왔으나,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에게도 도착비자 제도를 확대했다. 그 덕분에 한국인들의 인도 방문이 훨씬 수월해졌고, 양국 국민의 왕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 K.C. 람무르띠 인도 상원의원은 인도의 교육산업과 콘텐츠산업 발전에 한국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인도 진출 기업들은 현지 파트너십 구축 필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인도에 진출해 현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최근 양국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 진출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이 인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삼성, 현대차, LG 등은 인도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그들은 인도 소비재 시장에서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삼성, 현대차, LG의 제품은 품질, 가격 경쟁력, 가격 대비 가치, 기술 수준 등에서 탁월한 평판을 얻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도 집에서 한국 기업들이 만든 제품들을 애용하고 있죠. 제 생각에는 삼성, 현대차, LG가 인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 시장의 특성을 잘 인식하고 아주 훌륭하게 적응한 덕분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우선 현지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도 현지 시장에 맞는 기술과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는 뜻이죠. 특히 인도 사회는 문화, 종교, 언어, 전통, 기후 등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한 가지 전략이나 제품만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아울러 인도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인도 기업들의 비즈니스 관습에 좀 더 일찍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인도에서는 ‘인내가 미덕’입니다.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큰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인도에서 기업 활동을 하려면 사회공헌 활동을 기본으로 여겨야 합니다. 사회공헌 활동이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세계 1, 2위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친디아(Chindia)’라는 신조어로 지칭돼 왔다. 친디아는 중국(China)과 인도(India)를 합친 용어다. 두 나라가 친디아로 불리는 것은 엄청난 인구와 광대한 시장,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 등을 갖춰 신흥국 중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두 나라 중에서 먼저 잠재력을 터뜨린 쪽은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외국 기업들을 빨아들였고, 그 동력으로 2010년대 중반까지 고도성장을 이어 왔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이제 6%대로 하락했다. 경제구조도 수출 중심에서 내수 확대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제 친디아의 나머지 한쪽인 인도가 고속 성장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급속도로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을 7.3%로 예측했다. 특히 인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5위 경제 대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년간 인도는 각 주(洲)별로 중구난방이던 세금체계를 단순화한 통합 부가가치세 도입과 화폐개혁 실시, 그리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체인식 주민증 제도 시행 등으로 국가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덕분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기반을 구축한 것은 물론 외국 기업들의 비즈니스 환경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 올해 세계 5위 경제대국 등극 전망

-한국, 인도 양국의 관계 발전을 위한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간 양국은 주로 정부와 대기업 차원에서 관계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런 터에 저는 이번 방문이 양국 간 교류의 저변을 좀 더 확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양국이 서로 필요한 분야와 강점을 가진 분야부터 차근차근 협력해 나간다면 ‘큰 길’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한두 차례의 교류만으로 큰 길을 만들 수는 없겠지요.

저는 특히 인도의 교육 시장을 주목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도 교육 시장은 현재 약 112조원 규모에 달합니다. 연평균 성장률도 10%대 중반에 이릅니다. 인도 국민은 평균 가계소득의 11%를 교육비에 쓰고 있고, 인도의 5~24세 학령 인구도 무려 5억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인도는 이 거대한 교육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선진적인 교육 시스템과 노하우를 가진 한국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인도의 문제점을 한국의 장점으로 해결해 나간다면 향후 양국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저는 그런 미래를 만드는 주춧돌을 놓고 싶습니다.”

김윤현 주간한국 기자 unyon21@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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