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로 사회공헌 활동이 더욱 빛날 수 있다”

임팩트체인은 블록체인과 사회적 가치 평가를 접목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팩트체인은 특정 단체 또는 사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정량화한 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가치 창출자에게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와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의기투합해 사회적 가치 평가 결과가 실물가치를 지닌 교환단위로 기록되도록 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설립했다. 곽제훈 임팩트체인 대표를 만나봤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용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가상통화에 사용되며, 블록에 금전 거래 내용을 저장한 뒤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용을 보내주고,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밖에도 전자 결제나 디지털 인증뿐만 아니라 화물 추적 시스템, P2P 대출(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개인 간에 이뤄지는 자금 대출), 원산지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거나 예술품의 진품 감정, 위조화폐 방지, 전자투표, 전자시민권 발급, 차량 공유, 부동산 등기부, 병원 간 공유되는 의료기록 관리 등 신뢰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것이 블록체인이다.

곽제훈 대표는 “회사 설립 초기에 직원들과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비영리단체를 돕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오갔다”며 “블록체인은 수많은 참여자가 데이터를 분산된 시스템을 통해 저장하는 기술이라는 게 핵심이다. 조작할 수 없어 보안성을 갖췄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이를 사회적 가치 평가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곽 대표는 임팩트체인을 만들기에 앞서 2015년 3월 팬임팩트코리아를 설립했다. 아시아 최초로 ‘사회성과보상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한 기관으로,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을 도입하고 정책부터 기획, 운영까지 담당했다.

국내 ‘사회성과보상사업’ 도입 선구자

SIB는 정책과제를 위탁받은 민간 업체가 복지사업을 벌여 목표를 달성하면 정부가 관련 사업비에 이자를 더해 지급하되 실패하면 1원도 주지 않는 ‘성과급’ 투자 방식이다. 서울시가 성과보상자로, 팬임팩트코리아가 운영기관으로 나선 가운데, 서울시 아동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지능지수가 71~84에 해당하는 경계선지능 아동 100여명의 인지능력과 사회성 향상을 위해 사단법인 피피엘, 엠와이소셜컴퍼니, USB증권이 11억 원을 투자한 사례가 있다.

팬임팩트코리아는 국내 SIB 시장의 개척자로서의 자부심을 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SIB 사업을 제안 및 설계했으며, 조례 제정을 지원하고 중앙정부, 의회 등에 대한 자문 및 업무지원 등 국내 SIB 시장 형성을 이끌었다.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과 SIB를 결합한 '스마트 SIB'를 개발하고, 지난해 4~6월에는 정치인들의 공약을 기록하고 당선 후 실제로 잘 이행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배포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에 설치돼 작동하는 프로그램으로서, 특정한 기능들의 실행을 가능하게 해주고 실행되는 정보는 바로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전자 증권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팩트 투자자가 있다면 사회적 성과 보상이 있을 때 이 보상을 전자 증권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에게 준다. 이후 투자자는 자신의 계정에 들어가면 얼마의 보상을 받을지 확인할 수 있다. 서버 유지 비용이 따로 들지 않고 누구나 인터넷만 되면 접속할 수 있다. 보안성에서 뛰어나고 거래 기록이 남아 투명성도 있다.

곽 대표가 임팩트체인을 설립하는 데는 임팩트 투자(사회·환경적 성과와 재무적 수익을 함께 달성하도록 고안된 기업에 투자하는 활동) 기업인 임팩트스퀘어의 도현명 대표가 힘을 더했다. 임팩트스퀘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회사다. 도현명 대표는 “임팩트체인 설립을 통해 자본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핵심적인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팩트체인의 블록체인 기술은 곽제훈 대표의 팬임팩트코리아가, 사회적 가치 평가는 도현명 대표의 임팩트스퀘어가 담당하기로 했다. 이 두 기업이 힘을 모아 만든 임팩트체인은 특정 사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 정량화한 뒤 블록체인을 통해 가치 창출자에게 증표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 증표의 단위 이름 자체가 ‘임팩트’다. 정량화된 사회적 가치를 ‘임팩트’라는 단위로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프로젝트가 10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게 되면 프로젝트 수행자에게는 10억 ‘임팩트’가 배분된다.

사회공헌활동을 기록하는 ‘임팩트’ 토큰

‘임팩트’ 토큰은 암호화폐와는 무관하다는 게 곽제훈 대표의 설명이다. 임팩트 토큰은 상업적 목적의 토큰이 아니라 일종의 기록물로서의 토큰이라는 것이다. 또한, 암호화폐와 같이 판매용이 아니고 사회적 가치를 ‘임팩트’라는 이름의 토큰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곽 대표는 “지금은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는 토큰을 가지고 경제적 가치로 보상받도록 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곽제훈 대표가 말한다. “임팩트 토큰을 사용하게 되면 사회공헌활동으로 기부할 때 사회적 가치 창출이 증명된다. 즉, 사회공헌 기록이 영구적으로 남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할 때 홍보 목적도 있는데, 기업 내 연간 보고서에만 실리는 등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사회공헌활동 내용을 블록체인에 심으면 영원한 기록으로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 사회 공헌하는 기업이나, 토큰을 매수하는 자에게나 모두 이익이 있다. 예를 들어 취약계층 노인을 위한 10억 원의 ‘임팩트’ 토큰을 매수하겠다고 공언하면 사회에 이바지했다는 객관적인 평가와 증거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사회에 공헌하는 시장을 조성하는 역할도 한다.”

곽제훈 대표는 2011년부터 임팩트 투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복지’를 주제로 논쟁이 심화할 시기였다. 정부는 당시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했다. 이에 곽제훈 대표는 ‘사회적 금융’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다고 밝혔다.

곽제훈 대표는 “2011년 당시 포털사이트 검색 엔진에 '임팩트 투자'에 대해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결국 해외 자료를 통해 학습했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은 2013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SIB를 국내에 최초로 도입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곽제훈 대표는 서울시 공무원들과 접촉하며 SIB 사업에 대해 정책 제안을 했고, 반년 정도 노력하다가 제도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의원, 공무원, 민간전문가를 만나 2013년 말부터 조례제정 TF를 구성해 2014년 3월 ‘서울특별시 사회성과보상사업 운영조례’를 만들었다.

2014년 10월 곽제훈 대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SIB 사업을 운영해갈 기관이 필요했는데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곽제훈 대표는 법인을 직접 설립하게 됐다. 곽제훈 대표는 말한다. “SIB는 우리나라 진보, 보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범사회적 방법론이라고 생각했다. 정부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절감된 예산으로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들기에 큰 매력을 느꼈다.”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오른쪽)가 사회성과연계채권의 현황과 발전 국제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팬임팩트코리아)

SIB 시장 개척한 팬임팩트코리아

곽제훈 대표는 사회성과보상사업과 관련해 SIB를 강조했다. SIB의 효용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사업을 할 때 세금을 낭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SIB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투자자의 기금으로 공공사업을 진행한다. 과거에 도출된 성과를 바탕으로 성공한 사업에만 정부의 예산을 집행해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이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정부가 가져가는 이익이 매우 많다. 성공한 사업에만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성과에 따라 예산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SIB는 사회비용 절감 효과와 동시에 사회가치 창출 효과가 있지만 제약 요인도 없지 않다. 곽 대표의 설명이다. “SIB는 이름만 채권일 뿐 일종의 '계약'이다. 이름이 왜 채권으로 붙여졌느냐 하면, 1988년 최초로 SIB를 제안한 사람이 '사회성과연계채권'이라는 이름을 제시한 후 그게 굳어졌기 때문이다. 계약이다 보니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에 자금 유동성에 제약이 있다. 한번 투자하고 나면 성과 측정이 될 때까지 현금화가 될 수 없다. 이는 곧 투자 위험이 늘어나는 것이다. 투자 위험이 늘어나는 것은 임팩트 투자 시장이 좋지 않아지는 것이고 운영기관 입장에서도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어려워지는 제약이 있었다. SIB의 두 번째 약점으로는 실제 계약서를 보면 아주 복잡하다는 점이다. 사회성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조건부 수식이 많고 명쾌하지 못하다. 사회성과보상에 대한 계약서를 만들 때 얼마만큼 사회비용이 절감됐는지 봐야 하고, 그것에 맞게 성과보상금이 나온다. 성과보상금 계산 자체가 복잡하다. 성과 계산이 복잡하기에 배경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계약서를 보기 힘들기도 하다. 이렇게 두 가지 제약이 있다.”

SIB는 해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2010년 영국에서 최초로 도입돼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2017년에는 일본도 SIB를 도입했다. 중국과 홍콩, 이스라엘도 SIB 도입을 준비 중이다. 경제력을 갖춘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또는 개발도상국을 돕는 국제기구에 자금이나 기술을 원조하는 공적개발원조(ODA)에도 SIB가 도입됐다.

곽제훈 대표는 “SIB는 실험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국제적인 흐름”이라며 “도로를 지어주거나 학교, 병원을 세우는 데도 SIB가 도입됐다. 미국은 SIB 활성화를 위한 연방법까지 만든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로 SIB는 정부의 재정 부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여겨져 국제적으로 확산 중이다. 2018년 기준으로 세계 곳곳에서 110건 이상의 공공 정책이 SIB로 진행 중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자선단체 록펠러재단, 영국의 사회적 금융 지원 민간기금 빅소사이어티캐피털(Big Society Capital), 독일의 비영리 공익재단 BMW재단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긍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곽 대표는 “기존의 사회적 가치 평가는 서류 작업, 홈페이지 등에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블록체인이라는 매개체를 처음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가치 평가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없어지지 않는 한 사회적 가치 평가를 하는 시장에서는 언젠가 이 기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는 블록체인과 사회적 가치 평가를 연계하는 사업을 해나간다면 블록체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곽제훈 대표가 말한다. “사회적 가치 평가와 블록체인을 만나도록 하는 게 또 다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임팩트체인은 사회적 가치 평가 시장이 확산되도록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이바지하기 위해 이 일을 더욱 열심히 해나갈 생각이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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