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4’ 자율주행차 출시 예정…수소차 시장 한중일 경쟁도 주목

현대차는 2022년까지 수소전기차 누계 판매 1만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사진= 현대자동차)
세계 자동차 산업이 격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할 하이브리드(Hybrid)자동차, 전기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시장도 본격적인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갈 메가트렌드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and Sullivan)은 유럽 소비자의 52%가 하이브리드자동차를 다음에 구매할 차량으로 간주하고, 35%는 전기자동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전기차 전문업체 테슬라는 2008년 최초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10년이 흐른 지금 중국과 일본, 유럽, 호주로 판매 거점을 확대 중이다. 또한 구글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10년 만에 '웨이모'라는 무인택시 시대를 열었다. 바야흐로 세계 자동차 산업이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친환경차 판매를 확산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업무계획에서 자동차산업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진흥정책을 강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전기차, 수소차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획기적으로 정책을 뒷받침하려는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며 “수소차는 초기에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므로 국내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수소차 시장 선점 강조

그렇다면 국내에서 친환경차의 판매량은 어떨까.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자동차였다. 하이브리드자동차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유해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인 친환경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2018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하이브리드자동차 판매량은 8만 1858대를 기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19년에는 휘발유 엔진과 전기 모터, 디젤 엔진과 전기 모터 등 2개의 동력원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자동차가 더욱 널리 보편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로 구동되는 전기차도 2만 8149대나 팔렸다. 환경부에 의하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14년 1075대에서 2015년 2907대, 2016년 5914대, 2017년 1만 3826대로 최근 수년간 해마다 2배 이상 늘었다.

산업조사 전문기관인 IRS글로벌이 발간한 ‘국내외 전기차o충전 인프라 기술개발 동향과 시장 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앞으로 급속도로 증가해 2038년 무렵에는 전 세계 신차 판매 대수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항구 선임연구원은 “전기차는 충전시간, 1회 충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 배터리 성능 등이 중요하다”며 “경량화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차체가 가벼워야 하고 모터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2021년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 영향으로 일부 전기차 판매가 의무화되는 점도 주목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지금과 같은 기술 수준이면 2021년에는 1조 원 이상의 환경 관련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선임연구원은 또 “친환경차 수요는 계속 늘 것이다. 2019년에는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자동차보다 우위를 점할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에서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2019년부터 바로 시행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설치돼 있는 전기차 충전소.(연합)
새해 전기차 판매량이 하이브리드차 넘어설 듯

정부 보조금이 점차 줄면서 자생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말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활성화되고 있다. 소비자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어 줄 서서 살 정도가 됐다. 300개의 전기차 부품 기업이 활동 중이다. 전기차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2019년 900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제부터는 보조금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전기차 충전소 확충, 고장 난 충전기를 관리해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상용 수소차를 생산한 국가다. 기술력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자동차는 1988년 수소차 개발에 착수해 2013년 세계 최초 수소차 투싼ix를 출시했다. 현대차는 전 세계 수소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5분 충전해 609km 주행)를 자랑하는 넥쏘(NEXO)도 선보였다. 넥쏘의 부품 국산화율은 99%에 이른다. 넥쏘가 전 세계를 누비면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의 세계 표준이 한국이 되는 셈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증산 투자비를 2019년에만 별도로 440억 원을 지원하고 미래 자동차와 친환경차 부품 관련 교육 지원, 기술 지원, 공동 개발 등 3가지 프로그램도 추진하는 등 미래 자동차 부품사업 육성에도 힘쓰기로 했다. 또한 현대차는 수소차의 보급과 함께 수소충전소를 확충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약 2000대의 수소 전기버스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과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막대한 자본력,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수소차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가 수소차 투산ix 출시 후 5년 동안 1000여 대를 파는 동안 도요타는 2014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수소차 ‘미라이’를 모두 5300여 대 팔았다. 혼다 역시 2016년 이후 수소차 ‘클래리티’를 2000여 대 판매했다.

한국은 2020년 1만 대, 2025년 10만 대, 2030년 63만 대의 수소차 보급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일본과 중국보다 규모 면에서 밀린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수소차 4만 대, 수소충전소 160개소를 보급하는 등 '수소 사회'를 건립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중국도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수소충전소 1000개 이상을 보급하는 내용의 ‘수소차 굴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지원에 나섰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의 한국 수소차 기술력이 일본과 중국에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필수 교수는 “수소차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 맞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것은 의미 있다”면서도 “수소의 생산과 저장 방법에는 한계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상용화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국 ‘자율주행차 준비지수’ 세계 10위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는 2018년 2월 한국, 미국 등 20개 국가를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개발 수준, 운행 여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자율주행차 준비지수(Autonomous Vehicles Readiness Index)’를 발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차.(연합)
이 지수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대를 위한 준비가 가장 잘 갖춰진 국가는 네덜란드다. KPMG는 법/제도와 정책, 기술혁신, 기반시설, 소비자 수용도라는 4가지 측면에서 26개의 변수를 평가한 결과 기반시설 부문 1위, 수비자 수용도 2위의 평가를 받은 네덜란드가 자율주행차 준비지수가 가장 높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기반시설 분야에서 4위를 기록했지만 정책 분야 14위, 기술혁신 분야 9위를 기록해 종합 순위에서 10위에 그쳤다. 일본은 우리와 근소한 차이로 1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가장 뒤처진 분야는 정책과 법률, 제도다. 정책과 제도는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규제와 지원, 기반시설에 대한 정부의 투자,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실험 프로젝트 등 4개 요인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싱가포르, 뉴질랜드, 네덜란드로 조사됐다.

이항구 선임연구원은 “2019년 레벨 4의 자율주행차가 출시될 예정”이라며 “2020년까지 자동차 시장은 불황이 예상되지만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보급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레벨’로 평가되는데, 레벨 0부터 4까지 5단계로 나뉜다. 레벨 0은 자율주행 기술이 아예 없는 자동차를 뜻하며, 레벨 1은 1개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를 뜻한다. 레벨 2는 능동형 속도 조절과 같은 ‘종(縱) 방향 기술’과 차선 유지를 도와주는 ‘횡(橫) 방향 기술’이 각각 최소 1개 이상 적용된 것으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EQ900’에 적용된 자율주행 기술이 바로 레벨 2에 해당한다. 레벨 3의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유지해주고 안정적인 정차를 돕는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가능한 단계는 레벨 4 이상부터라고 보면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말한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3~4년 뒤진다. 가장 중요한 게 ‘라이더 센서(근거리 도로 정보를 정확하게 감지하는 장치)’인데 전부 수입해서 쓰고 있는 실정으로, 내년쯤 국산화될 것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집결된 것이 자율주행차다. 구글 '웨이모'에서 레벨 4 자율주행차가 나올 것이라고는 하지만 완벽한 레벨 4 자율주행차로 보이진 않는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법적인 문제에서 많은 걸림돌이 있다. 법과 제도 부분이 열악하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2019년에도 선진국과 3~4년가량 격차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몇몇 국가에서는 자율주행차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미 약 50여 개의 자율주행차 기업들이 시험운행을 하고 있고,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도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에 돌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동통신업체들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경기도 화성시 자율주행실험도시(K-시티) 준공식에서 5G 자율주행차를 처음 선보였다. K-시티는 도심의 상점, 교차로, 자동차 전용도로 등 실제 도로와 유사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자율주행 실험에 최적화돼 있다. KT도 5G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KT는 K-시티에서 현대자동차 등과 협력해 차량과 도로 인프라를 원격 관제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자율주행차는 운행하는 동안 내부에 탑재된 5G 통신 모듈을 통해 관제센터, 신호등 등 교통 인프라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달린다. 5G는 차량-차량, 차량-교통 인프라, 차량-관제센터 간 통신을 동시에 가능하게 해 더욱 안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한경석 기자 hanks3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