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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 노조가 밝힌 분식회계·페이퍼컴퍼니 논란

표면 아래 감춰진 ‘의혹’ 문제는…
  • 서울 서초구 양재천 인근에 위치한 한국전자홀딩스 본사.(사진=한민철 기자)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분식회계 사실부터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까지 각종 문제로 가득한 한국전자홀딩스(KEC홀딩스)의 행보를 추적해봤다. 한국전자홀딩스의 내부 사정을 수십 년간 지켜봐 온 KEC 노조 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 16일 격앙된 목소리로 본지 취재에 흔쾌히 응했고, 이 기업의 문제에 대해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한국전자홀딩스의 부정한 여러 사실을 “회계사의 분석을 토대로 증거 자료를 준비 중이며, 1월 말~2월 초 사이에 공식 입장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전자홀딩스라는 기업은 아직 대중에게 생소하다. 하지만 발자취를 보면 꽤 오랜 기간 사업을 지속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전자홀딩스는 1969년 9월에 반도체 부품 제조 및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설립돼 2000년 매출 5944억 원에 영업이익 471억 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고,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04년까지도 연 매출 3753억 원, 영업이익 6억 원으로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5년 매출 3195억 원에도, 346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가 심해지며 내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한국전자홀딩스의 전신은 KEC 구미공장으로, 2006년 9월 9일 인적분할을 통하여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인적분할 당시에 대해 KEC 노조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기록된 한국전자홀딩스의 분할종료보고서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했다.

KEC 노조 관계자는 “인적분할 당시 한국전자홀딩스는 이익잉여금 951억 원을 모두 가져갔다”라며 “반면, 1150억 원에 이르는 부채 가운데 969억 원의 부채를 KEC에 떠안기고, 231억 원만 한국전자홀딩스의 부채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6년 9월 11일자 분할종료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사실이었다.

이어 KEC 노조 측은 “분식회계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에도 사업장 내 노동자 수가 줄었는데 왜 적자를 기록했는지 의심된다”며 “100% 확신하지만, KEC를 적자 공장으로 만들고, 회사 자금을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렸다”고 밝혔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

KEC 측이 주장한 페이퍼컴퍼니는 홍콩의 M사다. M사는 한국전자홀딩스의 관계사인 (주)티에스디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으며, (주)티에스디는 한국전자홀딩스의 특수 관계 기업으로 이를 종속하는 관계에 있는 국외 법인이 드러나기는 쉽지 않았다는 게 KEC 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박명덕 한국전자홀딩스 대표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지 않았어도 주주와 기업의 지배관계를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 지배구조 보니…가족 지배기업의 대표적 사례

KEC의 한 노조 관계자는 “친인척들이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주주들도 다 친인척”이라고 말했다. 이 증언을 토대로 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확인했다.지난해 9월 30일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기준으로 한국전자홀딩스의 최대주주는 21.34%의 지분을 지닌 곽정소 KEC 그룹 회장이다. 곽정소 회장은 아버지가 곽태석 KEC 선대 회장으로 한국사람이며,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교까지 일본에서 졸업했다. 1997년부터 KEC 그룹 회장을 맡았으며 그의 친인척 오시로 다카코는 6.59%의 한국전자홀딩스 지분을 지녔다. 또한, 곽정소 회장의 친인척 히가시 다유미는 1.46%, 곽정소 회장의 형제 곽상욱, 곽서연, 곽서준이 각각 1.15%, 관계사인 (주)티에스디는 3.4%의 지분을 지니며 기업을 가족들로 장악했다.

한국전자홀딩스의 종속회사도 알아봤다. 해당 회사는 KEC, (주)티에스피에스, KEC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일본 법인, 한국전자판매(주), KEC 디바이스 등이 있다.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으나, 대주주인 곽정소 회장의 친인척이 (주)티에스디, (주)티에스피의 임원으로 있는 사유로 이 기업들은 기타 특수관계기업에 포함됐다.

KEC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업의 내부거래는 매우 복잡하다”며 “2012년 6월 기업 내 내부거래 문제에 대해서 국세청에 제보했으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공정위 직원은 ‘털어 먼지 안 나는 기업이 어디 있겠나’라며 실망스러운 답변만을 내놨다”고 공정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그는 “한국전자홀딩스 매출의 3분의 2 이상은 KEC가 책임지고 있는데, 이런 기업을 과거에 분식회계를 통해 종속회사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KEC의 재무제표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의 매출은 1641억 원이다. 같은 기간 KEC의 지주회사 한국전자홀딩스의 매출은 1848억 원으로 사실상 KEC가 한국전자홀딩스 매출의 89%를 차지하는 셈이다. 2017년 한 해 동안 KEC의 매출 역시도 2372억 원이다. 같은 기간 한국전자홀딩스 매출은 2574억 원이다. 여기서도 KEC의 매출은 한국전자홀딩스의 92%나 차지한다.

이렇게 KEC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지주회사 한국전자홀딩스는 대략 5년간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에 있어 KEC를 누락시켰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사실 조사에 착수했고, 한국전자홀딩스가 주요 종속회사인 KEC를 연결 재무제표 대상에서 제외하고, 2013년부터 2017년 9월까지의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할 당시 자산, 부재 및 자기자본을 작게 계산하고, 당기순이익을 불리거나, 적어 보이게 계산하여 넣어 분식회계를 했음을 밝혔다.

한국전자홀딩스의 부정행위가 명백해진 뒤 지난 3일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12월 12일부터 올해 6월 11일까지 6개월간 한국전자홀딩스의 증권 발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난 1일부터 2020년까지 감사인을 2년간 지정하고, 담당임원의 해임과 지적 내용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한국전자홀딩스는 “회계 투명성 제고 및 내부감시장치를 강화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견해만 내놨다.

KEC, 국책사업까지 넘보고 있어 논란

한국전자홀딩스가 각종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KEC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전력 반도체 핵심 소자 개발’ 국책사업 1차 대상자로 선정돼 파문이 일었다. 이에 KEC 노조 관계자는 “산자부 측에 KEC가 국책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회사 내부의 부정한 사실들을 증거 자료를 통해 얘기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도 KEC를 최종사업자로 선정한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KEC를 국책사업 대상자에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산자부는 2월 중으로 국책사업 최종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어서 KEC가 최종사업자로 선정될지 주목된다.

이 밖에도 KEC는 지난 2010년 6월 30일 용역경비 400명을 동원한 노조탄압을 자행하기도 했다. 당시 KEC는 공장용지를 팔기 위해 22년간 지속한 노사관계를 깼다. 여자 노동자들의 기숙사에 깡패를 동원해 물리적으로 탄압했다.

한편, 본지는 KEC 측에 이번 기사 내용과 관련해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3일간 취재 협조를 요청했지만 “안 합니다”라는 본사 직원의 불친절한 대답과 함께 구체적인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이후 추가 취재로 견해를 들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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