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규제 강화로 넥슨 매각 ‘적기’로 봤나

김정주 NXC 대표가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사 NXC 지분 전량(98.64%)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
국내 게임업체 넥슨이 매물로 나올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며, 향후 넥슨의 인수전에 어느 회사가 참여하게 될지 벌써부터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을 매물로 내놓기로 한 원인과 그의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주 대표의 선택에 정치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김 대표의 경제적 셈법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사 NXC 지분 전량(98.64%)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전량 매각이나 다름없는 이 98.64%의 지분은 김정주 대표(67.49%)와 그의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 그리고 김 대표의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1.72%)의 보유 물량을 전부 합친 규모다.

지난 2011년 일본에 상장한 넥슨재팬은 현재 시가총액이 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주회사격인 NXC이 넥슨재팬 지분 47.98%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환산하면 NXC의 가치는 6조원, 여기에 NXC의 계열사 지분, 경영권 프리미엄 등까지 모두 합치면 김정주 대표의 지분가치는 약 8조원에서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10조원 규모의 매물에 대한 예비입찰은 다음 달 진행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누가 이를 인수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인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넥슨의 국내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NC소프트와 넷마블의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각각 약 1조 7000억원, 2조 7000억원으로 인수에 참여하기에는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10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조달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들 중에서도 이런 거액을 지불하면서까지 게임회사 인수전에 나설 곳은 사실상 찾아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는 지난 2017년 기준 매출 42조원에 이르는 중국 최대 게임회사인 ‘텐센트’사다.

텐센트는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넥슨의 대표적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파트너사다. 특히 던전앤파이터가 중국 게임유저들로부터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만큼 텐덴트가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텐센트가 넥슨의 유력한 인수 후보라는 점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중국 당국의 게임 산업 규제 움직임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 자국 게임에 대한 판호(영업허가권) 부여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가 하면, 온라인게임 총량 규제, 온라인게임 검열 등 자국 게임업체들을 압박했다.

틴센트의 경우 서비스 중이던 게임의 판매를 중지했는데, 당시 당국의 사행성 게임 규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중국 정부의 자국 게임사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면서 중국 내 대형 게임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고, 텐센트의 넥슨 인수에 대한 명분 역시 더욱 충분해진다는 설명이다.

만약 텐센트사가 넥슨의 인수가 이뤄진다면, 이것이 합병이 아닌 말 그대로 매각을 통한 완전 인수인만큼 국내 게임업계에서의 중국발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넥슨이 그동안 중국에서 벌어오던 매출에 부과하던 세금 역시 빠지게 되면서 국내 세수 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정주 NXC 대표(연합)
김정주에게는 현재가 넥슨 매각의 적기(?)

업계에서는 김정주 대표의 이번 매각 추진이 상당히 의외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분을 일부 파는 것이 아닌, 사실상 전량매각을 통해 경영권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오너들이 지분 매각에 나서더라도 일부만 처분하고 여전히 소극적으로나마 경영권에 참여하면서 배당이익을 얻는 것이 보통으로, 전량매각을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지난 2016년 게임업계와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넥슨 주식 뇌물공여 사건의 여파로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로, 기존부터 그가 회사 일에 아예 손을 뗄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비롯된 강제적 셧다운제(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규제), 모바일 게임 결제한도 제한 등의 규제로 게임산업이 위축되면서, 김 대표가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 정치적 측면에 관해서는 지나친 추측이라는 반응이 강하다. 김정주 대표가 과거부터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와 관련해 강한 불만이나 경영의혹을 상실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또 이미 넥슨을 비롯한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에 맞춰 나름대로의 매출 신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오고 있는 만큼 이런 정치·정책적 원인이 김 대표의 매각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김정주 대표의 이번 선택에는 경제적 논리가 있었다는 시각이 강하다. 사실 넥슨은 지난해 처음으로 2조원의 매출(영업이익 8856억원)을 달성했는데, 이런 배경에는 자회사 네오플의 같은 기간 던전앤파이터 중국 로열티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의 기여가 있었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중국 매출은 연간 3조원 규모로 이중 넥슨은 약 1조원의 로열티를 수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넥슨은 네오플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강하며, 네오픈의 실적 그리고 중국발 실적이 빠지면 사실상 적자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 내에서 던전앤파이터의 인기가 상당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며 네오플의 향후 실적에도 리스크가 예상될 수 있다. 때문에 현재가 김 대표가 넥슨을 매각하며 최대한 이득을 보는 적기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